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 집 아기가 예방접종 하는 날이 되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로타텍과 뇌수막염을 접종하고(의사 선생님이 로타텍 잘먹는다고 칭찬했음ㅎㅎ)
아기수첩 표에 도장 찍힌 날을 보니 5월 15일 이더라구요. 어디서 많이 보던 날짜인가 했는데 다름 아닌 스승의 날이네요 어느 덧 아줌마가 되어 아둥바둥 살다 보니 옛 은사님들을 잊고 산지 꽤 시간이 흘렀네요 그리고 문득 오늘 옛 추억을 그려봅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수학선생님의 별명은 아이들 사이에서 ‘고길동’ 이라고 불렸어요. 외모가 당시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과 흡사하다 해서 지어진 듯 합니다. (저는 별루 닮지 않다고 생각)보통 아시겠지만 국어랑, 수학, 영어는 매일 같이 수업이 있잖아요. 매일 보는 선생님 오늘도 예외 없이 교실 안에서 수업을 하시는데. 수학과목 이란게 풀 줄 알아야 잼 있는 과목 아니겠습니까. 칠판에 숫자들을 나열하고 뒤를 돌아 보며 이 문제 풀어 보자고 얘기를 하는데 점심 식사 후 나른한 몸은 어느새 초 여름 햇살을 맞으며 소수의 정예 맴버를 제외한 아이들이 책상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나 봅니다.(필자는 정예맴버가 아닙죠ㅋㅋ) 여하튼 그 날 점심시간 후 많은 학생들이 학교 종 울리기 전까지 곤히 잠을 청한 뒤 각자의 책상 위에는 시원한 음료수가 놓여져 있더라구요! 다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하던 찰나 정예 맴버 중 한 학생이….
선생님께서 너희들 피곤하신 것 같다시며 자신을 포함한 다른 학생과 매점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오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곤 자고 있는 저희들을 위해 손수 음료수 캔 하나 하나를 올려 놓으시고는 책상에 2차 방정식인가?(수학과는 거리가 멀어서 기억이 잘 안나네요) 10개 정도의 문제를 적어 놓으시고는 마지막 문제 밑에 “내일 막무가내로 지정한 사람이 못 풀었을 시 오늘 음료수 값 돌려주기!” 처음에는 아이들이 “고길동 뭐야 진짜 쪼잔하다”, “음료수 안 먹고 낼 그냥 돌려 줄란다” 며 왈가왈부 하는 아이들도 있고 달콤한 휴식에 꿀맛 같은 음료수를 줬다며 고마워 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냥 무신경 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수학시간이 오전에 있었네요. 선생님의 등장 ~ 메모지를 꺼내신 뒤 어제 본 문제와 약간 숫자가 바뀐 문제를 칠판에 적자 아이들은 긴장을 하고 선생님은 샤방하게 웃으신 뒤 로또 번호 뽑 듯 숫자 10개를 부릅니다. 호명된 번호의 아이들은 죽을상을 하면서도 먼저 호명된 아이부터 마지막 호명자까지 문제를 신들린 듯 풀어나가더니 오답자 0%라는 전대미문한 사건을 만들고 마네요!
그 날 아이들은 다시 한번 음료수를 외쳤고 선생님은 다시 한번 샤방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번 기말고사에 반 평균 80을 넘기면 팥빙수를 쏜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였고 수업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선생님 하시는 말씀 “너네 5교시 과학이네! 과학선생님 몽둥이 바꿨더라~오늘 졸립더라도 허리 꼿꼿이 펴고 있어라” 며 마지막 샤방웃음으로 교실 밖으로 나가시네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영문도 모르다가 5교시가 되서야 과학선생님의 새로운 몽둥이와 책상에 얼굴을 묻던 남학생의 엉덩이가 스킨쉽을 하는 순간 아이들은 수학선생님의 드높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커가는 우리아이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훌륭하게 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장효종 선생님 고맙습니다”
(글읽고 잼 있어서 퍼왔네요ㅋㅋhttp://pann.nate.com/b4079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