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소녀.

SSEX501 작성일 06.06.12 11: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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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자 그는 시체를 오이씨가 널려진

바닥 한가운데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향기가 물결이 되어 밀려와서는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넘쳐흘렀다.

그는 그녀의 피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배에서 가슴으로,

목과 얼굴을 거쳐 머리카락으로 냄새를 훑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배로 내려와 국부를 지나 넓적다리와

하얀 종아리를 훑어 내려갔다.

그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녀의 모든 냄새를 훑어 내렸고

턱과 배꼽, 팔꿈치의 주름살 사이에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향기까지 다 들이마셨다.


냄새를 다 빨아들여 그녀가 완전히 축 늘어진 후에도

그는 한동안 더 그녀 옆에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채우고있는

그녀의 향기를 단한 방울도 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모든 방에 빗장을 질러야만 했다. 그런 후에야 그는 일어서서 촛불을 끄고 나왔다.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였다.

마치 연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어린 소녀처럼

그들은 모두 마음이 약해졌던 것이다.

애정, 부드러움, 어린아이의 맹목적 애착심 등이

강력하게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다.

그렇다.

그건 그 작은 살인마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들은 그 사랑에 저항할 수 없었고, 저항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치 억제할 수 없이 눈물이 솟구치는 것과 같았다.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눈물이 가슴속에서 솟구려 올라 놀랍게도

저항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녹여 쓸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순수한 액체 상태였다.

그들의 정신과 영혼은 완전히 용해되어 형태가 없는

액체가 되어 버렸다.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자신들의 내면에서 불안정하게 동요하고 있는 심장뿐이었다. 좋건 나쁘건 이제 모든 것은 푸른 옷을 입은

그 작은 남자의 손에 달려 있었다.

 

 

모든 여자, 모든 남자가 다 그를 사랑했다.


*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읽을때마다 참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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