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옆집에는
한쪽 팔이 없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열두어 살쯤 되는 아이였습니다.
우리가 학교에 가는 시간이면 그 아이는
언제나 옥상에 올라가 우리집 앞마당을 내려다 보거나
등교길의 재잘대는 아이들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말이라도 걸라치면
그앤 고개를 푹 숙이고 달아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옥상 위의 아이를 발견한 나는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저 앤 팔이 없대요.
그래서 학교도 못 다니고 집에만 있는 거래요."
"저런, 딱하구나."
아마 그날 저녁이었을 겁니다.
아빠가 갑자기 창고에 버려둔 낡은 책상을 들어내
부러진 다리를 붙이고 마당 한가운데
전깃줄을 연결해 전등까지 켜는 것이었습니다.
"자 오늘부터 여기서 공부하자.
이제 아빠가 우리딸 과외선생님이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아빠가 만든 뜨락 교실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자, 오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큰소리로 읽어 보거라."
그날부터 나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한 시간식 교과서를 읽고 동화책도 읽었습니다.
"옆집 아이 이사 가니?"
"네, 그런데 왜요?"
"그래...다른 데 가서도 공부를 계속하면 좋을 텐데......"
나는 아빠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옆집 아이의 이사에 왜 그리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지
궁금했지만 끝내 말을 아끼셨습니다.
내가 아빠의 그 깊은 뜻을 알게 된 건
세월이 흘러 강산이 두 번쯤 바뀌고 난 뒤였습니다.
어느 날 소포 하나가 집으로 배달됐습니다.
알 수 없는 이름, 알 수 없는 주소...
아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포를 뜯었습니다.
그 속에는 동화책 한 권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 옆집에 살았던 외팔이 소녀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때 따님에게 읽어 주시던 동화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날마다 옥상에서 도둑수업을 했었답니다."
그 도둑수업으로 희망을 얻어 이사 후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까지 마친 뒤 얼마 전 동화작가가
되었다는 외팔이 소녀의 편지였습니다.
아빠는 그날 밤 배달된 한 권의 동화책을 읽고
또 읽으며 밤을 지새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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