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을 차례로 하던 중이었다. 한 신병이 순서가 되어 내 앞에 앉았다.
그래서 의례적으로 먼저 가정사항과 이것저것을 물었다.
평범한 가정의 1남 1녀. 여동생을 가진 신병 이었다.
그 다음으로 입대동기를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신병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곤 얼굴을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햇다.
"이놈아 군입대 동기 물었는데 왜 말을 못해!"
그때서야 그 신병은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재수를 해서 겨우 대학에 합격했다.
비록 재수를 하긴 했지만 그는 원하는 대학에 붙었고, 가족 모두가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는 그토록 원하던 대학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입대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어두운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여동생은 고3 졸업반이었고, 공부를 잘했던 동생은 Y대에 합격했다.
문제는 조그마한 분식집을 운영하시는 부모님께선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빚이 늘어 났고
두 명을 대학에 보낼 여력이 도저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께서는 그래도 남자인 자기를 대학에 보내기로 하고
여동생은 취업을 하는 쪽으로 마음 먹었다.
부모님은 여동생을 불러 집안 사정과 미안하단 말을 울면서 하였고
맘씨 착한 여동생은 부모님께 괜찮다고 하며 오히려 입시생활동안 여러모로 힘들었어서
더이상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부모님을 위로해 주었다...
그 신병은 그 얘기를 문 밖에서 우연히 다 듣게 되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여동생은 누구보다 공부를 잘했고 자신보다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걸...
그 때부터 그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입영 신청서를 냈다.
그리곤 부모님께서 어렵게 마련한 입학금으로 자기 대신 동생을 등록시키고
겨울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2월의 어느 날, 아침 일찍 그는 동생을 깨웠다...
그는 여동생을 데리고 시내 이곳 저곳을 다니며 이쁜 옷과 신발을 사 입히고 가방을 사주었다.
그가 겨울 내내 아르바이트로 번돈으로...... 여동생은 무슨 영문인지 몰랏다.
그리고 나선 여동생을 데리고 여동생이 합격하고 가고 싶었던 대학교 정문에 데리고 갔다.
그리곤 "여기가 앞으로 네가 다닐 곳이야. 다음 주부턴 여기로 와야 돼, 알았지?"
여동생은 어리둥절하면서 "오빠! 오빠는 어떻하구 내가...?"
그러자 그는 "오빤 이틀 뒤에 군대가... 오빠는 군대 갔다 와서 그 때 다시 다니면 돼"
그 말을 들은 여동생과 그는 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 없이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는 그제서야 부모님께 이런저런 정황을 얘기하고...
이쁜 여동생이 입영소에서 눈물 흘리며 손 흔드는 것을 보고 군대에 입대하였다고 했다......
신병은 그렇게 이야기를 마쳤고, 그도 울고 나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