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미안해요

훈제오리 작성일 05.12.14 17: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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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일로 멀리 외근을 나간 적이 있다.
회사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마침내는 한 두 방울씩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복잡한 상가 옆의 길을 바삐 걸어갔다.
그리고는 마주 오는 어떤 아주머니에게 가려는 방향을 얘기하고 어디쯤에서 버스를 타야할 지를 물었다.
다행히 아줌마께서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아무 생각없이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을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나를 찾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데 바로 뒤에서 누군가 내 팔을 덥석 잡았다. 조금전 내게 길을 가르쳐주신 아주머니였다.
한참을 뛰어오신 듯한 아주머니의 옷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아가씨, 미안해요. 내가 아까 길을 잘못 가르쳐준 것 같아."
아주머니는 아까 내게 길을 잘못 가르쳐 주셔서 가던 길을 되돌려 빗길을 달려오신 것이었다.
나는 묘한 기분으로 아주머니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내 아주머니의 작은 친절과 아름다운 마음씨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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