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봄 길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 비라 할지라도 잉의 사랑 담아 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 떼봄이 쳐들어 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쏜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최남선. 1890 - 1957. 서울 출생이며 호는 육당.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 했고 신문화 운동의 선구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학 잡지 외에 등을 발간. 개화기 문화운동에 공이 크며 기미독립 선언문을 기초하기도 한 신문학 3대 천재 중 한분. 주요 저서로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