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걸 주워야 하나? - 주운 다음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정거장 주변에 지갑을 잃고 헤메는 사람이 있나 볼까... 아니야 둘러 보는 건 도둑이나 하는 행동 아닌가? - 내가 어느새 때가 많이 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걸까? 주워서 돌려줘야겠단 마음이 앞선다. - 하긴 뭐.. 주워서 주인 찾아주겠다는데, 결국 누군가는 주워서 돌려줘야 하는건데. - 지갑 디자인이 깔끔한데, 지갑속에 사진이 있을까? - 크리스마스도 가깝고 몇년째 솔론데, 혹시 영화에서처럼 이 지갑의 주인공과 사귀게 되는 거 아닐까? - 못생긴 여자면 어떡하지? - 냉정한 사회라고 변명하며 그냥 돈만 챙기고, 지갑만 돌려줄까? - 경찰에 가서, 길에서 지갑 주웠는데.. 속에 내용물은 텅~ 비었더라 하면... - 가만,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아 - 아껴쓰고 절약하며 살아온지 오랜시간. 이건 신이 내게 용돈을 주신건지도 몰라!! - 어떡하지?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버스를 향해 오고있어..!
얼마전에 본 원티드가 떠올랐을 정도로 몇초를 마치 몇십분처럼 쓰며 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어느새 지갑을 손에 들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젠 어떡하지?
- 내용물을 볼까? 아니야... 부자연스럽다.. 자기 지갑 내용물을 살피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 험한세상, 지갑 주워주려다 절도죄로 걸려버리는건 아닐까? 아니지.. 난 경찰서에 가져다 줄거라구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눈은 어느새 지갑 주인이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나는 버스 안 cctv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내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다.
- 우왓-! 도둑질을 하다가 걸린것 같아..! 아무리 기계라지만 저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니!
황급히 자리를 옮겨 cctv가 나를 향하지 않는다는걸 확인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은 마침내 깔끔하게 정리되어, 내일 바로 지갑을 돌려주기로 결론지었다.
남자였다. 그렇다. 그의 짝사랑 상대인지 애인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무튼 그가 아끼는 이성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둔 것이었다. 그렇고보니 여자분의 사진은 증명사진 외에도 이미지샷 등 이쁜 모습이 몇개 더 들어있었다. 자신의 이런사진들을 지갑속에까지 넣어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 낚인것이다. 허탈한 마음이 들면서.. 하늘에서 이런 나를 신이 지켜보면서 쾌재를 부리며 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