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훈련병의 일기

훈제오리 작성일 05.12.16 21: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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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나는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때는 늦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전투복에 야전상의를 걸치고도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날 만큼 추웠다. 게다가 점호 시간만 되면 당직 소대장은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우리들을 바닷바람이 쌩쌩 부는 연병장에 집합시켜 팬티 차림으로 체력단련을 시키곤 했다. 그때 고된 훈련으로 내 손은 온통 상처 투성이에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턱턱 갈라져 꼭 원시인의 손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그날도 야간 체력단련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와 흙 묻은 손을 씻는데 상처 때문에 몹시 쓰렸다. 고왔던 손은 온데간데없고 벌겋게 얼어 퉁퉁 부어오른 손을 보자 나는 괜히 서글퍼졌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손이었다.

입대 하기 전,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하셨다. 옆에 연탄 화덕을 두고 두꺼운 옷을 입으셨지만 항상 "날이 너무 춥구나!" 하며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불곤 하셨다. 그러다 우연히 찬물에 그릇을 닦는 어머니의 손을 보았는데 지금의 내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칠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나는 "엄마, 약 좀 사서 발라.물도 데워 쓰고..."하고 퉁명스럽게 말해 버렸다. 그때 어머니는 무관심한 내 말에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메어 왔다. 우리 가족을 위해 그 추위에 상처 난 손으로 밤새워 일하던 어머니는 손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셨을까.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모포를 뒤집어 쓰고 한참동안 흐느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 자꾸만 입가를 맴돌았다.

"어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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