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씨앗
내 말에 심지가 느껴지십니까
그럼 불을 붙이세요
백열등을 켠 당신의 눈동자에
활활 타오르는 나, 바짝바짝 혀부터 마르네요
언제 가슴 밑바닥을 헤집었나요
벼린 이빨 사이 야무지게 장전한 16연발탄
서로의 급소에 맞춤인 걸요
햇살이 머릴 박으며 뛰어드는 당신의 단도
잽싸게 내 머릿속을 갈가리 찢어놓자
꼬리에 불붙은 양 날뛰는
짐승 한 마리
벌겋게 달군 긴 혀로 당신의 목을 휘감아 절벽 아래로 내던졌어요
악착같은 당신도 질세라
날 선 혀 안에서 서슬 퍼런 기관총을 마구 쏘아 올렸죠
웃을까 말까 하던 당신과 나의 관계,
확실하게 찢어져 버린 거죠
악!
떨어진 살점들이 사이렌처럼 울고 꺾인 팔다리가 구급차를 부르네요
- 뻣뻣하게 굳은 혀를 절단해야 합니다
- 피가 엉긴 시간들도 잘라내야 합니다
날콩 같은 비린 물내가 두 볼을 타고 흘러요
낭자한 말의 탄피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 손바닥 위
미안해,
그 작고도 여린 씨앗 한 알
이제 떨어뜨릴까 해요
詩/정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