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애송시 (최남선편)

아시나요항공 작성일 06.04.17 2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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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봄 길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 비라 할지라도 잉의 사랑 담아 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
떼봄이 쳐들어 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쏜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최남선. 1890 - 1957. 서울 출생이며 호는 육당.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
했고 신문화 운동의 선구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학 잡지 외에
등을 발간. 개화기 문화운동에 공이 크며 기미독립 선언문을
기초하기도 한 신문학 3대 천재 중 한분. 주요 저서로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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