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말도 별로 없고 수줍음도 많이 타고 혼자있는 걸 즐기는..
그런 긴머리 소녀였죠.
그러던 소녀에게 첫사랑이 다가왔습니다. 누구냐구요?
소녀가 자주 들리는 서점 바로 옆에 레코드집이 새로 생겼거든요.
얼핏 본 그 집의 점원은 소녀가 상상하던 백마탄 왕자님이였구요.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가 소녀를 사로 잡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거의 매일 그집에 들러서 레코드를 하나씩 사면서 그 오빠와 만났지요.
정말 하루도 안빼먹구요.
하지만 오빠는 소녀에게 그렇듯이 다른 모든 손님에게도 친절하고 상냥했어요.
소녀가 보기에 오빠는 너무나 먼 왕자님이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찾아가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 왕자님은 아마도 비웃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슬퍼했지요.
소녀는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레코드집에 다시는 안갔어요.
아니, 못갔어요.
마음의 슬픔이 병이 되어 소녀는 그만 죽고만거지요.
소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엄마는 소녀의 방 한구석에 잔뜩 쌓여있는
레코드판들을 발견했습니다.
포장이 하나도 뜯기지 않은 채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판들...
사실 소녀에겐 그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었거든요.
포장을 뜯어보니 그 속엔 편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판들속에 모두다 한장씩의 편지가 들어있었던 거예요.
매일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 잔뜩 들어있는
왕자님의 러브레터였죠......
왕자님은 소녀가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편지를 읽어줄거라 굳게 믿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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