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잘한 일 많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을 손에서 놨습니다. 지방분권을 정말로 했습니다. 국정 시스템을 개혁했습니다. 수도를 옮기려다 반은 성공했습니다. 어설픈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았습니다. 돈 선거를 없앴습니다. 따라서 그에따라 줄줄이 생기는 부정부패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시스템 설계'입니다. 누가 그 일을 맡든, 시행착오를 최소로 줄이며 나라의 백년대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겁니다. 이거, 아무나 못합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언론이 저렇듯 적대적인데 언론이란 창을 통해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이 그 사실을 제대로 알리 만무합니다. 눈에 보이는 청계천은 알아줘도 부당한 권위를 해체해서 혈맥이 잘 통하도록 하는 일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가 한 일 중,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의가 큰 패착이라고들 합니다. 미안합니다만, 웃기지들 마십시오. 뭐, 수구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한겨레 조차 그제 어제 신문에 '아마추어 정권' 운운하는 수구들의 프레임을 써가며 '대연정 제의'가 민심이반과 지지층 이탈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떠듭디다만....그건 반쪽짜리 분석에 불과합니다. 노무현이 왜 그런 제의를 했는지 제 얘기를 한 번 들어 보십시오.
핵심은 '개혁세력의 부족'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수준? 아직 낮습니다. '위대한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는게 진실입니다. 김대중 당선은 이인제 덕분이고 노무현 당선은 이회창의 자식 병역 문제 덕분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뭔지도 잘 모르고 개혁이 뭔지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감히 판단합니다. 정말로 이들이 개혁을 원해서 노무현을 선택한게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그냥 이회창은 아닌 것 같아서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이 최근들어 자기 수준을 들어내는 소리를 줄줄이 늘어놓는 거...저는 맨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치를 욕하는 사람들이 맨날 선거때 뽑아놓는 국회의원의 수준을 보십시오. 그들 중 70% 이상이 반 범죄자이거나 자신의 부귀영화 이외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을 모두 통틀어 진실로 개혁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의 숫자는 40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이건 곧, 우리나라 국민 중 진실로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비율도 딱 그정도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분당을 감행했던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곤욕 덕에 제 1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난 일들...여러분이 더 잘아실 겁니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원들의 손에 돌려주자며 민주당을 깨고 나왔던 당이, 너무도 당연한 창당 정신을 외치는 의원을 묵사발로 만드는 꼴로 귀결되었습니다.
(유시민 왕따 사건.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사건. 만약 이런 정당개혁이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는 일소될 것. 왜? 공천권을 따려고 보스정치, 돈정치가 이뤄지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부정을 저지르고 그 연쇄효과가 끝도없이 퍼져나가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이 되므로)
4대개혁입법은 실종되고 한나라당의 결재없이는 아무일도 못하는 식물 정당 노릇만 했습니다. 바보 노릇을 한 셈인데...이것은 열린우리당 의원 대다수가 사실은 한나라당의원과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었던 겁니다.
당정 분리를 열심히 실천했던 노무현 입장에서는 도대체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터,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했겠습니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 사이엔 별 차이가 없다'
대연정 제의는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입니다.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대체 왜 이 부분엔 주목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선거구제를 바꿔주면, 대연정을 하고 정권의 상당부분을 넘겨주겠다'...... '선거구제를 바꿔주면' 이게 핵심아닙니까? 어차피 열린우리당이 제 1당이 되어도 한나라당 의원과 비슷한 인간들만 득시글 거리는 상황에서는 아무일도 못한다....이럴 바에야 판을 크게 흔들어서 몇 년 후엔 진짜 개혁적인 국회의원이 득시글 거리는 판을 만들어야 겠다...는게 노무현의 진심아니었습니까? 이번 선거 패인을 분석하며 대연정 제안을 그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하던 한겨레가 어제 신문 한 귀퉁이엔 이런 말을 써놨더군요. '결론은 정당비례 대표제 같은 선거 방식의 개혁이다'
참 우습지요. 노무현이 말한게 바로 그것 아니었습니까. 이런 선거제도하에서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은 놈들만 계속 뽑히게 되어 있으니 선거제도 자체를 바꾸면 진보세력의 퍼센티지가 획기적으로 올라간다...그때 진정한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노무현의 생각아닙니까. 그런데 아무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그저 '대연정'만 들먹이며 노무현만 죽일 놈을 만들었지요. 군사독재세력에 투항하는 거라나? 뭐라나?
국민들이 이번에 왜 열린우리당을 박살냈냐구요? 간단합니다. 경제 안좋고 여당이 바보짓만 끊임없이 했다는 겁니다. 한나라당과 차이도 없으면서 개혁하는 흉내만 내는게 아니꼽다는 겁니다. 아직도 제왕적 대통령의 막강한 권위와 여당에 대한 통제력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론과 국민은 노무현의 문제와 열린 우리당의 제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서 바라보는 겁니다. 끝없이 짖어대는 수구언론의 몫도 대단히 컸지요. 대선 때 노무현을 찍었다는 사람들이 조선일보 머릿기사와 똑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거,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경제 문제는 이 기사의 분석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자본 파업이 뭔지 이 국민들은 아직도 잘 모릅니다. 대기업은 잘 나가는데 왜 우리 삶은 이토록 엉망인지, 이건희를 무진장 숭배하는 이 나라 국민들은 아직도 그 원인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 웃기는 분석 몇가지 더 비웃어 주죠. 얼치기 진보맨들이 맨날 떠드는 소리, '이라크 파병, 미군기지 평택 이전, 한미FTA에 대한 무리한 추진' 등이 노무현 정권 심판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소리...
정말 하품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그런 문제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심판했다구요? 당신들의 바람을 국민 여론에 슬쩍 겹치는 것 아닙니까? 이 글을 쓰는 저도 속내는 당신들과 비슷합니다. 이라크 파병도 반대고 미군기지 이전도 그따위 식으로 해서는 안되는 거고, 한미 FTA 추진은 자다가도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싫습니다. 노무현이 대체 왜 저러나 싶고 미치고 환장할 지경입니다.
그런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런 문제 때문에 열린 우리당을 심판한게 절대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는 한미FTA가 도대체 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그것을 열심히 자기 맘대로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요즘 쭉 상승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시지요.
결론입니다. 이 나라 국민은 아직도 수구언론의 수중에 있습니다. 경제가 안 좋은 진짜 이유를 이들은 아직도 몰라요. 그저 모든게 아마추어 개구리 노무현 탓입니다. 덩치만 크고 머리는 비어있는 '준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은 지난 몇 년간 허수아비 노릇만 열심히 했습니다. 이 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차라리 그럴 바에야 한나라당이 뭔가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요.
정당개혁 해야하고 (진성당원이 공천권을 갖는 것) 정당비례대표제를 하는게 핵심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정당개혁을 제대로 하면 한나라당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이 나라 전체가 속속들이 바뀌게 됩니다. 선거구제를 독일식으로 바꾸면 진실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의원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납니다 (민주노동당 의원이 전체 의원의 17%만 되어도-국민 정당 지지율- 대 변혁생김)
열린 우리당은 그걸 하자고 나왔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구태를 연출했습니다. 그 꼴을 본 노무현은 대연정 제안까지 하며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화두를 국민에게 던진겁니다. (이번에 선거 한 두번...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이게 안되면...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정치를 우습게 보고 실망을 한다지만 우리의 삶은 바로 정치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임 : 왜 열린 우리당이 실패했느냐구요? 그 안의 개혁세력은 30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공천권을 당원에게' 정도의 상식을 말하고 있는 유시민 정도의 개혁주의자가 왕따를 당하는 수준의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진짜 개혁맨들은 항상 소수일 수 밖에 없으며 국가적인 개혁은 항상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니, 뭐 개혁입법이 가능해야 말이지요. 지금이 뭐 박정희 시대입니까. 대통령이 결심하면 다 되게? 핵심은 진보 개혁성향의 국회의원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 이며 그 퍼센티지를 어떻게 늘리느냐 하는 겁니다.
정동영 똘마니인 문희상이 어제 이랬다지요? '국민과 함께 가는 개혁이었어야 했다' 이게 열린 우리당의 수준입니다. 저게 무슨 소리입니까. 자기들의 실패가 철저한 개혁의 부재가 아니라 '개혁'이란 말을 입에 올려서 그랬다는 소리 아닙니까. 문희상은 한나라당으로 가세요. 정동영과 그 무리들은 모두 모두 한나라당에 입당하세요. 거기 들어가 있어도 아무런 표시도 안납니다. 국민은 한나라와 열린 우리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