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6년 결혼 4년차.. 22 개월 아들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입니다.
(저 33, 아내 31 살)
전에 글올렸던 사람인지라..혹 아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우리 사고쟁이 아내가 또 사고를 저질러버렸네요..ㅡㅡ;
해서 또 이렇게 자판을 들게 됐습니다..
얼마전 일이었어요.. 늘 그렇듯 열심히 하루를 마감하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죠..
(야근을 하고 집에가면 아들이 자고있는 시간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아들하고
놀수가 없답니다..ㅜㅜ.. 이놈의 야근은 언제나 끝날런지...)
다행이 아들녀석은 아직까지 자지않고 아빠를 반가이 맞이했구요..^^
아들놈 졸릴까바 후다닥 씻고, 대충 저녁 먹고 한창 아들놈과 둥기둥기 하고있을때였어요..
같이 잘 놀고있던 아내가 갑자기 서랍장으로 가더니 문을 열고 부시럭 부시럭 뭔가를 찾더군요..
' 윽~ 몰까...음..나한테 무슨 고지서 같은게 왔을까?.. 내가 카드를 썼던가.. 아님 아내가 또
인생 계획 이란 주제로 뭔가를 만들어낸 것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살짝살짝 엿보면서 긴장을
하고 있던 터였죠..ㅡㅡ;
그러던 아내는 드디어 찾아냈는지 그 물건을 뒤로 숨긴채 뜬금없이 내게 이러덥디다..
" 오빠, 만약 지금 오빠한테 꽁돈 300 만원이 생기면 가장 하고싶은게 모야?" ㅡㅡ;
이게 왠 날벼락같은 소린가요... 무슨 꿍꿍인가 싶으면서 순간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설마 저 뒤에 숨긴것이 돈 모아둔 통장일리는 없을테고...( 저희 가정 여웃돈 없거든요..
제 월급에서 저 용돈 20 만원, 아가한테 들어가는돈 많을테고, 적금, 보험, 관리비.. 이것을
제외한 것이 아내 용돈일텐데...저렇게 제외하고 나면 아내 용돈 남는 거 없습니다...ㅡㅡ;
적금과 보험이 넘 과한듯 해서 좀 줄이고 맛난거 사묵으면서 살자해도 ...
아내는 ' 젊어서 모아야한다 ' 주의입니다. 노인네처럼..ㅡㅡ;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했는데..)
때문에 전 확신했죠... 복권 사건인가부다 했죠..예전에 복권 당첨됐다고 전화해서
난리부루수를 친적이 있었죠..제가 집에가서 확인 해본결과 ..처음 로또 나왔을땐
10000 원어치하면 숫자 30 개가 써있지요?
6개의 숫자를 30 개 번호중에서 이리 저리 맞혔다고 ..그게 당첨이랍니다..ㅡㅡ;
그당시 그 복권을 자기 친구가 사준거라하면서.. 친구한테 얼마를 줘야하나 고민도
했답니다..ㅡㅡ;;
여하튼 따로 돈을 모아둘 여력은 없을테고 ..분명 또 복권 사기라고 확신했죠..
글서 아내의 질문에 전 " 응 난 300 만원어치 복권사서.. 너 복권숫자 보는법 알려줄래"
이랬죠..ㅎㅎ .. 근데 아내는 그냥 씨익 웃더이다.. (어라?)
그러더니 저한테 못보던 통장을 쑤욱~ 내밀면서.. " 오빠, 이거 선물이야.. 오빠 사고싶은거,
하고 싶은거 이 한도내에서 다 해도 돼..." 이러는것입니다.
저 순간 아무 생각도 없이 통장 속을 들여다 봤죠...헉...거금 300 만원 (뒷자리 빼고..ㅎㅎ)
그것도 예금주가 제이름으로..흐미..이게 무슨 일이다냐..했죠..
음..딴주머니 찰 여력은 없었을테고...자초지종을 물었죠.. 설명해주더군요.
아내 얘기를 다 듣고난 저...정말 어떻게 형언해야할지도 모르겠더군요..
황당하고 너무 웃기고 너무 귀엽구, 너무 행복해서....^^;;
내용인즉슨.. 자기가 어렸을때 생각했답니다.. 나중에 자기가 첫사랑 만나서 그사람하고
10 년을 보내게 될때, 뭔가 선물을 주고싶은데..꽃잎을 모을수도 없고..(이 대목이 가장
웃겼죠..ㅎㅎ) ..모으기 가장 좋은게 돈인거같아서 10 년전 우리 만날때부터 자기 용돈 쪼개서
월 3만원씩 모아왔답니다..ㅡㅡ;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제 아내 너무 착하고 순딩인거 알았지만...정말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계획적인 순딩일줄이야...^^;;
그러면서 모하고 싶냐고 자꾸 묻더군요..
" 이거 내 선물이면 ..그럼 내가 이돈 내가 쓰고싶은데로 써도 되는거지?..괜찬아?"
아내는 내심 불안한 눈초리로 고개만 끄덕끄덕 하더니..이내 맘을 비웠는지
" 그럼~ 오빠가 평상시 하고 싶었던거 사고 싶었던거 다 해도 돼는거야...
어차피 내 취지가 그거였으니까... 아 맞다.. 오빠 돈 없어서 비싼 술도 못먹어봤지?
친구들한테 한턱 쏴도 좋겠네..히히.. 오빠도 10 년동안 고생했으니까 ...한번 봐줄게..
대신 넘 비싼거 말구.. 술로 다 쓰면 아까우니까.. 히히 " 으헉~ 이런 배려까지..
" 그래? 정말이지? 나중에 딴소리 하지마.. 그래 그럼 우선 내일 내 통장으로
50 만원 보내줘.. 내일 친구들 소집해야지.."
며칠 후 저 친구들과 좋아하는 술 진탕 먹고 재밋게 놀았습니다.. 넘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갑작스런 폭음과 남은 여흥의 고통 ^^ 탓에 다음날은 서둘러 퇴근한 후
아내의 걱정스런 눈초리를 모두 흡수하며 쥐죽은듯 쉬고 있을터였죠 ...(제가 몸살이..^^;;)
전화 한통이 걸려오고 ..통화가 끝난 후 아내가 훌쩍이며 방에서 나오더라구요..
근데...저한테 점점 다가오는 듯 하더니 결국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저에게 안기더라구요..
옆에서 우리 아가도 덩달아 울고...당황한 저 " 왜..왜 그래.. 무슨일이야...? 응?"
" 왜그랬어...내가 오빠 하고 싶은거 하라고 했지 누가 우리집 티비 사주라했어...
고마워 오빠.. 으앙~~" ㅡㅡ;;
장모님껜 절대 비밀이라고 그렇게 당부드리고 또 다짐도 받았건만...^^;;
천사같은 아내가 10 년동안 나만을 위해 만들어준 선물 정말 헛되게 쓰고 싶지 않습니다.
이거이거 어떻게 써야할까요... 아내를 위해 쓰고 싶은데..^^;;
우선 이번주엔 그동안 용돈도 많이 못드려서 죄송했는데... 본가쪽 부모님 찾아뵙고
한턱 쏴야 할듯 하네요... 그다음은 또 처가쪽도...ㅎㅎ
너무 자랑이 심했죠?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세요.. ^^;;
친구 놈들은 아직도 전화할때마다 이럽니다... " 야 ~또한번 5 만원어치 술 사주고 2시간 동안
와입 자랑하면 듁는다? " ㅎㅎㅎㅎ
통장을 볼때마다 그 긴 10 년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정말 아내의 눈물, 슬픔, 미소, 기쁨..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필름으로 연결되어 눈앞으로 스쳐지나갑니다..
분명 10 년전보다 지금이 아내에겐 더 힘든 삶인데...아낸 그래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우깁니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영원히 지켜 줄랍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리라.. 이미 행복은 누구나의 옆에
있었다는 것을...단지 난 그것이 작다여겨 무시했지만 아내는 그것을 발견했고
또한 이미 소중히 가꾸고 있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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