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 바라본 세상

pnt 작성일 09.06.17 14: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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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상은 따뜻한거 같네요...      

꺄아-

처음 쓴 글인데 톡 되었네요 :)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리구요,

 

저희 아빠는 아직 항암 치료를 하고 계세요.

며칠 전부터 재활 치료도 시작하셨는데, 좋은 결과 생기길 기도해주세요.

 

더불어 본인도 유방암 환자이면서도

늘 밝은 웃음으로 아빠 곁을 지켜주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우리 엄마,

이인숙 여사께 톡의 영광을 돌립니다. ㅋㅋㅋ

 

엄마, 아빠

사랑해요. :)

 

병원가면 톡 보여줄께요 ♡

 

볼 것 없는 싸이지만 기념 http://www.cyworld.com/jaguar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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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서울 사는 스물 여섯 처자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더웠어요.

저는 오늘 아빠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갔었더랬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게 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희 아빠는 폐암이세요. 폐에서 뇌로, 뇌에서 척수와 골수에 전이가 되셔서

지금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입원 중이시랍니다.

 

그래서 휠체어를 어디서 빌릴 수 있을까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사게 될 경우에는 상당히 비싸요!!)

보건소에서는 1개월 무료 대여를 해주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개월부터 최장 5개월까지 무료로 대여를 해준다는 사실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고 계셨나요? 나라에서 가끔 좋은 일도 하긴 하나봐요...)

그래서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하고 용산 지사로 휠체어를 찾으러 갔어요.

 

브레이크가 약간 안 좋긴 하지만 상태는 좋은 휠체어였습니다.

휠체어를 인수받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저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과연 휠체어를 타고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이제 우리 아빠도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녀야 할텐데...

'세상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곳일까?

 

그래서 한 번 휠체어 타기를 시도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왠걸.....

보험공단에서 나오는 빌딩 건물 앞부터 계단이 있더군요.

아주아주아주 낮은 계단들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혼자 갈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버스 정류장까지는 밀고 가기로 마음먹었죠.

(사실 당장 타기에는 주위에 사람이 너무.....많기도 했어요....-ㅅ-;;;;;)

 

휠체어의 무게는 대략 18키로 정도 된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휠체어를 접어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이거 왠걸.....제가 들기에는 너무 무거웠었더랬습니다.

저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165에.....50....조금 넘어요 ㅋㅋㅋㅋ

그래도 주변 분들이 너도나도 도와주셔서 버스에 안전히 탑승했어요.

여기서부터 저는 아직 세상이 살 만 하구나...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용산 지사는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구요,

저는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를 향해 갔습니다.

가는 내내 내릴 때는 어떻게 내려야하지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내릴 때가 되니 눈여겨보던 아리따운 여고생분이 도와주시더라구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버스 아저씨의 눈치가 정말 많이 보였거든요...ㅠ.ㅠ

(공항 버스 타면 캐리어는 기사님들이 들어주시는데.....그냥 버스 기사님들에게...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겠죠? 하긴....뒤에서 빵빵거릴지도..)

 

네..여기서부터 저는 휠체어를 타고 병원까지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제가 내린 버스정류장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에서 15분이 걸립니다.

현대백화점에서부터 연대까지 생각하시면 되요.

늘 걷던 길이라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덥썩 탔던 것이 문제긴 하지만...

저의 고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타자마자 인도에서 차도가 이어지는 턱에서 바퀴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차는 다가오고 있고 휠체어에 앉아 다가오는 차를 보니 정말 무섭더군요.

살살 다가오긴 하지만 바로 치일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바퀴는 턱에 걸리고 휠체어 운전에 미숙한 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시민 한 분이 뒤에서 절 구해주셨어요. ㅠ.ㅠ

세상은 아름답구나 생각하고 또 열심히 바퀴를 굴려가며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들이 정말 무섭긴 하더라구요.

조심조심 가고 있는데 뒤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잡아주셨어요.

70에서 80은 되어보이시는 할아버지셨는데

선뜻 연대 앞 교회까지 밀어주시는 바람에 너무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한사코 거절했는데도 혼자 힘들 거라면서 밀어주신 할아버님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대 앞 교회에서 횡단보도 가는 길, 아주 얕은 오르막도 휠체어로 가기에는

참 버겁고 힘든 길이더라구요.

그 때 도와주신 학생 두 분, 정말 감사드려요.

또 횡단보도 신호가 아슬아슬할 때 도와주신 여성분과 아저씨도....

그리고 병원의 숨막히는 오르막을 도와주신 여성분도....

(시간이 남는다고 절 안심시키면서 도와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또 병원 앞 암센터 현관에서 밀어주신 남성분도요.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저 앞으로 아빠가 어떻게 지내실 지 제가 먼저 느껴보고 싶었어요. 다리를 쓸 수 없는 아빠에게 어떤 세상이 열릴 지....

그게 궁금했거든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세상은 너무 무섭고 힘들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이 계시고 몸이 조금 불편한 분들에게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세상이 될 거라 믿어요.

 

1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왔지만

저에겐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제 주변의 불편한 분들에게 더 신경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살께요.

 

도와주신 분들, 죄송하고 정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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