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홀로 일곱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입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다쳐서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죽은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가슴에 바람소리가 난다는 사람.
그가 아이를 두고 멀리 출장을
가야 했던 날의 일입니다.
그는 기차시간에 쫓겨 아이의 아침밥도
챙겨 먹이지 목하고 허둥지둥 집을 나섰습니다.
밥은 먹었을까,
울고 있진 않을까,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도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았습니다.
그는 출장지에서도 자주 전화를 걸었고
아들은 그때마다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제법 철든 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일을 보는둥 마는둥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거실 소파에서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허~ 녀석,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네."
잠에 취한 아이를 제 방에 눕힌 뒤 안도감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맥이 탁 풀린 그는
잠자리에 누우려다다 말고 깜짝 놀랐습니다.
침대 위에는 퉁퉁 불어터진 컵라면이
이불 밑에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이 녀석이!"
그는 화가 나서 아들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
다짜고짜 잠든 아들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렸습니다.
"너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하니,
이불은 누가 빨라고 이런 장난을 치냔말야!"
아내가 떠난 후 아이한테 매를 댄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아이가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장난친 거 아냐.
이, 이건 아빠 저녁밥이란 말이에요."
아빠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컵라면 두 개를
끓인 뒤 하나는 먹고, 아빠몫은 식을까 봐
이불 밑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만 할말을 잃고 울먹이는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국물은 죄 쏟아지고,
반쯤 남아 퉁퉁 불어터진 라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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