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오늘처럼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바람불고 눈 내리고
옷자락이 얼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의식의 강 건너 저편에서
아련한 삽화 하나가 그려집니다.
어머니의 울부짖던 소리
절규하던 밤의 소리
기억의 급소마다 탄식소리가 들려옵니다.
열여섯 먹던 음력 일월 초닷샛날
그 날이
이제 바람 속으로
눈물의 자취도 따라 흩어지고 없습니다.
아버지!
마냥 불러보고 싶은 이름
이제 부를 수도
만져 볼 수도 없는
기억의 파편들로만 남아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땅을 적시고
이내 강물 되어 흘러갑니다.
이제 내 나이가 아버지 가실 때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슬픈 감정은 언제나 새가 떠난 빈 둥지에
달걀 만한 햇살이 찾아들 듯
스멀스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