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못 뵌지 오래 된 어머니 생각이 나서 한번 써 봅니다.
난 초등학교때 보이스카우트를 했었다.
아직도 지금 생각 하면 그 거추장 스러운, 하지만 그때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 했던 악세사리(?)들을
달고 다니며 보이스카우트 캠프에 가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장남이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나를 낳으셔서 애착이 깊으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감사하기는 커녕 지금 생각 하면 어머니를 너무 (속된말로) 부려먹었다.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가려고 학교에 다 모였는데, 이것이 왠 낭패인가
남색에 노란색 보이스카우트 마크가 그려있는 양말을 신고 오지 않고, 집에있던 흰양말을 신고 온 것이다.
혼날일이 두려웠던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당장 양말 가져다 달라고 떼를 썼다.
어머님이 하실 일이 있었지만 나는 그 누구도 안중에 없었고, 오직 혼나지만 않으면 됐다.
15분후, 어머니는 아들녀석이 양말때문에 혼나는게 안타까웠는데 한걸음에 양말을 가지고 달려오셨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암바사도 같이 사 오셨다.
그런데 이게 왠일.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암바사가 아닌 초록색 암바사를 사온 것이다.
양말을 가져다 주시고, 암바사도 사 주신 정성에 고마워 하긴 커녕, 나는 어머니께 소릴 질렀다.
"엄마는 내가 무슨 암바사 좋아하는지도 몰라?!" 하며 신경질을 냈다.
지금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철이 없었나보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내가 그렇게 못 되게 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문방구에 가셔서 파란색 암바사를 다시 사 오셨다.
캠프에 가는 아들을 며칠동안 못 볼것이 슬프기라도 하셨는지 나의 떼를 다 받아 주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캠프로 떠나는 길에 암바사를 마시려고 했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파란색 암바사를 그때는 마시지 못헀다.
나도 무언가 마음이 불편했던지 그때 암바사는 마시지 못하고 버려야 했다.
그후 15년이 지난 지금. 그 때 일만 기억하면 눈물이 난다. 생각 해 보면 그리 슬픈일도 아니었는데...
그때 내가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느낀 것 같다.
너무 죄송하고, 너무 감사하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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