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화국과 카르타고 제국 사이에 벌어진 포에니 전쟁 때의 일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중에 카르타고 군이 열세에 몰렸는데, 그때 불행히도 로마의 레규러스 장군이 카르타고 군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카르타고 군은 처음에 그를 죽이려고 했지만, 점점 전세가 불리해지자 논의 끝에 그를 휴전협상에 이용하기로 하고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장군, 우리는 로마와 휴전하기를 원하오. 장군의 주선에도 불구하고 로마가 강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장군은 다시 이 감옥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해야 하오." 레규러스 장군은 당장 살기 위해서 로마로 돌아갈 것인지, 여기서 명예롭게 죽음을 택할 것인지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결국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조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깨닫고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얼마 뒤 로마로 돌아가게 된 장군은 그의 귀국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황제에게 자신이 돌아온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는 그들에게 강화를 주선하라는 요구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강화에 응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카르타고는 심한 혼란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버티면 그들은 곧 스스로 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카르타고의 실정과 군사 정보를 상세히 알려 준 뒤, 자신은 그들과의 약속대로 카르타고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히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두 로마인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비웃을 겁니다. 이것은 나 개인이 아닌, 로마 제국 전체의 명예와 신의에 관계 되는 일입니다. 비록 적과의 약속이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