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벗꽃? 그 이기적인 사랑에 대하여..

mom205 작성일 07.04.14 01: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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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벗꽃? 그 이기적인 사랑에 대하여..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꽃은 단연 벚꽃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저로서는 진해 군항제는 물론 가까운 여의도 벚꽃축제에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자태를 뽑내며 피어있는 벚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벚꽃을 아주 좋아할 수 없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벚꽃이 일본의 국화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떤 꽃이 다른 나라의 국화라 해서 꺼려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벚꽃 축제의 시작이 일제하에 민족정기와 문화를 파괴할 목적으로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바꿔버린 후 창경원의 인기를 위해 벚꽃을 대대적으로 심어 벚꽃축제를 만들었기에 벚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습니다.

 

또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일시의 꽃이 져버리는 벚꽃처럼 천황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을 다짐하는 의미로 벚꽃을 사랑했다는 말에 공연히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으며 또 멀리서 나무 전체를 보면 분홍 빛을 띠나 가까이 꽃잎 하나씩 보면 흰색으로만 보여 안팎이 다르다는 일본인의 성정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몇 일전 친구로부터 아주 멋진 벚꽃 사진을 한 장 선물 받았는데 여성의 젖가슴이 연상될 만큼 풍만함이 가득한 사진을 보면서 벚꽃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물을 주신분께 허락도 없이 올려서 혼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자료를 찾아보니 제가 알고 있던 벚꽃에 대해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어원과 표기의 문제인데 예전 학교를 다닐 때는 벚꽃에 대해 ‘벗꽃’ 으로 표기했고 벗은 친구를 뜻하므로 우정의 꽃으로 배운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 자료를 찾아보니 벚의 기원은 벚나무의 버찌의 옛 표현인 ‘멎’ 에서 시작되어 순음변이에 의해 ‘벚’ 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벚꽃의 종은 왕벚꽃인데 그 벚꽃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 자생되었던 나무라는 사실입니다.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인 타퀘르 신부는 1908년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했으며, 1912년에는 독일의 식물학자 퀘흐네가 한라산 관음사(觀音寺) 부근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던 기록이 있으므로 제주도 자생설이 학계의 대세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개 되었을 때 무척 화려하고 꽃이 질 때 마치 눈이 내리듯 일시에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 벚꽃 잎이 제법 운치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소박한 아름다움, 일시에 꽃이 떨어지며 사라지는 모습보다 은근함을 더 좋아했던 우리 옛 어른들은 벚나무 보다는 매화를 휠씬 더 사랑했었습니다. 옛 그림만 보아도 매화 그림은 당당히 사군자의 하나로써 무수히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나 벚꽃이 그려진 그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미의 기준도 조금씩은 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벚꽃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는 조금 슬픈 이야기 하나가 전해져 옵니다.

예전 막부시대에 아주 아름다운 게이샤 하나가 있었는데 무수히 많은 남자가 구애해도 절대 허락하지 않는 도도한 게이샤였습니다. 어느 날 그 도시에 멋진 사무라이 하나가 나타나 온 동네 게이샤들의 마음을 빼았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도한 게이샤가 묘한 승부욕이 생겨 그 사무라이를 유혹하러 갔다가 그만 그 사무라이를 사랑하고 말았습니다.

 

그 게이샤는 외면하는 사무라이에게 며칠 동안 매달리면서 옆에서 있게만 해달라고 간청하여 간신히 허락을 받아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게이샤는 지극정성으로 사무라이를 받들며 살아가던 중 그 정성에 감동받아 사무라이도 게이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한 시절은 잠깐이었습니다. 사무라이의 사랑을 얻은 게이샤는 ‘그럼 그렇지 너도 별수없는 남자이구나’ 하는 생각에 사랑이 점차 식어갔는데 그때는 이미 사무라이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얼마 후 게이샤는 이별을 통보하며 사정하는 사무라이에게 매정하게 돌아서서 가던 중 분노한 사무라이가 죽음으로밖에 그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단 칼로 그녀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이자나미(일본의 신)가 게이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사방에 뿌려지는 핏방울을 분홍빛으로 바꾸고 봄바람에 공중에서 흩날리는 꽃잎으로 만들어 버렸답니다. 또 몸은 나무로, 긴 머리는 가지로 바꾸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4월이 되면 속절없이 피었다가 허무하게 공중에 어지러운 아름다움만을 흩뿌리며,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에 몸이 베인 듯, 마치 칼집이 난 듯 나무엔 무수히 많은 가로의 칼집 결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벚꽃 사진을 보면서 그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먼저 생각하기 전에 일본을 떠올리는 저의 편협함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의도의 운집한 수많은 사람들이 벚꽃축제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벚꽃의 꽃말 중 하나가 바로 ‘정신의 아름다움’ 이기 때문입니다.

 

꽃이 만개했나 싶게 곧 일시에 꽃잎을 떨어뜨리는 벚꽃. 

 

하지만 벚꽃을 보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수많은 연인들은 떨어지는 꽃잎과 상관없이, 차가운 게이샤의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둘이 먼 곳을 향해 걸으며 힘들게 잡은 손 놓지 말자는, 정신의 아름다움을 다짐하는 그런 벚꽃 데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2007 . 4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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