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3송이

세상말세다 작성일 09.05.21 16: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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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어난지 80일 조금 안된 제 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카네이션(조카가 만들어준 조화)을
보더니 한 참을 울길래 얘가 꽃을 안좋아 하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전에 집사람과 함께 병원에 가서 예방주사를 접종했다고 하더라구요. (로타텍,뇌수막염,폐구균을 접종했다고 하는데 원래 이거 접종하면 우나요?)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된 아이를 집사람과 겨우 달래고 카네이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스치는 생각…
날짜 : 1996년 5월 7일
장소 : 지방도시의 시내
당시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저와 친구들은 어느 한 술집에 모여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와 이미 제대해서 학교를 복학하려고 아르바이트 및 그냥 노는 친구들로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다음날이 어버이 날인걸 미리 짐작한 저희 친구들은 다음 2차를 가기전에 각자 카네이션을 사고 한 친구만 카네이션을 3송이를 구입했죠. (집에 할머니도 계셔서 3송이를 구입함)
각자 군생활로 인해 서로 얼굴을 자주 못보다(다른 친구들도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됨) 어버이날을 망각할 정도로 2차…3차를 달렸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4시를 훌쩍 넘어 각자 자기집 방향대로 택시를 잡아 타고 귀가를 했습니다. 사실 다들 술을 고주망태 될 정도로 마시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얘기는 지금 “그때 만났었나” 하는 기억도 가물가물 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고….
최근에 그 중 카네이션 3송이를 구입했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어떻게 얘기를 하다 보니 그 때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풀어 놓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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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카네이션을 택시에 놓고 왔다는걸 인지한 친구는 도로에 나가봤지만 택시는 떠나고 없다는 거였습니다.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놀고 먹은 시간이 3개월 반찬도 2첩이상 안 나온지 보름 됐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갑을 열었는데 3000원에 1달러 지폐한장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새벽녘에 이봉주가 되어 시내까지 달리기를 했다고..(집에서 시내까지 10km쯤은 될 꺼에요) 시내에 나와 봤지만 이미 가계문은 다 닫혔고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한심하게 쳐다 보았다고 합니다.(이 친구 술 먹고 보면ㅋ 것두 젊은 나이에)
그렇게 1시간쯤 시내 이곳저곳을 방황하니 학교 근천 문구사 문이 열리고 운 좋게 카네이션을 판매 하기에 카네이션 한 송이에 얼마냐고 묻자 문구사 아주머니 1500원이라고 하네요. 정확히 2송이 살 수 있는 가격이었는데 이 친구 죽어도 3송이는 사야 했나 봅니다.
“3000원 + 1달러에 3송이 안될까요?”라고 하자 아주머니 한참을 웃으신 뒤 외국돈은 그냥 잘 간직하고 있으라며 3송이를 봉지에 싸주셨다고 하네요! 물론 이 친구는 아주머니께 고마움을 표하며 다시 집까지 뛰어들어 갔다고 합니다.
이 친구 얘기를 듣고 한참을 웃다가 문구사 아주머니의 인심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버이 날도 지났지만 오늘 본 카네이션에 문득 생각이 스치네요. 그리고 제 아들녀석 이제 곧 80일인데 언제 말문터서 언제 제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줄지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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