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미를 마지막으로 본 그 날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비가 내리는 6월의 일요일 저녁. 말없이 나간 유미는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날 유미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현관에서 전송하러 나온 나를 향해 '잠깐 갔다올께'라고 말하던 유미의 얼굴. 울어서 지쳤는지 눈이 부어 있었고, 얼굴색도 창백해져 있었다. 그 전날인 토요일, 유미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소중한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끝없이 계속 울고 있었다. 부모님도 그리고 나도 유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미와 사치코 씨의 사이가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헤아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 상처가 깊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유미가 걱정되었으나 그 시간은 친구 집에라도 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보내느라고 연락하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그러나 22시가 지났는데도 유미가 돌아오지 않자, 부모님도 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당황해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유미도 이제 고교생이니까'라고 하셨지만 침착함을 가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가 가장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2시 30분이 되자 유미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부모님이 전화를 걸면 상대방도 걱정할 거라고 생각해서 내가 그 역할을 맡았다. 알고 있는 한도 내의 친한 급우들과 친구들, 그리고 산백합회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시마즈 요시노 씨와 토도 시마코 씨의 미안함, 그리고 걱정이 담긴 말에 다소 평정을 잃었다. 울고 싶어졌다. 그리고 오가사와라 사치코 씨, 유미의 '언니'인 그 사람의 집에도 전화를 걸어봤다. 전화를 받은 가정부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중개를 요청하면서.
그러나 전화에서 흘러나온 것은 사치코 씨의 어머니인 사야코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사야코 아주머니는 사치코 씨가 상태가 악화되어서 쓰러져 있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얘기해주었다. 일단 유미에 대해 물어봤지만 전혀 모르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사자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자 밤늦게 전화를 건 것을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걸고 있던 내 모습을 보고 있던 부모님은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수화기를 놓고 탁상시계를 보자 시간은 23시를 지나고 있었다. 다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소파에 앉은 채로 후들후들 떨고 있는 어머니, 침착하지 못한 상태로 현관과 현 장소를 왔다갔다하는 아버지. 그런 두 분에 대한 초조함을 억누르기 위해 나는 내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천정을 보았다. 싫은 생각이 머리 속을 지나가면 그 때마다 머리를 흔들어서 내쫓았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고 있자 어느새 일요일이 끝나고 있었다. 거실에 나오자 초췌해진 부모님이 계셨다. 내 모습을 확인하고서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경찰이 유미의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그 시간에 행동한 경찰이 말했다. 여고생의 가출 건이 많고 행방불명된 사람도 많다고. 그리고 쥐어짜듯이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은 내 마음에 허무하게 울려퍼졌다. 유괴했다는 협박전화도 없고 유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에다 사건성도 없다고 판단되자 사건범위는 점차 좁아졌다. 부모님은 초췌해져 있었지만 생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때때로 소파에서 울다 지친 듯 잠들어 있다. 아버지는 주무시지 않았지만 눈 아래에 기미를 만든 상태로 손님과 만나고 계시다. 나도 며칠 간은 학교를 쉬었지만 일 주일 정도 되자 학교에 가게 되었다.
매일 저녁마다 요시노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유미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이외에의 사람들에게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요시노 씨가 배려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배려가 고마웠다. 그리고 요시노 씨의 진지한 말에서 유미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요시노 씨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유미가 돌아오지 않은지 이 주일 후 사치코 씨가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고생이 매우 심했다고 요시노 씨가 말했다. 요시노 씨 말로는 야윈데다 텅 빈 눈을 하고 '유미..... 유미.....'라고 중얼거리는 사치코 씨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치코 씨를 만나러 가고 싶지만 그런 상태라면 둘 다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질질 끌리게 되고 말테지. 카시와기에게도 한 번 전화가 왔다.수화기에서 전해지는 유미를 걱정하는 말에 담겨진 진지함에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카시와기 주제에 라고 생각했다. 사치코 씨의 상태에 대해 물어 보았지만 현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야윌 대로 야위어 링겔로 영양을 공급받는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헛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타계한 후, 사치코 씨의 방에는 로사 키넨시스의 분재가 놓여졌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치코 씨의 시선은 무척 따스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한 달이 지났다. 장미의 잔재는 흩어지고 무척 맑은 여름 하늘이 펼쳐졌다. 부모님은 지금 전단지 배포 등을 하면서 유미의 행방을 쫓고 계시다. 반면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도 안고 있다. 나는 주인이 없게 된 유미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쿨러의 설정온도는 28도. 이것보다 낮게 하면 그 녀석은 항상 화내곤 했다. 유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미、나의 유미.....
침대에 뒹굴고 있던 사치코는 헛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몇 시간이라도, 몇 번이라도. 여위어진 팔에는 링겔의 바늘이 꽂혀 있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관을 통해서 노란 색의 액체를 흘려넣고 있다.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에는 생기가 없다. 그 머리카락을 리본으로 두 갈래로 묶고 있었다. 사치코의 시선 앞에는 로사 키넨시스가 있었다. 책상만한 크기의 분재에 한층 더 선명하게 피어 있는 붉은 장미. 그것은 사치코의 장미이자 유미의 장미였다. 사치코는 손을 뻗었다. 로사 키넨시스를 향해서. 붉게 핀 장미의 가지에는 로사리오가 걸려 있었다.
――이제 로사리오를 돌려주겠다니, 농담이 지나치구나. 유미는.
뻗은 손을 꽉 잡는다. 허공을 잡는다. 그리고 사치코가 미소지었다.
――그래, 그렇지? 응, 나도 널 좋아한단다.
텅 빈 미소를 짓는 사치코는 둥근 물체를 들어올렸다. 그것을 보고 미소짓는다. 그 둥근 물체, 백골화된 두개골은 사치코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레이니 블루의 어나더 스토리입니다. 매우 암울한 내용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충격을 받고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그 날은 어제까지의 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활짝 갠 장마가 끊긴 하루였다. 아침이다. 장미의 관 2층, 비스킷 문을 열고 그 앞에 있던 사람을 본 나는 놀랐다. 그 장소에 그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오늘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사실 그녀는 이유가 있어서 학교를 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멈춰버린 내 얼굴을 보고 그녀가 당돌하게 말했다. '레이, 미안해.'라고.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인 그녀는 내 틈새를 지나가서 문 밖으로 나갔다. 이유도 모르고 당황하고 있던 내게 대답할 틈도, 불러세울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사과의 의미를 안 것은 홈 룸 직후였다.
담임선생에게 불려간 나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연해졌다. 그것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그녀는 오늘 아침도 언제나의 장소에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듣지 못한 나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아연해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를 보고 있던 선생님의 미안하다는 시선이 어째서인지 무척 아파왔다. 어째서 그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단 말인가. 중요한 것 단 하나도. 내가 듣고 싶은 것은 그런 사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떠난 후에도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이 뺨을 적신다. 그것 때문인지 내 의식은 현실과 이어지는 것이 멈췄다. 무의식적이고 전혀 쓸모없는 그 소행은 내 안에서 아까의 선생님의 말을 반영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오가사와라 사치코 양이 학교에 퇴학신청서를 냈단다. 하세쿠라 양, 뭔가 들은 거 없니?"
유미가 내 방을 방문한 것은 비가 내리는 일요일 저녁이었다. 유미와 이렇게 단 둘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이렇게 보내고 있는 유미와의 시간은 지쳐 있던 내 마음을 온화하게 해 주었다. 가지고 싶다. 무척 소중한 느낌이다. 반면 내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안절부절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시간도 오랜만이니 그런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 때 그것은 요즘 나 자신이 유미에게 응석부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꺼림칙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미는 내 얼굴을 보고 '평안하세요'라고 쓸쓸하게 미소지으면서 말한 후,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내 방에서 소파에 앉은 유미는 쭉 몸을 숙인 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유미의 모습에 나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런 때 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편벽하고 고집이 센 나를 여동생으로 한 미즈노 요코 님이라면 분명 유미의 마음을 풀 수 있지 않을까. 나로서는 유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언니는 내 마음을 그렇게 용이하게 알고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언니 실격이 아닐까. 탁자에 있는 찻잔에서는 향기로운 향기가 방의 공간을 채우듯이 솟아오르고 있다. 유미를 위해 정중하게 타 놓은 얼 그레이. 언니다운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사과할 생각이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유미 앞에는 설탕 포트가 놓여 있다.
하지만 유미는 어느 쪽에도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나는 유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욕구. 유미의 목소리가 날 얼마나 기운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건강한 유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쾌할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웃고 싶었다.
나는 유미의 말을 듣는 것이 무서웠다. 나쁜 예감. 그것은 비과학적인 인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유미가 찾아왔을 때, 쓸쓸한 미소를 짓는 유미의 얼굴을 봤을 때, 그리고 아무 말이 없는 유미와 같이 있는 지금. 그것들 전부가 단 하나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것들 전부가 가시나무의 채찍이 되어 나를 책망해서 상처입힌다. 언제나처럼 히스테리를 일으킬 수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가민히 있는 유미를 향해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해!'라고 일갈을 낼 수 있다면 차라리 좋을 텐데.
나는 유미가 무서웠다. 유미의 일거수 일투족이 무서웠다. 어느 사이에 유미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왜 유미는 내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어느 정도로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찻잔을 손에 쥐었다. 목구멍 안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얼 그레이는 무척 차갑게 식어있었다. 분명 유미에게는 얼굴을 찡그리는 내가 보이고 있겠지. 하지만 유미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차가 완전히 식어버렸구나. 지금 다른 걸 넣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렴."
나는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인 채로의 유미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찻잔을 하나씩 양손에 쥐고 나는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로 가서 찻잔의 안을 비우고 뜨거운 물로 씻었다. 물을 담은 그것을 양손에 쥔 나는 소파가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돌아온 나를 고개를 든 유미가 응시했다. 유미의 시선이 내게 꽂혀왔다. 거기에는 즐겁다고 말하는 기색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래도 내게 있어서 유미가 나를 바라봐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유미와 마주보면서 찻잔을 탁자 위에 놓았다. 티 포트 안에 찻잎을 넣고 따뜻한 물을 따랐다. 내 모든 행동을 유미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는 왠지 긴장감을 금할 수 없었다. 찻잎이 열릴 때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포트의 뚜껑을 열어서 홍차로 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향기 높은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그 자극에 만족하고 티 포트를 들었다. 주홍색에 물든 황혼색의 액체를 따랐다. 유미 앞에 놓인 찻잔,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찻잔에. 포트에서 찻잔으로.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질 때 유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라고. 나는 그 목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티 포트를 기울인 채로 정면을 보면서. 정면에 있는 유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왜 그러니? 유미"
나는 유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마음 속의 긴장을 깨닫지 않게 하려듯이. 하지만 유미는 그 후 말을 끊었다. 유미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커다란 고통에 시달리듯이. 무릎 위에 놓인 유미의 양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런 유미의 모습이 내 눈동자에 전부 비쳐졌다. 그런 유미의 모습이 내 마음에 불안감을 안기고 책망하고 있다. 나는 포트를 탁자에 놓는 것도, 소파에 앉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유미의 손의 떨림이 멈췄다. 고통에 일그러진 유미의 표정에 약간의 힘이 깃들인 것처럼 보였다.
유미는 오른손을 껴입은 셔츠의 가슴 주머니에 넣고, 재빨리 거기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내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언니..... 이것을 돌려드리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내민 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로사리오였다. 나는 어떻해서든 말을 꺼냈다. 목소리가 간신히 끌어올려진다. 표정도 분명 그럴 것이다.
".....서툰 농담은 그만두렴. 유미"
하지만 그런 나를 슬픈 눈동자로 바라보던 유미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언니. 전 이제 안되겠어요." "왜......." "전, 언니..... 전......"
유미는 그렇게 말하고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눈을 크게 뜨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양손으로 로사리오를 나를 향해 내밀고 있다. 로자리오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의식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었다.
유미에게 거절당했다. 유미에게서 애정을 잃었다. 유미에게 미움받게 되었다.
그런 말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내 안에서 말기의 암세포처럼 증식되면서 나를 침식해 간다. 독기를 품은 그 말들이 내 내면을 상처입히고 내 의식을 죽이고 있다. 내가 믿고 있던 현실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나 자신이 멀어지고 있는 것을 강하게 실감했다.....
어느새 머리가 텅 빈 자신을 깨달았다. 그런 내게 『내』가 속삭인다. 유미가 내민 로사리오를 받지 않으면 유미는 영원히 여동생으로 있을 거라고.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다! 그래, 내가 이 로사리오를 받지 않으면 된다.
나는 회심의 기분으로 손뼉을 쳤다. 뭔가 멀어지면서 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손에 쥐고 있던 포트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그 소리에 유미는 눈을 둥글게 떴다. 뚝뚝 흐르는 눈물이 순간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것으로 됐다. 나의 유미에게는 눈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나는 말했다. 가장 즐거운 이야기를 전하듯이.
"유미, 넌 내 여동생이란다. 그 로사리오는 네 거야." ".....언니?" "알고 있겠지, 유미. 언니의 말은 절대적이란다. 너는 내 여동생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저는....."
유미는 또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로사리오를 쥔 손을 떨고 있다. 그리고 그 로사리오를 쥔 손을 되돌리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말을 듣지 않는 여동생이구나. 이런 여동생에게는 징계가 필요하겠지. 그래, 그런 거야. 그렇게 하자.
나는 유미의 손 안에서 떨리는 로사리오를 손에 쥐었다. 내 행동에 안심한 표정과 슬픈 표정이 겹쳐지는 유미. 나는 곧바로 그 로사리오를 유미의 목에 걸었다. 경직되는 유미.
그렇게도 기쁜 거니, 내개 로사리오를 받는 것이. 하지만 이것은 징계. 유미가 알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게 로사리오를 돌려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내 눈 앞에는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유미가 있었다. 어째서 뭔가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것도 잘 타일러주지 않으면 안되겠다.
"유미, 입가가 느슨해지고 있어. 나사 빠진 표정을 하는 것은 그만두렴.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유미의 목에 걸리고 있는 로사리오를 쥔 손에.
"로사리오를 내게 돌려주다니, 생각해서도 안돼.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고. 알겠니?"
그렇게 말을 계속하면서 로사리오를 쥔 손에 한층 더 힘을 가했다. 로사리오가 유미와 하나가 되듯이. 영원히 유미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듯이. 유미의 얼굴이 야무지지 못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딱 연 입으로부터 침을 늘어뜨려 보기 흉하게 격렬하게 숨을 쉬고 있다.
또 내가 말한 것을 모르고 있는 걸까. 한층 더 징계가 필요하다. 나는 그대로 힘을 계속 가했다. 실룩거리면서 얼굴 근육이 떨리는 유미. 유미의 손이 내 손목에 놓여서 강하게 잡았다. 양손목에 유미의 강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 평생 함께 하는 유미의 사랑을 이렇게라도 느낄 수 있다니. 손목에 아플 정도로 새겨지는 유미의 애정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이윽고 온몸을 떨고 있을 정도로 스스로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하던 유미가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손목에 느껴지던 강한 아픔도 없어졌다. 아무래도 유미는 자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한 채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동생이다. 야무지지 못하게 일그러진 표정도 유미가 반성한 결과라고 생각하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뜨여 있는 유미의 눈을 감겨주고 입도 살짝 닫아주었다. 손가락으로 눈물과 침을 닦아주고 소파 위에 재워 주었다. 유미의 타액이 묻은 손가락을 살며서 빨아 취했다. 손가락이 환희에 떨렸다.
.....사랑스러운 유미. 너무나 사랑스러운 얼굴로 자고 있구나. 외할머니에 관한 일이 끝나면 학교도 그만두자. 레이와 시마코와 요시노 짱과 노리코 짱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유미와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제부터 평생을 단 둘이서.
――언니, 좋아해요. 언제나 좋아하고 있어요.
내 귀에 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동자에 비치는 유미는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짓는다. 이제부터 유미의 미소는 나만의 것이다. 왜냐하면 유미는 내 여동생이니까. 나는 유미에게 대답했다. 만면에 미소를 띄고서.
목덜미에, 뺨에, 차갑고 가벼운 자극을 느낀다. 올려다본 어두운 하늘에 흐르는 검고 짙은 구름으로부터 똑, 똑 하고 비가 쏟아진다. 소나기가 내리면서 내 몸을 두드린다. 습기찬 머리카락으로부터 이마와 뺨에 빗물이 흘러내린다. 그것은 마치 눈물과도 같았다. 숙이고 있던 내 시선 앞에는 완만하고 고르게 된 작은 토산이 있다. 갈색의 흙이 비를 빨아들여서 요염할 정도의 광택을 발하는 흙덩이가 니에게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주저앉은 나는 작은 흙덩이를 한 웅큼 뜯었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그것을 굴리다가 부순다. 흙덩이를 만드는 하나 하나의 흙 알갱이가 매우 따뜻했고, 그리고 슬펐다. 손가락을 비비자 흙 알갱이가 훨훨 흘러넘치면서 떨어져 간다. 집게 손가락에 남은 흙의 조각을 빤다. 혀에 전해지는 씁쓸함은 생명의 맛인 것일까. 생명을 키우는 흙, 생명을 빼앗는 흙, 생명을 해방시키는 흙. 여러 생명을 빨아들인 흙은 씁쓸했고, 비를 빨아들인 흙은 아주 조금 무거웠다. 고개를 들자 눈에 빗물이 뛰어들어온다. 얼굴을 두드리는 비의 차가움이 현실을 희미하게 실감하게 해 준다. 비에 젖는 뺨을 한 줄기의 흐름이 막고, 그리고 섞인다. 나는 그것을 흙이 붙은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닦았다. 뺨에 묻은 흙은 비가 직접 씻어서 흘려주었다. 토산 위, 그리고 내 시선이 향하는 곳. 가지에 로사리오를 건 로사 키넨시스가 붉게 활짝 피어서 나를 상냥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 사야코 아주머님으로부터 받은 연락은 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통보였다. 전화기로부터 들려온 사야코 아주머님의 목소리는 의외로 건강하게 들렸다. 하지만 때때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가족을 잃은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사치코를 대신해서 나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일까. 라고 해도 그런 것을 곰곰히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전화를 끊은 직후 크로젯에서 나들이옷인 검은 색 슈트를 꺼낸다. 몸에 걸치고 있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단번에 벗고 속옷 차림인 채 얇게 화장한 후, 슈트로 몸을 감쌌다. 마지막에 분홍색 베이지의 루즈를 바르고 주위에 있는 것을 핸드백에 넣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구름 낀 하늘 아래에서 몸에 달라붙는 것 같은 습기를 많이 포함한 불쾌한 더위를 느끼면서 나는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서 할머님의 집으로 향했다. 한적한 주택가 안에서 우뚝 솟아있는 대저택이라고 할 수 있는 양관. 벨을 눌러서 방문을 알리고 대문으로 들어와서 초목이 자라고 살아 숨쉬는 뜰을 지나 저택의 현관으로 도달하는 동안에도 인적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은 가족만의 비밀장소였기 때문인 것일까. 저택의 입구에서 나타난 것은 카시와기 스구루였다. 사치코의 약혼자이자 동성애자. 그와 얼굴을 맞대는 것은 작년 리리안에서의 학원제 이후가 아닐까. 솔직히 얼굴을 맞대고 싶은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어, 요코 씨. 오랜만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상냥하게 미소짓는 카시와기는 고인을 애도하는 이 장소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경박하게 느껴져서 조금 불쾌했다.
".....오랜만이네. 그렇다 쳐도 그 웃는 얼굴은 어떻게 안 되는 건야?" "여전히 매우 엄격하시군. 반대로 이런 때이기 때문에 더욱 가장된 미소라도 짓고 싶지만." "이런 장소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필요없지 않아?"
쓴 웃음을 짓는 카시와기에게 나는 무정하게 응했다. 그러자 간단하게 표정에서 미소를 지운 카시와기는 진지해진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렇지. .....안에서 숙모님이 기다리고 계셔. 그럼." "응, 고마워." 복도를 지나 거실에 도착했다. 하얀 꽃에 둘러싸인 제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상복 차림의 사야코 아주머님은 거기에 앉아있다. 내 모습을 보자 아주머님은 허겁지겁 일어서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주머님, 이번 일은 애통함을 금할 수 없군요......" "고마워요. 요코 양. 할머님을 만나러 와줘서." "예."
할머님이 모셔진 제단은 결코 웅장하고 미려하지도 호사스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매우 정중하고 애정이 흘러넘치게 만들어져 있었다. 향이나 분향 등이 없어서 나는 위패 앞에서 잠시 묵도했다. 그 후 사야코 아주머님과 카시와기가 있는 탁자에 돌아온 나는 쭉 생각해 왔던 의문을 던졌다.
"아주머님, 사치코는 어떻게 된 거죠?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내 말에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한순간 침묵이 감돈 후, 사야코 아주머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탁합니다, 요코 양. 사치코를 만나주세요."
닫힌 문을 앞에 두고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치코와 자매의 인연을 맺고 사치코에게 초대되어 몇 번이나 방문했던 이 장소. 나를 향해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면서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문을 열어 나를 초대해준 방. 여기에 찾아올 때는 언제나 사치코가 옆에 있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고리에 손을 뻗어서 걸치려다 주저한다. 놋쇠로 만들어진 단순한 구조의 문고리. 지금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 별달리 달라지지 않은 그것이 어째서인지 내 방문을 거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니, 거기에 손을 뻗고 싶지 않은 것은 내 의사인 것일까. 가슴 속에서 카시와기와의 대화가 지나갔다. 나를 데려다주는 역을 맡은 카시와기. 그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으면서 조수석에 앉은 내게 자세한 경위를 말했다.
".....사치코가 리리안을 그만두었다고!?" "그래.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숙모님과 숙부님조차도 알지 못했어. 물론 나조차도. 어제 장례가 끝났고, 그 때까지 다들 바빴기 때문에 누구도 삿짱에게 신경쓰지 못했지." "그래서 사치코는?" "숙모님 말에 의하면 확실히 최근 쭉 삿짱의 상태가 이상했다고 하시더군. 하지만 숙모님은 할머니의 일로 머리가 가득해서 삿짱의 자세한 상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지만....." ".....지만?" "요코 씨도 알고 있겠지. 유미 짱 말야." ".....그래." "유미 짱이 없어졌던 날, 유키치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 숙모님이었어. 그렇게 말하자면 그 때부터 삿짱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숙모님이.." ".....유미 짱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분명 가 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몇 번이나 사치코에게 전화를 걸어봤어. 하지만 사치코는 항상 없었지. 틀림없이 할머님의 일로 무척 바빠서였다고 생각했는데." "응. 삿짱 본인이 학교와 할머님의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요코 씨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애매한데. 분명히 말하라고." ".....삿짱, 전화가 오거나 손님이 와도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방을 나온 적이 없는 것 같아. 거기다 삿짱을 몇 번이나 할머님이 계신 병원까지 데리고 간 적도 있었지만 그 때 그녀가 헛소리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유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돌아가야.....』라고." "에? 뭐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그 후 사용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어. 숙모님께서는 모른다고 말씀하셨지만 이전에 유미 짱으로 보이는 사람이 삿짱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는 모양이야." "그 두 사람은 자매야.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닌데....." ".....요코 씨. 그게 유미 짱이 행방불명된 날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차 안에서 그는 한 번도 나를 보지 않고 쭉 앞을 향한 채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 나에게 표정을 눈치채이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나로부터 몇 걸음 뒤에서 멈춰서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그 자신의 억측이다. 그런 거에 혹해서 사치코를 믿지 못하게 될 리가 없다. 나는 내심 기분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배후를 향해 말을 걸었다.
"사치코는 이 안에 있는 거지?"
내 질문에 응해서 배후로부터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는 내가 잘 아는 경박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쾌활함이 조각 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틀림없어. 아까 사용인에게 물어봤지만 계속 방에 있다고 말했으니까. 게다가" "게다가?"
그렇게 말하고 내가 돌아보자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그는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인 채로 시선만을 이쪽으로 향하고 입을 열었다.
"차 안에서도 말했지만 삿짱은 이 방에서 거의 나온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분명히 있을 거야." "그래....."
나는 재차 얼굴을 사치코의 방쪽으로 향했다.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주먹을 쥔다. 쥐어진 주먹이 떨려온다. 그 떨림을 억제하듯이 다시 한 번 꽉 주먹을 쥐고 그것을 가슴팍으로 올렸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메마른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나는 문을 향해 말을 건넸다.
"사치코, 나야. 문 좀 열어주렴."
그리고 침묵. 잠시동안 계속되는 정적. 이윽고 내 시선 앞에서 문고리가 움직였다.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부드럽게 미소짓는 사치코의 얼굴이 보였을 때, 나는 말이 막혔다. 여위어진 사치코의 얼굴에는 내가 알고 있던 고상한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대신 퀭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가 마음에 꽂힌다.
"평안하세요. 놀랐어요, 언니. 무슨 일이시죠?" "사치코....."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사치코를 향해서 미소짓고 있을까. 그런 내면의 생각은 제쳐두고 나는 사치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야코 아주머님께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단다. 그리고 사치코가 없어서 걱정되서 카시와기 씨에게 안내받았어."
그렇게 말한 나는 고개만 뒤로 돌려서 카시와기를 보았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달리 잘 어울리는 상쾌한 미소를 사치코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내 뒤에 시선을 향하는 사치코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스구루 오라버니. 미안해요. 저, 언니와 이야기 하고 싶어요. 잠시 거실에서 기다려주실래요?' "알았어, 삿짱. 그럼 나중에 보자. 요코 씨도....."
카시와기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보이면서 떠났다. 떠날 때 한순간 시선이 얽혔다. 그 순간만큼은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사치코에게 시선을 향했다. 카시와기가 떠나고 눈 앞에 있는 사치코의 얼굴을 잘 보니 확실히 지치고 야위어 있지만 그녀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이 사치코에 대한 나의 인상을 깎아내렸을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사치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까 인사드리긴 했지만 할머님의 일은 정말 애통하게 됐구나. 사치코도 큰일이었겠지."
내 말에 사치코는 고개를 숙이고 쓸쓸하게 미소짓는다.
"언니,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하지만..... 사치코....." "언니, 이런 데서 서있지 말고 방으로 들어오세요. 자, 어서."
사치코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내 손을 끌어당겼다. 아까까지는 여윈 얼굴에 놀라서 거기에만 눈이 가 있었지만 깨닫고 보니 사치코는 제복 차림인 채였다. 그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대로 들어갔다. 들어온 순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름철의 생활 쓰레기와도 비슷한 불쾌한 냄새. 하지만 눈 앞의 사치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태연하게 걷고 있다.
"언니, 아무쪼록 그 쪽에 앉으세요."
사치코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소파가 보였다. 나는 사치코가 가리킨 그 쪽으로 향했다. 악취가 몸에 얽혔지만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발 한발 나갈 때마다 악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콧구멍 안쪽이 근지럽고, 목 안쪽에서 시큼한 것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소파에 앉는다. 쿠션이 들은 매트에 허리가 기대지면서 내 체중을 감싸 준다. 눈 앞에 탁자에 놓인 작은 꽃병에는 로사 키넨시스가 심어져 있다. 나는 사랑스러운 그 꽃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후각을 침범하는 악취를 참고 있었다. 잠시 작은 꽃병의 로사 키넨시스에 눈을 빼앗기고 있던 중 무언가를 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켠다고 말하기보다 질질 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치코가 있는 방 안쪽에 있는 침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결코 이 악취 때문이 아니다. 하물며 카시와기의 차 안에서 들은 이야기 때문일리도 없다. 내가 오한을 느낄 필요성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사치코를 믿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 소리를 확인하러 가고 있는 것일까. 희미하게 떨리는 팔을 억제하면서.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맡기고 사치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좋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내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질질 끄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반쯤 숨을 들이마셔서 지탱하려는 듯이 나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옮겼다. 호텔의 스위트 룸처럼 소파가 있는 공간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치코의 침실. 그 곳에 도착한 나는 거기서 사치코의 목소리를 들었다.
"언니도 참, 뭐하시는 거예요?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데."
나는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언니가 오셨으니까 유미를 데리러 가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사치코는 사람이 탄 휠체어를 끌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유미도 너무하다니까. 자기 발로 걸으려 하지 않으니. 이 아이도 참."
휠체어 위에 앉혀진 소녀에게는 생명의 따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트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은 물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완전히 나에게 응석부리고 있구나. 자, 유미. 요코 님이 오셨어."
가슴팍에 빛나는 로사리오가 내 눈에 비치고 있다. 거기에는 유미 짱이 변해 버린 모습이 있었다.
".....요코, 요코!"
고막을 두드리는 그 소리에 시야가 열리자 눈 앞에는 사토 세이와 닮은 얼굴이 보였다. 그 옆에는 토리이 에리코가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주위에 가득 차는 춥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원한 공기가 이 몸을 자동적으로 떨리게 했다. 나는 간신히 생각해냈다. 친구 두 사람이 틀어박혀 있던 나를 억지로 권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고 말한 것을. 내리쬐는 태양은 용서라는 것을 잊고 있고, 어두운 곳에 깃들이고 있던 나에게는 조금 가혹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듯, 윈도우 쇼핑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땀을 흘리고 있는 냉커피의 유리를 만진다. 촉각적 자극이 피부를 통해 신경으로 전해진다. 뇌에서 그것을 인식해서 자극과 차갑다는 어구를 연결시킨다. 그리고 나는 잔이 차가워진 것을 알았다. 그런 흐름들이 심하고 완만해서 신경전달이 둔화하고 있다. 둔화, 아니다. 그것은 마멸이다. 내가 제 정신을 되찾자, 안심했는지 에리코와 세이가 대화를 다시 하고 있는 것 같다. 화제는 변함없이 후배들에 대한 것이다. 한 송이의 장미와 그 중심이 빠진 장미의 관은 완전히 생동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 평소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거워하는 에리코와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세이의 말에서 그런 경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 그 아이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약한 소리를 하다니, 좀 심각한 일이야." "학원제의 실무작업에 대해서 시마코가 뭔가를 알고 있을 리도 없으니까. 작년까지의 일을 알고 있는 레이에게 맡기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역시 우리들이 나서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겠지?" "원래대로라면 졸업생이 나서는 것은 규율에 어긋나지만 이번은 어쩔 수 없겠지. 우리들도 시마코에게 잘 말해둘테니." "그렇구나. 과보호인지도 모르겠지만 요시노 짱에게도 여러 가지를 맡길 필요가 있으니까." "요시노 짱이라면 괜찮아. 그 아이는 에리코와도 싸울 수 있는 강한 아이니까." "후후,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의 대화가 멈췄다. 침묵과 동시에 주위의 소란이 귀에 들려온다. 수도 꼭지와 유리의 얼음이 녹았다. 잠시동안의 침묵과 소란이 흐른 후 그것들을 깨뜨리듯이 뛰어든 것은 한숨 섞인 에리코의 중얼거림이었다.
"결국 유미 짱은 어떻게 된 걸까?"
그 말에 뺨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에리코 옆에 있던 세이가 빨대로 아이스 티를 휘저으면서 중얼거렸다.
"벌써 한 달 이상 지났구나....."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에리코와 세이는 함께 나를 보고 있다. 단지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사치코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 그걸로 된 거다. 도리어 이 두 사람에게 털어놓으면 아무래도 편하게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사치코는 사랑스러운 후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유미 짱이야말로 두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스러운 후배다. 무엇보다 그런 사치코의 상태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내 갈등과는 다른 곳에서 두 사람의 한숨 섞인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쑥쑥 위가 상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하지만 그 아픔 덕택에 어떻게든 현실과 나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 화제를 떨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간절한 소원이었다. 하지만 표정을 죽인 채로 있던 내 소원이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보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통한 것일까.
"저기 요코, 사치코의 상태는 어땠어?"
세이의 말이 순수하게 사치코를 걱정하고 있는 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노력해서 평정을 가장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낙심해서 매우 괴로운 것 같았어."
냉커피의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은 매우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내 심정에 응하듯이. 그러자 에리코가 이어서 말했다.
"레이도 말했지만 한 번 사치코의 집에 문병을 가보자. 어때, 요코?"
나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뺨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지 않을까. 에리코의 말에 다른 뜻은 없다. 아까까지와 같이 재미있어하는 기색도 없다. 숨기고 있는 것은 내 쪽이다. 내 멋대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하지 않고 있어. 사치코는. 마음고생이 무척 심해서 컨디션까지 무너진 상태야." "그래..... 그랬구나. 사치코가 가장 괴로울테니."
내 말에 따른 에리코의 중얼거림은 확실히 사치코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말의 구석에서 뭔가 다른 의도를 느껴 버린다. 나는 친구들조차 믿지 못하고 있다. 사치코 때문에. 사치코의 편은 나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침묵하고 있던 에리코와 나 사이에 그런 말을 흘린 것은 세이였다. 세이는 그대로 말을 계속 했다.
"유미 짱 말인데, 사치코는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세이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그건 잘 알고 있다. 나는 조금 전까지와 같은 상태로 가볍게 흘리면 된다. 그것도 잘 알고 있다.
".....사치코는, 사치코는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멍청히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번져 간다. 눈동자에서 눈시울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그 눈물과 함께 이제까지의 세월을 보낸 미즈노 요코라는 껍데기가 벗겨지고 떠나는 것을 나는 실감했다. 나는 무력했다. 육감도 머리도 좋은 두 사람은 뭔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면서 무너지는 내가 진정할 때까지 두 사람은 말없이 거기에 있어 주었다.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이 동시에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냈다. 그리고 얼굴을 마주보는 에리코와 세이. 두 사람이 내민 티슈를 오른손과 왼손에 동시에 받으면서 한 장씩 꺼내 각각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희미해진 시야의 끝에 쓴웃음을 띄우는 에리코와 세이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두 사람의 친구와 함께 이 얼굴에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것일까. 그 후 특별히 대화를 주고받지도 않고 우리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갔다. 황혼기의 하늘 아래에서 대낮의 더위는 약간 누그러지고 있었다. 헤어질 때 등을 돌린 에리코가 불쑥 중얼거렸다.
"억지로 묻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말해 줘."
거기에 이어서 세이도 같은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들은 요코의 편이니까."
두 사람의 말은 너무나 두 사람 답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가장 나 답지 않은 것은 지금의 나일 것이다. 나는 나 다운 나를 그 장소에 그대로 두고 와 버렸다.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지 어떨지 지금은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분명 돌아올 수 없다. 한 번 더럽혀진 손은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으니까. 나는 두 사람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들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헤어졌다. 터벅터벅하는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황혼의 날을 받으면서 돌아가는 나는 혼자였다.
"사치코의 언니는 나밖에 없으니까....."
석양을 받는 아스팔트가 희미하게 번져 보였다.
사치코가 자고 있는 옆에 로사 키넨시스의 큰 분재를 둔 것은 적어도 사치코의 옆에 있게 하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바보 언니라고 하겠지. 사람 하나가 들어가는 크기의 분재에 세 개의 로사 키넨시스를 심고 있다. 한 가운데의 나무에 작은 꽃병의 장미를 접목하고 거기에 유미 짱의 로사리오를 걸었다. 로사리오와 장미는 유미 짱의 묘비. 거기에는 유미 짱이 있다. 나로서는 유미 짱에게 그 정도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니, 이것도 유미 짱에게 매우 심한 모독일 것이다. 그래도 좋았다. 사치코가 날마다 웃으면서 보낼 수 있다면. 지금은 사치코를 좋아해주는 유미 짱에게 응석부릴 수밖에 없었다. 유미 짱이 아무 말 없이 사치코를 지켜봐주고 있는 것처럼.
――유미 짱이 변해 버린 모습을 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상상은 있을 수 없는 현실로서 내 앞에 모습을 보였다.
"언니, 왜 그러시죠?"
야윈 뺨에 미소를 짓고 있는 사치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 휠체어에 앉은 유미 짱을 향해 미소지었다. 사치코의 손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다.
".....그래, 그랬구나. 확실히 놀랐구나, 유미."
사치코의 말은 마치 유미 짱이 뭔가를 말하고 거기에 대답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방에 충만한 악취는 확실히 유미 짱에게서 나고 있다. 선 채로 경직된 나는 사고가 혼란스러워져 있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사고? 아냐, 틀려. 상식과 비상식, 현실과 상상, 사실과 허구.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치코와 지금 눈 앞에 있는 사치코. 생전의 유미 짱과 눈 앞에 있는 유미 짱의 차이. 사치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사치코가 하는 말을 알 수 없다. 나는 이렇게 된 상황에서 어떻게 사치코를 대해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이 어지럽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도망치고 싶었다. 오른쪽으로 돌려서 나가면 그것은 용이하게 실현된다. 하지만 나는 사치코의 언니였다. 다른 사람이 내버려둬도 나만큼은 사치코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저기, 사치코. 그건 뭐니?"
미소를 짓고 있는 사치코의 표정은 내 질문을 받고도 변함이 없었다. 사치코는 유미 짱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내게로 향한다. 머리에 혈관이 떠올라서 맥박이 뛰고 있다.
"그거, 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언니"
나는 물어보는 방법을 바꿨다. 보다 직접적으로.
"어째서 행방불명된 유미 짱이 그런 모습으로 거기에 있는 거니?"
사치코는 내 말이 이상하다고 말하듯이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치코는 미소가 가득한 표정인 채로 대답했다.
"결정했어요. 우리들은 자매로서 둘이서 살아가겠다고. 그래서 유미는 여기에 있는 거예요.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도록. 아, 하지만 언니는 예외예요. 언니가 오셔서 유미도 이렇게 기뻐하고 있으니까."
사치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쭈그려 앉아 유미 짱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창백한 입술과 유리공처럼 빛을 잃은 눈동자, 그리고 청록색의 곰팡이가 피어 있는 피부가 한번에 내 시야에 들어온다. 사랑스럽게 유미 짱을 바라보는 사치코 옆에서 나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둔 거니?"
가슴앓이 때문에 찡그려진 눈썹을 그대로 한 채로 내가 묻자, 사치코는 천천히 말했다.
"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년이 다른 유미와는 언제나 함께 지낼 수 없으니까요. 원래 학교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우리들은 엇갈리고 만 거예요. 엇갈림이 없으면 유미가 로사리오를 돌려주는 바보짓을 할 일도 없잖아요?"
사건의 계기를 알 수 있었다.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일.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일. 사치코의 말에 격앙된 나는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그래서 너는 유미 짱을 죽인 거였구나."
곁눈질로도 사치코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이 붉은 빛을 띈다. 사치코를 보니 점점 미소 이외의 표정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순수한 분노였다. 너무나도 사치코 다운 생생한 분노였다. 용수철 인형이 튀어오르듯이 격렬한 분노를 눈동자에 담으면서 사치코가 말했다.
"유미를 죽였다고요!? 유미의 눈 앞에서 그런 폭언을 하다니, 언니라도 용서할 수 없군요. 여기에 건강한 유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치코, 잘 봐. 유미 짱과 마주 보렴. 유미 짱은 죽어 있어. 이미 오래 전에." "싫어, 언니야말로 어째서 심한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미는 살아있어요! 지금도 이렇게 여기에 웃으면서 내 곁에....."
사치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필라멘트가 끊긴 전구처럼 힘을 잃고 쓰러졌다. 휠체어에 기대고 있는 유미의 시체 위에. 마치 유미 짱이 쓰러지고 있는 사치코를 받아주듯이. 하지만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사치코의 체중을 받아주던 유미 짱의 팔이 무너지면서 검푸른 썩은 육질이 사치코의 하얀 팔과 뺨에 휘날린다. 나는 당황해서 주저앉으면서도 사치코를 받아주었다. 그 때문에 유미 짱의 파편이 나에게도 붙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타오르듯이 뜨거운 사치코의 몸. 정신을 잃었으면서도 구슬 같은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나중에 생각해봐도 이 때의 나는 용케도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서는 적어도 상식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신경이 도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치코의 몸을 안고 소파에 눕힌 나는 욕실에서 손수건을 적시고 그것으로 사치코에게 달라붙은 육질을 닦았다. 무너지는 것 같은 감촉과 유황이 썩는 것 같은 악취에 구토할 것 같았지만 그런 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사치코의 몸을 깨끗이 닦고 크로젯에서 부드러운 내의와 잠옷을 꺼낸다. 사치코를 감싸고 있는 땀투성이의 옷을 하나 하나 벗기고 새 내의와 잠옷을 입힌다. 완전히 드러난 사치코의 몸은 완전히 여윌 대로 여위어서 가슴팍은 늑골과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목욕탕에서 육질을 씻은 나는 그대로 거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우아하게 탁자에 앉아 있는 카시와기의 모습이 있었다. 성큼성큼 접근하는 나를 눈치챈 카시와기는 일어서서 괴이쩍은 얼굴을 한다. 나는 그 가라앉은 왼뺨에 마음껏 손바닥을 날렸다. 메마른 소리가 들린 순간 공허함이 그 자리를 지배한다. 얼굴을 들어올린 카시와기의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남아 있다.
".....적어도 이를 악물 틈은 갖고 싶었어. 요코 씨."
카시와기는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냈다. 티슈에 토해낸 타액에는 붉은 것도 섞여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사소한 일이었다.
"아직 모자라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어서 와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뒷꿈치를 돌렸다. 반 걸음 늦게 발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정면을 향하면서 그 발소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알고 있었지?"
발소리의 주인은 내 질문에 태연하게 대답한다.
"어렴풋이는. 하지만 실제로 확인하지는 못했어." "아주머님과 가족들, 집안의 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알고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냄새는 숨기지 못하니까." "그러면 왜?" "오가사와라가에 누가 되니까."
나는 거기서 멈췄다. 뒤에서 오는 발소리도 멈춘다.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손바닥을 날렸다. 아까보다 큰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얻어맞은 쪽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찡그린 얼굴을 들어올렸다. 눈동자에 비치는 얄미운 얼굴이 번져 간다.
"오가사와라가 뭐야! 사치코는 어떻게 돼도 좋은 거야!?"
그렇게 외치면서 눈물이 고이는 눈을 손등으로 닦았다. 격하게 호흡하면서 시야가 개인 눈동자로 표정이 사라진 얼굴을 찾아낸다. 내 시선을 받은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삿짱을 소중하게 여기고 걱정하고 있어. 유감이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집안이 아니야."
나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돌아섰다. 그리고 발을 옮기려고 할 때 카시와기가 중얼거렸다.
"그래서 우리들은 요코 씨를 부른 거야. 오로지 삿짱만을 생각해주는 사람을."
나는 그 말에 응하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다. 카시와기도 한 발 늦게 뒤를 따랐다. 몇 걸음 나아가자 나는 입을 열어서 뒤의 발소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사용되고 있지 않은 청결한 침실은 있어?" "응접실이나 예비용 방이 몇 개 있어." "거기로 사치코를 옮기자. 이 방은 쓸 수 없어. 근데 소각로는 있어?" "쓰레기 처리용이 있기는 한데..... 설마, 요코 씨?"
카시와기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걸어가면서 사치코의 방 앞에 다다른다. 문고리에 손을 대는 도중 나뭇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나는 입을 열었다.
"나를 불렀으니 사치코는 내게 맡겨두도록 해. 무엇을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사치코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사치코가 죄값을 치르게 될 때까지."
거기서 말을 멈추고 고개만을 뒤로 향했다. 한순간 기가 죽은 카시와기의 얼굴을 향해서 말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화분을 준비해줘. 거기에 로사 키넨시스를 심을 거니까. 그리고 자와 가위, 톱도. 사치코와 유미 짱을 생각한다면 나를 도와줬으면 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카시와기의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한 번에 문고리를 돌렸다.
투명한 관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똑 똑 떨어지는 액체의 감각만이 이 장소에서 유일하게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시간을 새기는 물시계는 아까까지는 노란 색의 액체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그 대신 투명한 그것이 사치코를 지탱해주고 있다. 투명한 관이 사치코에게 연결되어 항상 생명을 유지해주고 있다. 침대와 로사 키넨시스의 분재 이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 방. 단순하지만 세간 하나 하나는 매우 호사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방 안에서 너무나 큰 분재는 아주 조금, 아니 상당히 위화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치코에게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사치코는 언제나 퀸 사이즈의 침대의 구석에서 자고 있다. 로사 키넨시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을 뻗으면 가지에 걸려 있는 로사리오에 닿을 수 있다. 그것을 만질 때의 사치코는 매우 화려하게 미소짓는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하루에 한 번 그런 사치코를 보는 것이 내 일과였다. 일과라기 보다 내가 바라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사치코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사치코가 외롭지 않게. 자고 있는 일도 많았지만 사치코가 깨어 있을 때 내가 얼굴을 내밀면 언제나 따스하게 미소지으면서 맞이해 주었다. 아마 내가 없어도 사치코는 외롭지 않겠지. 사치코의 곁에는 언제나 유미 짱이 있으니까. 사치코는 언제나 둥근 것을 안고 자고 있다. 마치 아이를 안고 있듯이 소중하게. 마음에 드는 봉제인형을 안고 있듯이 상냥하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듯이 약하면서도 외로움을 달래면서. 유미 짱의 두개골을 안고 잠들어 있다.
사치코의 방의 침대에는 썩은 액체가 배어들고 있다. 분명 사치코는 유미 짱과 몇 번이나 잠자리를 함께 했을 것이다. 따스함을 잃은 유미 짱과의 잠자리에서 사치코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잠들기 전에 유미 짱의 옆 얼굴을 바라보면서 편안한 심정이 되었을까. 카시와기와 함께 사치코를 사용하지 않는 객실로 옮긴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금의 사치코에게서 유미를 떼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미 짱을 약해진 사치코의 곁에 두는 것은 사치코 자신의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유미 짱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너무나 잔혹한 일이었다.
나는 욕실에 가서 세면대의 거울을 보고 얼굴과 팔에 묻은 썩은 즙과 육질을 씻어냈다. 고개를 들자 거울이 향하고 있는 쪽에 수건을 가진 카시와기가 있었다.
"레이디가 욕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상당히 예의가 없는 거 아냐?" "레이디라면 욕실을 사용할 때 문 정도는 닫아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나는 문을 연 채 얼굴을 씻고 있었다. 변명을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말없이 그의 손에 있는 수건을 받아 물기가 묻은 뺨과 얼굴을 닦았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카시와기는 두꺼운 마스크와 목장갑을 건네주었다.
"삿짱의 트레이닝복이라도 빌려두도록 해. 모처럼의 슈트가 더러워지니까."
그렇게 말하는 카시와기의 모습은 어느 틈에 갈아입었는지 긴 소매의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침실에 있는 크로젯으로 향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악취가 완화되어서 호흡이 무척 편하게 느껴진다. 크로젯 안에서 상태가 좋은 사치코의 트레이닝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을 손에 들고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 앞에 서 있는 카시와기가 내 모습을 보고 공손하게 문을 연다.
"엿보지 마." "물론이지. 나도 목숨이 아깝거든."
아니꼽게 미소짓는 그의 코 앞에서 나는 문을 닫았다.
몸에 착용한 트레이닝복은 고무 덕택에 웨스트는 괜찮았지만 옷자락과 소매가 좀 길었다. 벗은 슈트를 보자 여기저기에 묻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외출복이지만 어쩔 수 없다. 문을 열자 입구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그 문을 연 장본인인 카시와기는 손에 커다란 검은 폴리에틸렌 자루를 몇 장이나 가지고 있었다.
"이야, 잘 어울리는데. 요코 씨." "정말 입버릇이 나쁜 사람이군, 당신은." "그렇게 말하는 요코 씨야말로 입이 험하잖아." "흥."
피식 웃는 카시와기는 손에 든 검은 폴리에틸렌 자루를 한 장 꺼내면서 말했다.
"여기에 슈트를 넣어. 책임지고 세탁해줄 테니까." "됐어.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얼마 되지 않는 성의지만 숙모님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줘. .....이런 걸로 사과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어울리지 않게 자조적으로 그렇게 말하자, 나는 말없이 폴리에틸렌을 받았다. 입구를 열고 슈트를 넣고 재빨리 입구를 닫는다. 고개를 든 나는 카시와기에게 물었다.
"사치코의 상태는?"
이미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 정신을 잃고 있어. 단지 열은 역시 높아. 가정부에게 부탁해서 주치의를 부르게 했어. .....괜찮아. 쓸데없는 건 말하지 않을 거니까. 선생님이 오시면 내가 대응하도록 할께." "부탁한 것은?" "아까 가정부에게 부탁해서 부탁한 대로의 화분과 로사 키넨시스를 세 개 주문했어. 오늘 저녁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해. 소각로도 청소하게 했어. 물론 각자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그리고 물건은 그 자리에."
그렇게 말하고서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대접용 탁자에는 자와 가위, 톱 등의 도구류와 크고 작은 비닐봉투들과 다량의 신문지가 있었다. 그것을 본 후 유미 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미 짱 앞에 섰을 때, 뒤에서 따라오던 카시와기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부러 재미없게 말했다.
"카시와기 씨, 유미 짱을 욕실에 데리고 가고 싶은 거야?"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은 것이 그의 위신에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말없이 휠체어의 뒤로 가서 천천히 그것을 끌기 시작했다. 정중하게 하는 그 태도는 유미 짱에게의 애도의 표현일 것이다. 나는 조금은 그를 다시 보았다. 욕실 입구에 도착하자 카시와기는 발을 멈추었다. 그는 미묘한 표정으로 돌아보면서 말했다.
"역시 나 혼자서 하겠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시와기 씨." "유미 짱이 죽은 것은 삿짱 때문이지만 유미 짱을 이렇게까지 내버려둔 것은 오가사와라가의 책임이야. 요코 씨를 말려든게 한 것은 역시 잘못되었어. 그리고 나는 오가사와라의 사람이자 삿짱의 약혼자....." "부모님이 결정한 거겠지. 나는 내 의지로서 사치코를 여동생으로 맞이한 거야. 여동생을 이끄는 것은 언니의 책임. 사치코가 죄를 범했다면 나는 사치코가 죄값을 치르게 하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 유미 짱도 나에게는 여동생이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스크 너머로 미소지었다. 분명 카시와기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러자 카시와기는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유미 짱이 없어진 후 유키치에게 전화를 걸었어. 그 때는 단지 유미 짱이 걱정되어서 그 녀석을 격려하려고 생각했을 뿐이었지. 설마 정말로 이렇게 되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말이야. 사실을 깨닫게 되자 그 녀석을 대할 낯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 그 녀석에게 분노에 찬 고함을 들어도, 얻어맞아도,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 .....다만 적어도 유미 짱을 위로해주고 싶어."
카시와기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을 끝내고 어깨를 떨구는 그에게 나는 조용히 말을 걸었다.
"카시와기 씨.... 고마워. 하지만 이제부터 할 일은 유미 짱과 유미 짱의 가족에게 너무나 모독적인 짓이야. 나에게도 유미 짱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강하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살아있는 사치코를 일어서게 하지 않으면 안돼. 그것을 위해 유미 짱을 더럽히고 유미 짱의 힘을 빌리는 거야. 나도 심한 짓이라고 생각해. 분명 세이와 에리코, 레이와 요시노 짱과 시마코가 안다면 크게 화를 내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그렇다면 역시 내가"
분발하려는 듯이 말하는 카시와기. 그는 머리는 좋지만 어딘가가 바보같은 면이 있다. 그런 그를 보고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바보같네. 그래서 내가 하겠다는 거야. 당신은 이제부터 의사 선생님과 가정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일부러 이런 걸 할 여유가 없잖아. 안까지 옮기는 것이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서 갈아입는 쪽이 좋아. 될 수 있으면 샤워도 해두는 것이 좋겠어. 분명 당신도 악취가 날 거니까. 그리고"
몹시 놀라는 카시와기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리고 뭐지?"
그 말에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유미 짱은 한창의 레이디야. 남자에게 알몸을 가볍게 보여줄 수는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은 나를 카시와기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이윽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씁쓸한 기색을 띄웠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요코 씨."
그 사죄의 말을 흘려버리듯이 나는 그런 카시와기에게 말했다.
"사과할 필요 없어. 당신에게도 충분히 일거리를 남겨 둘테니까. 의사 선생님이 가셔서 일단락되면 곧 돌아오도록 해. 그리고 냄새제거제와 탈취제도 있는대로 준비해 줘. .....아까 말한 것 잊지 않겠지?" "그래. 나는 요코 씨를 돕겠어. 유미 짱과 삿짱을 위해."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 카시와기에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
"그러면 머뭇거리지 말고 어서 유미 짱을 욕실에 들여놓도록 해."
쓴웃음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는 카시와기를 무시하고 우리들은 천천히 유미 짱을 옮겨 놓았다. 세면대가 있는 탈의실을 지나쳐서 욕실의 입구에 휠체어를 멈추게 했다. 둘이서 욕실의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그리고 거기에 유미 짱을 눕혀놓기 위해 나는 발목을 잡고, 카시와기는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넣으려고 했다.
포동포동한 물풍선 같은 감촉이 손에 걸린다. 힘을 조금이라도 세게 넣으면 피부가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에 사치코가 의지했던 팔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오는 구토감을 어떻해서든 억제하려고 고개를 들자 카시와기도 매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카시와기의 눈을 보고 침묵했다. 이런 데서 좌절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이미 나는 손을 더럽히고 말았으니까. 힘을 넣으려는 듯이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엇, 차!"
나와 카시와기에게 들어올려진 유미 짱의 허리는 아무래도 이 기후 때문에 완전히 부패한 것 같다. 들어올려지자 헐렁헐렁한 감촉과 함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유미 짱의 몸을 감싸던 셔츠에 검푸른 즙이 스며들어 스커트 틈새로부터 뚝뚝 육질이 썩은 즙을 수반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에 검푸른 곰팡이가 떠오르면서 정강이의 근육도 너덜너덜해졌고, 잡으면 목장갑을 낀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썩은 즙이 튀어 나온다. 튀어오른 것들이 뺨에 달라붙는다. 발작적으로 그것을 빨아 취하려다가 당황해서 그 충동을 떨쳐버린다. 몇 겹으로 깔린 신문지에는 시커먼 오물이 퍼져서 물들여져서 극도의 불쾌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 전부를 오감으로 단숨에 느겼다. 오감이 전부 연결되면서 그것이 인식으로 변한다. 한순간 무언가가 스쳐간다. 나는 대기를 뒤흔들 정도의 비명을 질렀다.
푸르른 생명의 신선함을 가득 채우는 잎과 붉디 붉은 생명의 눈부심을 발하는 꽃. 에리코와 세이 두 사림과 헤어져서 돌아가면서 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치코를 찾아왔다. 유미 짱의 생명이 잠들어 있는 것 같은 로사 키넨시스는 조용히 잠들어 있는 사치코를 따스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아주머님에게 요청받고 사치코를 방문한 그 날을 마지막으로 사치코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날 카시와기가 부른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쇠약해진 정도가 심한 데다 독소 같은 것이 몸을 침식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시독에 오염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보다 심각한 것이라면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사치코에게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니, 오히려 현실을 두드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유미 짱에게 거절당했다고 말하는 현실. 유미 짱을 목졸라 죽였다고 말하는 현실. 그것이 사치코에게서 삶의 집착을 모두 빼앗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악취에 갇힌 사치코의 방은 그 아이에게 있어서 꿈의 나라였을 것이다. 영원히 좋아하는 유미 짱과 계속 살아가고 있는 사치코의 꿈의 세계. 나는 그 쉘터를 두들겨 부수는 난입자였다. 사치코의 꿈을 빼았은 약탈자였다. 그 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문병하러 왔을 때 사치코가 눈을 뜨고 있으면 비몽사몽한 사치코는 부드럽게 웃음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크리스마스 때, 유미에게 선물을 건네줬어요. 그 때 그 아이가 놀라던 얼굴이란." ".....유미가 나에게 초콜릿을 주었어요. 하지만 그 아이도 무척 당황해서 초콜릿을 전부 망가뜨렸죠." ".....유미의 타이는 언제나 비뚤어져 있어요. 정말 야무지지 못하고. 그 아이에게는 내가 있지 않으면." ".....유미와 유원지에 가기로 약속을 했어요. 유미는 정말 아이처럼 떠들죠. 언니도 다음에 같이 가요." ".....유미도 참, 로사리오를 돌려준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정말 때때로 잘 알 수 없다니까요."
그런 말을 나에게 하면서 사치코는 약해진 손으로 유미 짱의 두개골을 상냥하게 쓰다듬고 있다. 때때로 로사 키넨시스 쪽에 손을 뻗으면서 '자, 언니. 유미도 저렇게 웃고 있어요.'라고 약하게, 하지만 무척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유미 짱을 더럽히고 사치코를 상처입힌 나는 스스로의 올바름을 전부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사치코에게 있어서 최선이었던 것은 한정된 두 사람만의 시간을 살며시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을까. 사치코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될 그 날까지. 손을 더럽힌 나를 지탱해주고 있던 것은 사치코의 언니라는 자각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조용히 숨소리를 내면서 잠들어 있는 사치코의 손을 잡자, 그 가냘픔에 놀란다. 연약한 여성이라도 조금만 힘을 가하면 꺾이고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사치코의 손. 겹쳐진 손바닥 위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몇 시간 전에 들은 두 친구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 말에도 미치지 못한 채, 나는 울고 있다.
사치코가 조용히 숨을 거둔 것은 더위가 아직 현저하게 남은 계절의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사치코의 마지막을 지켜본 후, 사치코의 부모님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 그대로 나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유미 짱을 모독하고 사치코를 괴롭혔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몸을 계속 책망하고 있다. 지금은 단지 사치코의 마지막 말만이 꺾일 것 같은 내 마음을 지탱하고 있다. 생기를 잃은 가늘고 하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똑바로 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사치코가 말했다.
".....언니, 고마워요. 정말 미안해요. .....아아, 드디어 사과할 수 있겠어. .....저기 언니, 유미는 용서해줄까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하지만 질책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이처럼 눈에 물기를 담은 사치코를 향해 나는 힘껏 미소지었다.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억누르면서.
"분명 웃으면서 용서해줄거야. 네 여동생이니까."
사치코는 만족한 듯이 웃으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한 쪽으로 향해 뻗었다. 나는 사치코의 그 손을 잡고 로사 키넨시스에 걸려 있던 로사리오에 닿게 했다. 감촉을 즐기듯이 그것을 만지작거리던 사치코의 손에서 곧 힘이 빠져나갔다. 사치코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유미 짱이 맞이하러 와 줄까. 유미 짱이 변함없이 건강한 목소리로 좋아하는 사치코의 이름을 불러줄까. 그렇게라도 돼준다면 좋다. 눈물에 흐려지는 눈을 로사리오로 향하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치코의 죽음은 대외적으로 병사라고 발표되었다. 유미 짱의 죽음은 가족에게만 전해졌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거짓이 담겨져 있다고 들었다. 때로는 거짓말이 배려라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그 거짓말의 내용에 대해 나는 일절 알고 싶지 않았다.
빗방울이 시야를 차단하고, 비와 이슬이 활짝 핀 로사 키넨시스를 적신다. 물방울은 꽃잎을 타거나 가지에 걸려 있는 로사리오를 탄다. 생명의 이슬이 흘러내린다. 활짝 핀 로사 키넨시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사치코와의 추억과 유미 짱과의 추억을. 두 사람의 생명은 지금 눈 앞에 있는 로사 키넨시스에 잠들어 있다. 사치코와 유미 짱의 장례가 끝난지 이 주일이 지났다. 나는 유미 짱과 사치코가 함께 잠들어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토해내지 못하고 생각하기만 한 소원이 이루어진 것은 유미 짱의 남동생의 말이 어른들에게 강하게 작용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남동생인 유키는 단 한 마디로 어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유미는 사치코 씨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꼭 곁에 있고 싶어했을 정도로."
나는 아직 유키와 만나지 않고 있다. 유미 짱을 모독한 나로서는 아직 만날 수 없었다. 장례식 후, 오가사와라의 별장의 뜰이 두 사람의 무덤으로 지정되었다. 계절마다 여러 가지 색의 꽃이 피는 정원. 그 중심에 피어 있는 세 개의 로사 키넨시스. 그 가지에 걸려 있는 빛나는 로사리오. 그것이 두 사람의 묘비였다.
나는 매일같이 그 곳을 방문하고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사치코는 유미 짱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아직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나기는 격렬함을 늘리고 두껍게 펼쳐진 먹구름은 중량을 늘려서 대기를 압박한다. 빗물을 많이 빨아들인 셔츠는 무겁게 달라붙어서 물기가 스며드는 모습을 만들고 있다. 나는 청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 자루의 커터 칼을 꺼냈다. 활짝 핀 로사 키넨시스를 바라보고 날을 바라본다. 얇고 가느다란 날은 한순간에 비와 이슬에 물들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사치코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계속해서 유미 짱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리고 손목에 날을 댔을 때, 내 몸이 어느 틈에 비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려다보자 크고 검은 우산이 나를 비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그대로 뒤돌아본 거기에는 빙긋 웃고 있는 세이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자살같은 짓을 해도 유미 짱과 사치코를 만날 수 없어. 요코."
나는 그 말에 커터 칼을 떨어뜨린다. 그러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다가와서 그것을 주웠다. 몸을 일으키는 그림자, 에리코는 생긋 웃으면서 커터 칼의 날을 거두었다.
"말했잖아? 너 답지 않은 행동을 할 정도의 일이라면 우리들에게 말하라고."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목구멍 안쪽까지 올라온 말이 어째서인지 입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입을 뻐끔거리는 나를 재미있는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은 동시에 내 등을 두드렸다.
"오늘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고. 오늘만으로 모자라면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주는 세이에 이어 에리코는 가라앉은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좋겠는데. 이렇게 말할 때는." "에리코, 그건 안돼. 우리들은 미성년자라고." "어머, 세이도 참. 꽤 양심적이잖아." "천만에. 본래의 양심담당이 쉬고 있어서 대신 영업 중이거든."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이 웃음지으면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내 팔을 잡았다. 에리코가 왼팔을, 세이가 오른팔을. 젖은 맨살이 얽힌다. 하지만 비에 젖어 있어서인지 두 사람의 몸은 따스했다. 친구들의 체온은 점차 내 입을 녹여주었다. 나는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 .....끝까지, 함께 해줘."
나의 그 말에 맞춰서 두 사람이 걷기 시작했다. 나를 이끌어 주듯이, 나를 지켜주듯이. 그 때 빗소리의 틈새에서 사치코와 유미 짱이 서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엉겁결에 뒤돌아본다. 내 시선 앞에는 활짝 핀 홍장미의 가지에 걸려 있는 로사리오가 비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