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숙박료.

zhqks 작성일 05.12.05 15: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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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의 압박..그래도 재밌으니 끝까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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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짧았던 올 추석 연휴였습니다.

휴일이 짧았던 아쉬움은 내년 달력을 보면서 위안 삼아봅니다.

내년엔 아주 징검다리로 작살나게 연휴가 무려 최장 9일이더군요.

인생이란 나쁘지만 않다는 것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 주지 않습니까?





아니라구요?

네 죄송합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전 무적 솔로부대원 중에서도 아주 고참입니다.

그렇기에 명절날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는 병원가기 보다 아니 관공서 가기보다

두려운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친지들의 따가운 시선...

손주를 보고파하시는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시선...

겪어 보시지 않으신 분들은 아마 이해하시기가 힘드실겁니다.





올 추석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버님 : 혀니야 느그 삼촌들 보기 민망하니까 어디 가서 삼일만 잠적 좀 하지?




혀니 : 넵 존명 받자옵겠습니다.

안그래도 소자 그리 하리라 마음 굳게 먹고 있었습니다.




아버님 : 에효 내 새끼만 아니면 저걸 그냥 콱 죽이는건데.





그러나 막상 명절날 어디가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등등 모두 나름대로들 바쁘더군요.

뭐 한해 두해 겪는 일은 아닙니다만 조금은 나이가 들고 나니

느껴지는 외로움은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가슴 시리더군요.





역시나 홀로 피시방에서나 시간을 때워야 하나 하는 자괴감속에






전 발걸음을 피시방으로 옮깁니다.





예쁜 아르바이트생 언니에게 녹차 한잔을 주문 하고 전

키보드가 부숴지나 제 손가락이 부숴지나 내기라도 하듯

광란의 질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카트라이더 입문 한달도 안되 파란장갑이 눈앞에 있고 L3라이센스까지 딴

저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말이죠.





물론 카트 고수님들께서 보시면 웃기는일이긴 합니다.

예전에 한참 포트리스가 유행할때 매일을 하루같이 밤을 새며 랭업에 열중하며

열심히 했던 그때가 생각 나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철 없는건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말이죠.





상대방 라이더의 비열한 반칙속에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제 고물 핸드폰이 요동을 치는겁니다.





혀니 : 여보세요...누구삼?




선배 : 나다 임마...어디냐?...뭐하냐?




혀니 : 아 형... 안녕하세요?...저 지금 운전중인데요.




선배 : 헛...그래?...친척집 가는 중이니?

너 원래 그런데 잘 안 가잖아?




혀니 : 아뇨 그 운전 말고요 게임이요.




선배 : 아 이런 꼴통 색히...그래 넌 집에 있을 줄 알았다.

이따 저녁에 우리 모텔로 와라 술이나 한잔 하게.




혀니 : 아니 내일이 추석인데 오늘은 가족이랑 함께 해야죠

술은 왠 술입니까?




선배 : 너 집에 못가는거 내가 안다.

그러니까 외로운 사람끼리 술이나 한잔 하자.





잘 나가던 직장 자유를 찾겠다고 과감히 그만 두고 삼년쨰 백수를 지내는

제가 알고 있는 형님의 전화였습니다.





저와 상황이 무척이나 닮은 형님이라 제겐 조금은

애틋한 감정을 갖게 해주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친척분이 운영하시는 서울 모처에 모텔일을 맡아 봐주시기도 합니다.

명절이라 마뜩히 만나 놀 친구도 없는것 같더군요.

제게 전화를 다 해 술을 마시자는것 보니까요.

원래 그 형님은 술을 입에도 못대는 형님이거든요.





그날 저녁





혀니 : 안녕하세요 형 오랜만이에요.




선배 : 응 왔구나...부모님께선 건강하시지?




혀니 : 네 저만 아니면 아주 건강하실텐데 그게 좀 아쉽습니다.




선배 :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언릉 장가 가야지.




혀니 : 저 보단 형이 더 급한거 아닙니까?




선배 : 하하핫...자식 눈치 하난 디게 빠르네.

맞지 내가 더 급하지...그래서 말인데...오늘 내가 간만에

여자분하고 저녁 약속이 있다.




혀니 : 네?...저랑 술 마시자면서요?

그런데 왠 약속?...게다가 형 하고 안어울리게 여자라니요?




선배 : 임마 내가 정직하게 프론트 좀 봐달라고 이야기 하면

니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냐?

그래서 훼이크 쓴거다...저녁 한 열한시까지만 봐죠...부탁한다.





혀니 : ...






전 그렇게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모텔 프론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텔 직원들이 명절이라 반 이상 휴무라서 마땅히 프론트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형은 여자분을 만나기 위해 꽃단장을 하더군요.

머리카락이 좀 붕떠 보이니 스프레이라도 뿌리라는 제 말에





형은 긴장을 한건지 아니면 진짜 바보인건지 에프킬라를 헤어스프레이로 착각하고

머리에 아주 정성스레 뿌리더군요

그런 형을 전 바라보며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아주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형은 나가고 전 무료하게 프론트 의자에 앉아 민족명절 대표 스포츠

맞고를 묘령의 여인과 즐기고 있었습니다.





현관을 밀치고 한쌍의 아름다운 연인이 들어오더군요.





혀니 : 어서오세요.




남자 : 네 쉬었다 갈께요.




혀니 : 이만원입니다.




여자는 부끄러운듯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 남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입이 귀에 걸려 있더군요.





혀니 : 301호구요 두시간있다 비워 주세요.





명절날 가족과 있기보다는 연인과 함께하는 그 커플 정말 보기에 아름답





긴 커녕 염장에 속이 아주 째지는줄 알았습니다.





전 다시 맞고 삼매경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몇분 지나지 않아 방금 올라간 그 커플 객실에서 프론트로

인터폰이 오더군요.





혀니 : 프론트입니다.




여자 : 저기요...혹시 뭐 좀 사다 주실 수 있으세요?




혀니 : 네?...저희가 구비하고 있지 않은건 외부에서 사다 드릴 수 가 없는데요.




여자 : 그러니까 부탁 드리는 거잖아요.

갑자기 예정없이 시작해서 그래요 만원 드릴테니까

생리대 좀 사다 주세요...잔돈은 아저씨 갖구요.




혀니 : 네 잔돈이 탐이 나긴 합니다만 저희 모텔에도 룰이라는게

있습니다...게다가 제가 사장도 아니구요...죄송합니다.




여자 : 참나 빡빡하시네요 무슨 써비쓰업이 이래요?

손님이 왕이지도 모르세요?




혀니 :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사장이 되는날 그때 사다 드리도록 하지요

그것도 오버나이트 썩세스루다가요.




여자 : 아 정말 모텔 잘못 들어왔네...제기랄...딸깍~!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 제가 원망 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침대커버에 피만 묻혀 봐라 아주 그냥 저주 할테다"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약간의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맞고에 몰입하려는 순간

외부 전화가 걸려 오더군요.





혀니 : 감사합니다...땡땡모텔입니다.




남자 : 여보쇼...땡땡모텔 맞지요잉?




혀니 : 네 맞습니다...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남자 : 나가요 약 한달전엔가 그 모텔에 우리 앤하고 하룻밤을

묵었소...그란디 울 앤이 한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소.




혀니 : 무엇이 말인가요?




남자 : 그날 맞다 그날 비오고 엄청 더운날이었소.

울 앤하고 사랑을 나누었지요...물론 그짝 모텔에서 제공한

장화를 쓰고 말이지요.




혀니 : 그런데요 손님?




남자 : 그런데요고 나발이고 물건을 어떤걸 갖다 쓰길래

장화를 썻는디도 피임이 안되고 임신이 되분다요?




혀니 : 당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이해가 안되는데 말이죠.




남자 : 그랑께...나 말은요잉...그 짝에서 제공한 물건을 쓰고 사고가 났응께

어느정도 피해 보상은 있어야 할것 아닌가 이말이지라.




이런 대낮에 쌩뚱맞고 낮도깨비 딸치는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이나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전화상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엄청 심각했고 다급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혀니 : 네 손님 제가 지금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황이 없는데요

애인 되시는 분하고 손님께서 직접 오셔서 저희와 의논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남자 : 아 그라요?...그랍시다...어려운일일 수 록 서로 대화로 풀어야지라.

연휴 끝나고 찾아 갈랍니다...좋게 해결 봅시다.




혀니 : 네 저도 그걸 바랍니다...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다만 전화로 이야기 해봐야 답이 없는건 자명하고 또 그 남자가 찾아 올때 쯤이면

전 이 모텔에 없는 사람일것이고 이 모든 일을 모텔 매니져인 선배의 몫으로

남겨두려는 저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선배에게서 알 수 없는 괴한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하소연을 전 묵묵히 듣고도 아무말도 해줄 수 없는 일을 겪고 말았습니다.





추석전날이지만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빈방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연인 사이거나 아니면 연인 같아 보이지 않은 남녀들.





모텔의 방이 만실이 된 저녁 10시가 가까워올 무렵이었습니다.





모텔의 현관문이 열리고 연세가 지긋하신 한 할머님께서 쭈뼛히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프론트로 다가 오시더군요.

전 약간은 피곤한 기색과 남루한 행색에 무엇을 팔러 오신분인지 알았습니다.





혀니 : 어서오십시요...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할머니 : 저기 총각...여기는 하룻밤 자는데 얼만가요?




혀니 : 네 숙박은 5만원인데요...죄송하지만 지금 방이 없습니다.




할머니 : 아 그...그래요...작년엔 여기에 싼 여인숙도 많았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네요.




혀니 : 네 모두 재개발 해서요 지금은 여인숙이 없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혼자 주무시게요?




할머니 : 네...시골에서 명절이라고 딸내집에 찾아 왔는데

방도 비좁고 해서 ...그럼 수고해요.




혀니 : 저... 저기요 할머니 지금 다른데 가셔도 방 없을건데요.

조금 있으면 방 나가든요 여기서 그냥 주무세요.




할머니 : 아니에요 됐어요...내가 5만원이 없어요

그냥 다른데 여인숙 찾아볼께요.





잠시의 아주 짧은 순간에 만감이 교차 하더군요.





명절이라고 딸내집에 찾아오신 할머니...

그러나 딸내집에서도 자기 한몸 뉘이실 곳을

얻지 못하시고 길거리로 나오신 할머니.

게다가 할머니에겐 커다란 돈 5만원.





혀니 : 할머니 그냥 주무세요...제가 자려는 방이 있거든요

근데 제가 오늘 밤세서 프론트를 봐야해서요 잠을 못자요

그냥 거기서 주무시고 숙박비 하실거로 내일 아침에 식사라도 하세요.




할머니 : 아니에요 그럼 내가 미안하지...나 그냥 갈께요.




혀니 : 아니에요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그리고 저 바빠서 오늘 잠 못자구요

정 피곤하면 여기서 잠깐 자면 되요...지금 밖에 비도 오고 쌀쌀한데

돌아다니시면 몸 상하셔요...그냥 여기서 주무세요.




할머니 : 아...이거 미안해서 어쩌나...그럼 여기 내가 가진게 이만원밖에 없어




혀니 : 그냥 넣어 두시구요 내일 식사라도 하셔요 아니면 손주분

과자라도 사주시던가요.




할머니 : 이거 미안해서 어쩌누.




혀니 : 아니에요 괜찮아요...어짜피 빈방인데요.

그리고 잠시만 여기 앉아 계세요 방비우고 방청소 해드릴께요.




그리고 전 인터폰을 들었습니다.

아까 생리대를 사다 달라던 커플들의 시간이 다 되어갔기 때문이죠.





혀니 : 청소해야 합니다...퇴실 준비 하십시요.



남자 : 아 그래요?...우리 숙박하고 갈건데

얼마 더 주면 되요?




혀니 : 아...그러세요?

죄송합니다...그방은 숙박방이 아닙니다.

예약방 제가 어렵게 내 드린거거든요...지금 예약손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의 원색적인 비난의 소리와 간혹 들리는것 같았던 욕설 소리는

왼쪽귀로 듣고 그대로 오른쪽 귀로 흘려 보냈습니다.





잠시후 모텔을 나서는 그 커플의 야림을 콤보로 받은 전 그 커플들의

잠시 동안만 그들의 공간이었던 방을 청소하러 올라 갔습니다.

방을 청소 하시던 아주머니들이 다 휴가를 가시고 한분만 일하고 계셔서

제가 부득이 도와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건을 걷고 욕실을 청소하고 침대커버를 갈고 방바닥을 진공청소기로

밀며 전 생각했습니다.





"닝기리 피를 한 바께쓰를 흘려 놨구만 빈혈 생길까 염려된다"





부디 그분의 건강에 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습니다.





한결 깨끗해진 방에 할머니께 안내해드리고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고

프론트로 내려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시간은 어느덧 흘러 자정이 다 되가고 전 약간의 피곤함을 느끼며

졸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화가 오더군요.

모텔 매니저 형입니다.




혀니 : 아나 형 아직도 안오시면 어째요?




선배 : 딸꾹...으헤헤 혀니야...미안하다

나 오늘 디게 기분 좋다 우리 은아씨하고 오늘밤을 불태우기로 했다

나 오늘 못간다 내일 아침 일찌 갈테니까 좀 부탁하자...응?




혀니 : 아니 모텔 일 보시면서 여기와서 주무시면 되죠...딴데로 가시게요?




선배 : 거긴 우리집이라 기분이 안난다...옆에 경쟁모텔에 투숙해서

정보도 얻고 그럴란다 끊는다...딸깍~!





참 못말리는 사람입니다.

전 왜 제 주위에 이상한 사람들 밖에 없는지 갑자기 궁금 해지던군요.





졸다, 서성이다, 컴퓨터도 하고, 성인방송도 몰래보다 보니

어느덧 밖은 파랗게 새벽이 찾아 오더군요.




그리고 에레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어제 주무셨던 할머니께서

나오시더군요.





혀니 :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머니?




할머니 : 네 고마워요 총각 아주 잘잤어요 나 가요.




혀니 : 네 안녕히 가세요.




말씀은 잘 주무셨다고는 하셨으나 제가 느끼기엔 할머니께서는

무척이나 불편하신 표정이셨고 또 무언가에 쫒기듯이 그렇게 간단한

인사만을 남기시고 황급히 모텔을 나가시더군요.





그리고 할일이 없었던 전 할머니께서 묵으셨던 방을 청소하러 올라갔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이 잔것 같지 않게 아주 깨끗이 쓰셨던것을 정리정돈을

다해 놓으셨더군요...그리고 티슈로 방바닥까지 훔치셨는지 쓰레기통엔 먼지들을

머금은 티슈가 있구요.





그리고 화장대위에 놓여져 있는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여덟장....





전 아무말도 않고 그 돈을 손에 꼭 쥐고 카운터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만원짜리와 수표 그리고 카드 전표가 가득한 금고를 열었습니다.






꼬깃꼬깃한 할머니가 두고 가신 그 돈들을 전 정성스럽게 폈습니다.

그리고 금고속에 곱게 넣어 두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숙박료를 받았다고 생각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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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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