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