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들이 누릉지 공장에 간이유는 무엇?

doyoup 작성일 08.03.25 19: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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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전주 노송동에 위치한 인보성체수도회의 수녀님들은 올 여름(7∼8월)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수도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난한 분들의 일터 체험’을 통해 6명의 수녀들이 2달 동안 공장에서 일을 한 것이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일터체험은 일용직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일한 댓가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인보성체 수녀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은 탓에 수녀들은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각각 누룽지, 봉제, 폐지공장에 들어가 일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평소 신앙생활에만 매진하던 수녀들에게 노동현장은 힘들고 고단하기만 했다.

전주시 효자동의 모 누룽지 공장에서 일했다는 리따 수녀는 “10년을 넘게 수녀원 안에서 신학과 기도에 열중하다보면 자칫 현실성이 결핍될 수 있죠, 일반인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고 싶었어요”라며 수녀복을 과감히 벗고 노동현장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의 포부와는 달리 수녀들에게 공장 일은 어렵기만 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한 카타리나 수녀는 “밀폐된 공간에서 누룽지를 만드느라 땀으로 목욕을 하다 시피 했다”며 “성실성을 인정받아(?) 월급은 남들보다 10만원이 많은 70만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6명의 수녀들이 여름내내 일해 번 돈 중 7할 이상은 어려운 노인종합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페루 선교단체 등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졌다. 나머지 돈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했다.

처음부터 이 제도가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폐지공장에서 일한 비비안나 수녀는 “수도자들에겐 수녀복을 벗고 세상속으로 나가는 것이 금기시 되어있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처음 일터체험을 시작했을 때는 내부 마찰도 없지 않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제도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퍼지면서, 지금은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터체험 행사를 처음 만든 마리아 수녀는 “사회현장도 체험하고 직접 번 돈으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라며 “앞으로도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를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새전북신문 소성일기자 mokduri@sjbnews.com ‘저작권자 (c)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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