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부부사연-

nezom 작성일 08.10.15 16: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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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셨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와서 기다리시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 자리에서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신다.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 물끄럼히 마주보곤 하다가
문듯 생각난듯 서로 상대방에게
만두를 권하기도 하고

서로가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때로는  슬픈듯  마주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도대체 저 두분은 어떤 사이일까?

노 부부같기도 하고

늙어서 만난 첫사랑의 연인 같기도 하고...

참 ~ 이상한 할아버지 할머니시군...

그런데 할머니의 안색이 올적마다 조금씩 나빠 보이는게
어디가 편찮으신것 같아 보였다. .

할머니는 그날따라 눈물을 자주 찍어내며
어깨를 들먹이다가 결국
만두를  남긴체 자리를 뜨셨다.


쓸어질듯 휘청거리는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은 두 노인들이

길 모퉁이를 돌아 가시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 까지 나는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저 노인들은 어떤 사이일까?

노인들이 궁굼하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도 되어
다음주 수요일에는 꼭 물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 노인들은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우리 만두 가개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그 노인들이 우리 부부 기억에서 살아졌을  무렵

어느 수요일날 오후 3시에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셨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수요일이면 오시던  그 할아버지였다.

"오랫만에 오셨군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드니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조금 웃어 보이셨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아내가 묻는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좌 우로  저으시며

"아니야 ~ 못와~ 하늘나라에 갔어"

라고  짧게 말씀 하셨다.
우리 부부는 들고있던 만두접시를
떨어트릴 만큼 놀랐다.

그리고

울먹이듯 하시는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서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두분은 아들을 둘을  두셨는데
두 며누리가 서로 안 모시려고 하다가

큰 며느리의 강경한 주장에 눌려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집에서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아들 집에서 사시게 되었단다.

두분은 서로 그리워 매주 수요일 마다
마치
견우 직녀처럼 우리 만두가게에서 만나셨다는 것이다.

"이젠 나만 죽으면 ...   저승에선 함께 살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시며
물그럼히 창 밖만 바라보셨다.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 앞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날
우리들 현실인가 생각하니
왠지 입맛이 씁쓰레지면서
눈물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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