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세 마마이라고, 밤중에 이야기를 나누러 가끔 나를 찾아오는 피리 부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어느 날 밤, 그는 뱅퀴(포도주)를 마시면서 예전에 마을에서 일어났던 어떤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한 20년 전쯤의 일로 내 풍차 오두막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너무 감동을 받어서 들은 그대로를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모두들 잠시, 향긋한 포도주 향이 풍기는 술통 옆에 앉아서 피리 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해 주길바란다.
이보게, 이 부근은 말이지, 지금처럼 황량하고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곳이 아니었어.
예전에는 방앗간 경기가 좋아서 근처의 농부들이 모두 이곳으로 밀을 빻으러 왔었지.
마을 주변의 언덕이란 언덕에는 모두 풍차가 우뚝 서 있었고,
어디를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미스트랄(바람의 종류)에
멋있게 돌아가는 풍차 날개와 밀가루 포대를 싣고 비탈길을 오르락내리갈하는 작은 노새의 행렬뿐이었다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언덕 위에서는 채찍소리가 그치질 않았고 풍차의 날개는 파닥파닥,
방앗간의 심부름꾼은 워워 노새를 몰며.......정말 기분 좋은 소리들로 가득했지.
일요일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근처의 방앗간으로 놀러가곤 했어.
그곳에 가면 방앗간 주인들이 뮤스카 포도주를 대접해 주었는데,
레이스 달린 숄을 어깨에 두르거나 황금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들은 마지 여왕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냈지.
나는 그럴 때면 언제나 피리를 가지고 가곤 했어.
사람들은 해가 저물어 깜깜해질 때까지 파랑도르 춤을 추었는데,
말하자면 여기는 풍차 덕분에 항상 북적거리고 빛이 나는 곳이지.
그런데 그 무렵 파리에서 온 어떤 사람이 타라스콘 거리에 증기 제분소를 세우면서 모든 것이 변하고 말았다네.
근사한 최신식 시설이 생기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밀을 그 제분소에 맡기게 되었고,
방앗간은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어.
물로 한동안은 그것에 맞서보기도 했지만.
새로운 증기 제분소에는 상대가 되지 못했지.
결국은 모두 문을 닫게 되었어.
그곳은 작은 노새들조차 오지 않게 되었고,
아름답던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들은 가지고 있던 패물을 모두 팔아야 했지.
뮤스카도 이제 끝! 파랑도르 춤과도 안녕! 미스트랄이 아무리 불어대도 풍차는 더 이상 돌지 않았어.
결국 마을 사람들은 다 쓰러져 가는 방앗간을 허물고 그 자리에 포도와 올리브를 심기 시작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하나 둘씩 문을 닫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씩씩하게 돌아가는 풍차가 하나 있었어.
그것이 바로 코르뉴 영감의 풍차, 오늘밤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로 그 풍차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