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대가 다시 오려나 봅니다

DencoN 작성일 07.12.14 00: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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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위로 눈이 내립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허름한 가게. 술도 팔고 밥도 팔고 과자도 팝니다. 버스 정류장 표시도 없는 정류장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객이 서 있습니다. 폭설에 버스는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허름한 재킷을 걸친 사내는 꿈쩍도 않습니다. 한복을 격식 없이 입은 젊은 작부가 가게 유리문을 들락거립니다. 한번은 개숫물을 쏟아내려고, 두 번째는 연탄재를 내놓으려고….

작부는 들락거릴 때마다 꼼짝 않고 서 있는 사내에게 말합니다.

“버스 끊어졌어요.”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는 고향이 없습니다. 돌아가야 할 고향이 없기에 그녀는 어디든 머뭅니다. 사내는 대꾸하지 않습니다. 사내는 눈 쌓인 신작로를 멀리 바라봅니다.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나온 작부는 빗자루를 탈탈 떨어내면서 말합니다.

“버스, 안 와요. 눈이 이렇게 쏟아지는데….”

여자가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내는 눈 쌓인 신작로와 어두운 하늘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작부가 사라진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폭설에 단골손님들은 끊어지고, 오도가도 못한 객과 할 일없는 작부가 마주 앉았습니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 그 안에 오래된 화덕. 연탄은 다소곳이 타오릅니다. 연탄불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타지 않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뜨내기와 작부가 사연을 가진 남녀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타오릅니다. 두 사람은 지금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사연을 늘어놓습니다. 눈 내리는 밤, 끊어진 버스, 텅 빈 가게, 따뜻한 연탄불과 소주…. 악다구니 밖에 쓸 줄 모르는 술집작부는 눈물 글썽이며 사연을 늘어놓습니다. 낯선 두 남녀가 서로를 꼭 필요한 만큼 알아챌 무렵이면 연탄불은 희미해집니다. 이윽고 가게 안의 전등불이 꺼집니다.

어린 시절 잠결에 언뜻언뜻 보았던 ‘TV 문학관’의 한 장면입니다. 어른이 되면 꼭 저런 날, 저런 술집에 가서 한잔 마시고 연애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연탄도,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도, 뻘건 루즈 바른 작부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낭만의 시대’는 갔구나 했더니, 몇 해전부터 연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연탄화덕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도 등장했습니다. 비록 만가지 사연을 늘어놓으며, 회한에 찬 노래를 불러줄 입술 붉은 작부는 없지만, 이만해도 다행입니다.
신작로 위로 눈이 내립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허름한 가게. 술도 팔고 밥도 팔고 과자도 팝니다. 버스 정류장 표시도 없는 정류장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객이 서 있습니다. 폭설에 버스는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허름한 재킷을 걸친 사내는 꿈쩍도 않습니다. 한복을 격식 없이 입은 젊은 작부가 가게 유리문을 들락거립니다. 한번은 개숫물을 쏟아내려고, 두 번째는 연탄재를 내놓으려고….

작부는 들락거릴 때마다 꼼짝 않고 서 있는 사내에게 말합니다.

“버스 끊어졌어요.”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는 고향이 없습니다. 돌아가야 할 고향이 없기에 그녀는 어디든 머뭅니다. 사내는 대꾸하지 않습니다. 사내는 눈 쌓인 신작로를 멀리 바라봅니다.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나온 작부는 빗자루를 탈탈 떨어내면서 말합니다.

“버스, 안 와요. 눈이 이렇게 쏟아지는데….”

여자가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내는 눈 쌓인 신작로와 어두운 하늘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작부가 사라진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폭설에 단골손님들은 끊어지고, 오도가도 못한 객과 할 일없는 작부가 마주 앉았습니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 그 안에 오래된 화덕. 연탄은 다소곳이 타오릅니다. 연탄불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타지 않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뜨내기와 작부가 사연을 가진 남녀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타오릅니다. 두 사람은 지금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사연을 늘어놓습니다. 눈 내리는 밤, 끊어진 버스, 텅 빈 가게, 따뜻한 연탄불과 소주…. 악다구니 밖에 쓸 줄 모르는 술집작부는 눈물 글썽이며 사연을 늘어놓습니다. 낯선 두 남녀가 서로를 꼭 필요한 만큼 알아챌 무렵이면 연탄불은 희미해집니다. 이윽고 가게 안의 전등불이 꺼집니다.

어린 시절 잠결에 언뜻언뜻 보았던 ‘TV 문학관’의 한 장면입니다. 어른이 되면 꼭 저런 날, 저런 술집에 가서 한잔 마시고 연애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연탄도,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도, 뻘건 루즈 바른 작부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낭만의 시대’는 갔구나 했더니, 몇 해전부터 연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연탄화덕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식탁도 등장했습니다. 비록 만가지 사연을 늘어놓으며, 회한에 찬 노래를 불러줄 입술 붉은 작부는 없지만, 이만해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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