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시

고등어짱 작성일 09.11.15 13: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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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씨앗


내 말에 심지가 느껴지십니까

 
그럼 불을 붙이세요

 
백열등을 켠 당신의 눈동자에

 
활활 타오르는 나, 바짝바짝 혀부터 마르네요

 
언제 가슴 밑바닥을 헤집었나요

 

벼린 이빨 사이 야무지게 장전한 16연발탄


서로의 급소에 맞춤인 걸요

 
햇살이 머릴 박으며 뛰어드는 당신의 단도

 
잽싸게 내 머릿속을 갈가리 찢어놓자

 
꼬리에 불붙은 양 날뛰는

 
짐승 한 마리

 
벌겋게 달군 긴 혀로 당신의 목을 휘감아 절벽 아래로 내던졌어요

 
악착같은 당신도 질세라

 
날 선 혀 안에서 서슬 퍼런 기관총을 마구 쏘아 올렸죠


웃을까 말까 하던 당신과 나의 관계,

 
확실하게 찢어져 버린 거죠
악!

 
떨어진 살점들이 사이렌처럼 울고 꺾인 팔다리가 구급차를 부르네요

 
- 뻣뻣하게 굳은 혀를 절단해야 합니다

 
- 피가 엉긴 시간들도 잘라내야 합니다


날콩 같은 비린 물내가 두 볼을 타고 흘러요

 
낭자한 말의 탄피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 손바닥 위


미안해,

 
그 작고도 여린 씨앗 한 알


이제 떨어뜨릴까 해요






詩/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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