몇일 전에 이런 글이 올라왔더군요.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000다...
글의 기본적인 내용이나 구성은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니 약간의 의문이 생기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도 조금 들더군요.
댓글로도 충분히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분량이 좀 많이 질거 같아서 이렇게
새글을 하나 올릴까 합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게임을 즐길뿐 게임을 만들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입니다.
물론 짱공 게임리뷰에도 한 번씩 리뷰글 올리는 정도의 수준밖에 안되구요. 그렇다고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러니 제가 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되시면.. 주저 없이 댓글 달아서 고쳐주세요.
감정적인 대처만 아니라면 열린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진행하고 싶답니다^^ 여러분.
그럼 사작하겠습니다..
사실 어떤 글이나 이야기를 반박하려고 하면, 흔히 두세가지 방식을 사람들은 많이 이용합니다.
그 첫째는 반박대상의 표현이나 접근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입니다. 일명 말꼬리 늘어지기!
그런데 이 방식은 감정적이고 공격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을 뿐더러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둘째로 반박대상의 내용은 전면적으로 무시하면서 자기 할말만 하기.
제 생각에는 백분토론에 나오는 정치인 패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역시 논점을 흐리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반박 대상의 핵심에 숨겨진 문제나 오류를 근거를 들어서 지적하는 방법이죠.
가장 확실하고 설득력을 가지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물론 저도 이 방법을 사용할 겁니다.)
그러므로 제 반박대상이 되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000다... 의 핵심으로 생각해 봤답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000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으로 축약해서 부르겠음.)에서
핵심적으로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인 양산형 제품(1세대 노가다 게임일 뿐)들로 조금 돈이 된다 싶은 것들을 그저
모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준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3세대 온라인게임? 최소 2세대)
한국 온라인 게임 업계의 총체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다."
였던것 같습니다. (이 전제가 틀리다고 하면... 저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만약 그렇다면 이글을 삭제하겠음.)
그런데 게임이란 무엇인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서 보자면 게임은 문화산업 입니다.
그런데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한 게임은 아직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역사도 그리고 대중화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보자면 아주 최근에 생성된 신 개념의 산업이죠. 그러다보니 아직 아무도 게임을
가지고 예술의 범주에 넣지도 않고 그에 대한 논쟁도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대중을 끌어들이는 돈벌이인 것이죠.
그러나...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산업이므로 다른 매체들. 쉽게 말해 책이나 영화와 비슷한 점은 많습니다.
그 점을 들어 저는 우리나라... 을 반박하고 싶군요.
쉽게 영화를 들어보죠. 한편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서 히트를 칩니다. 그럼 너도 나도 할 것없이 그
영화의 형식을 베끼기 시작하죠. 그리고 장르라는 게 생깁니다. 좀비영화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조지 로메로 감독이 옛날에 걸어다니는 시체들의 밤이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좀비물 비슷한 건 좀
있었겠지만 이 영화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좀비장르가 영화시장에서 흥행의 된다는 사실을 감독들은 알게됩니다.
그리고.... 근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좀비장르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좀비영화만 골라서
보는 인간들도 있지요.
책을 예로 들어보죠. 여러분들도 중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본 책. 홍길동전... 당시에 상당히 흥행에 성공했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아류작들이 등장 흥행하기 시작하죠. 전우치전이나 설인귀전 등이 그것입니다.
게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웨스트우드사의 히트작 듄2 가 등장한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만들어졌고 또 만들어지고 있죠.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리얼타임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즉 산업에서 모방은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모방이 없으면 산업은 이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우리들이 대작이라 부르는
거의 모든 작품들은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두!!!!!! 모방의 산물입니다.
(이에 대한 철학적 근거는 이규보의 파한집에 등장하는 "용사"에 대한 고찰을 읽어보시길...)
다른 시각에서 한국 게임계를 보자면 수 많은 회사들이 모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게임들이 아직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게임 시장은 크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과 같은 비판은 의의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러! 나! 한국 온라인 게임계를 이렇게 비판해봤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은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하지만 거기에 진정한 대안을 찾을 수 없더군요.
나름의 논리는 있을지언정 분석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감기를 폐렴이라 진단한 형태입니다.
모방에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서는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주류에 비판을 가지기 시작하는
비주류의 태동.. 그리고 성장과도 같은 이치이죠. 어느 순간.. 그 비주류들은 다시 주류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또다른 비주류들에 의해 비판 받는 것이구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업계가 컨텐츠 중심형이 아닌 레벨업 중심형의
게임에 사람들이 식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슬슬 이해하고 있다는 근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1, 아이온, 라이프 온라인 과 같은 게임들은 작은 변화이고 또다른 모방일지는 모르지만 분명, 레벨업보다는
다른 요소에 더욱 중접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게임들이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롭지도 않지요.
획기적인 변화는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랍니다. 점진적인 변화 속에서 작은 새로움이 모이고...
그 속에서 어느 순간 대단한 녀석이 태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국내 개발사들은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요구가 거세지면 변화하겠지요. 그 저력을 믿어주고 지원해 주는 노력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에도 잠깐 언급되고 있지만, 게임의 참신함과 혁신적인 변화가 대중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참신함은 대중들의 시선을 모아 그 성장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대박을 일으키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대중성을 보장하는 요소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치밀한 기획과 분석속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현재 한국 게임계에서 필요한 요소는 기존 흥행 게임들에 대한 더욱 치밀한 분석입니다..
그냥 어줍잖게 베끼는 것이 아닌, 흥행요소에 대한 분석과 재구성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