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첫키스

의곡리울맹자 작성일 09.12.19 08: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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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동원 오빠나 만나지 그래?"

"미쳤냐? 생일 전날에 그 매력없고 둔한녀석을..."

"그래도 스무번째 생일인데...전화해봐..."

어렸을 때 부터 그 녀석은 그랬었다.

생일이 한 달쯤 지나서야 불쑥 선물을 내미는 놈이었고

돈을 아끼겠다고 공테잎에다 지가 노래를 불러서 녹음해 오
는 놈이었다.

한번은 진짜로 야한 선물을 한다기에 '많이 발전했네~'하며
기대했더니 지

사이즈랑 똑같은 빤스를 선물을 했다. 누런색을 어디서 구했
을까...

"임마! 50kg의 여자에게 아줌마용을... 넌 이게 섹시해 보
여?? -_-;"

"어? 그거 너한테 크냐? 근데.. 헐렁한거 입으면 더 섹쉬해 보
인다..

나중에 그거 입은 모습 꼭 보여줘....헐헐..."

하지만 오늘도 또 속는셈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너냐? 그런데 너가 누구냐?"

"......-_-; 주희라고해...-_-;"

"흠흠.. 그런데 왜 걸었냐?"

"동원아 오늘 시간 있으면 영화보러 안갈래?"

"싫어!"

"왜?"

"돈이 아까워... -_-;"

으...쓰발...이놈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내줄테니 당장 와라..."

딸칵. 으.. 드럽고 지저분한 녀석...

얼른 동생에게 3만원 삥을 뜯었다.

녀석도 그렇지만 울 동생도 폭력 앞에는 항상 비굴했다.

"주희야!"

이놈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가온다.

웃는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침을 뱉
었다. -_-;;;

"무슨 영화 예매 해놨어?"

으.. 난 한박자 씹구 위 아래로 야린후 그 놈 데리고 영화관으
로 갔다.

대부분 매진이고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겨우 예매했다.

물론 돈은 내가냈다. 여자가 돈을 쓰게 하다니... 그지 녀석.

영화는 1시간 30분 후에나 시작한다.

그동안 모할지 생각하는데 이녀석이 갑자기 제안했다.

"주희야 우리 내기 할래? 지금부터 30분 동안에 너는 남자를
난 여자를 꼬셔

서더 빨리 꼬시는 쪽에게 자기 표를 양보하는 거야..."

"퍼벅!!..."

동원이는 한대 맞더니 조용해졌다. 삐졌나부다

우리는 침묵속에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멀티 비젼쪽으로 걸어
갔다. 이 때

갑자기 녀석이 실실 웃으며,

"야..나 tv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 본적있다. 꼭 해보고 싶었
어.."

그러더니 멀티비젼 한쪽에 앉아 있는 연인 뒤로 가더니 양쪽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연인들의 얼굴을 번갈아 빤히 쳐다 보는 것이었다.

"야! 너 모야?"

터프한 남자가 말했다.

"나 동원이야... "

녀석이 계속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 터프 자식 좀 열받았나보다...

"나....장난치는거야... "

녀석이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달려와서 "뛰어!!" 하더니 혼자서 막 달아나
버렸다.

이 정신나간 놈 때문에 나도 롯데 지하에서 *년처럼 달렸
다.

다들 쳐다 봤다. 계동원 너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_-;

한참 달려서 외딴곳에 숨어 있는 그놈을 발견했다.

"주희야 재미있었지? 한번 더할까? "

하고 또 싱글벙글이다...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 우리를 미
친년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맞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튼 웃다가 죽다가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우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주희야 팝콘 먹고 싶지 않냐?"

"응!"

너무 반가왔다. 영화비에 버금가는 많큼 먹어주리라...

"그럼 사와라.. 음료수도... " -_-;;;

이 놈 다이어리에 진짜 동전조차 없었다.

세상에 아무리 내가 돈을 낸다고 했지만 남자가 치사하다 못


비열하게 동전도 안가져 나오냐?

치사한놈~ 치사한놈~ 주문을 외우는 동안 영화가 시작되었
다.

영화는 질질 짜게하는 한국 스타일의 영화였다.

나는 막 울고 싶은것을 참고 슬금 슬금 눈물을 훔쳤다.

"야 이눔아.. 여자가 울면 손수건을..."

그런데 그 놈이 점점 흐느끼더니 엉엉 울었다. 다 쳐다 본다.

엄청 눈물 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들 다 웃는다. 쪽팔린
다. 죽고싶다...

내가 다시 계동원하고 영화보러오면 평생 참치만 먹고 산
다...

영화가 끝난후 화장실에 숨어서 사람들 다 나가길 기다렸다.

이 녀석과 함께 온 여자임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 놈 여자 화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주희야 내가 당구 가르쳐 줄께...가자! "

다들 날 째려본다...

이 놈이 오늘 나한테 빌 붙으려고 작전을 하고 나왔나보다...

우리는 잠실에서 나

와서 신천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가다가 이상한 건물로 들어가더니 당구장을 찾아냈다.

"으아...찾았냈네..내 돈!!..."

"어머! 동원오빠... 오래간만이야!..."

음..죽도록 이쁜 여자애가 말했다.

물론 나보다 이쁘지는 않았지만 열받는다.

이 멍청하고 드럽고 치사한 놈이 어떻게 저런 여자애를 알고
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면 돈 굳었네...홀홀~~

"응..수진아 진짜 오랜만이다. 아르바이트 한다고해서 한 번
왔어..

얘는 내 꼬봉... 주희라고해.. " 어랏랏? 꼬봉???-_-;

그녀와 난 인사를 했다. 그녀는 동원이 팔짱을 끼더니 데리
고 가버렸다.

으...최악의 생일이 되어간다...학교에서 고소영 붕어빵이라
불리는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몰까?? 저놈 옆 아파트에 사는게 내 운명
의 최대 걸림돌이

된것같다. 둘이서 웃으며 오라고 손짓했다. 비참했다.

"주희야 내가 가르쳐 줄께... "

하더니 30을 뺐다.

"너 30이야? 나... 120인데....너 당구칠줄 알았었냐?-_-;"

으이구... 결국 우리는 포켓을 쳤다. 그 여자애까지

3명이서...그 여자애는 당구장 걸 답게 정말 잘 쳤다. 300은
되는 것 같았다.

"수진아 삼촌 잘 계시냐?"

동원이 녀석이 삑살이 내면서 물었다.

"응. 그럼! 고모도 잘 계셔? "

그녀가 마쎄이 찍으며 되물었다.

"울 부모님 미국 여행가셨다... "

녀석이 8번 공을 넣으며 대답했다.

얼랠레? 둘이 친척이었잖아! 괜히 혼자서 질투하고 난리 마
카레나를... 그럼

그렇지...녀석이 어떻게...

그런데 동원이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구나...

울 부모님도 여행 가셨는데..그런데 자식....그래서 돈이 없
나?

어째튼 난 기분이 풀어졌고 수진이랑도 같이 잘 놀다가 나왔
다.

알고보니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같은 친척인데 동원이랑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걸까?

"주희야 우리 노래방 안갈래?"

"공짜냐?-_-;"

"......" -_-;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놈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난 변했
다.

노래방은 아까 당구장보다 훨 깨끗했다. 오늘 웃기는 날이
다.

이놈하고 영화를 본 적은 있었지만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처
음 와보는 것이다.

물론 친구랑은 많이 와봤고 퀸카이니 만큼 미팅 때도 많이 와
봤지만 이

녀석하고 온 것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기뻤다.

"동원아 꼭 성공해라! "

누가 음료수를 가져다 주고 나가며 말

했다.

"예. 고마워요 형."

"잉?? 몰 성공해??? 너 운전면허 시험 보냐?"

"응? 아...아니...그냥...저 형 원래 헛소리 잘해.."

어째튼 노래를 불렀다.

녀석 경기고때 합창부였다고 당구 치는 것 처럼 노래 부르지
는 않는군.

동원이는 '날아라 병아리'를 부르고 키우던 강아지 얘기를 했
다.

나도 본적 있는데... 그 사람처럼 누워서 자는 개...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별 이야기'와 '이젠 안녕'을 부르고 나
왔다.

"으아! 넘 늦게 만나서 벌써 저녁 9시다. 재미있었징?"

"음..저녁을 안먹었는데... 어떻게 할래?"

"나도 그럭저럭 잘 놀았다. 배 안고프니깐 그냥 집으로 가
자.."

녀석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두 정거장 걸어가면 안되
나?

무드는 코딱지 만큼도 없는 놈이다. 어째튼 569가 도착했다.

9시인데도 사람이 많이 타고 있었다.

나는 토큰을 내고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막 웃는 것이었다.

나는 뜨끔해서 뒤돌아 봤다.

"죄송합니다..다신 안그럴께요...."

이 놈이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다른 승객들
은 다 웃고

있었다.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 놈과 멀리 떨
어졌다.

절대 또 쪽팔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사

히 2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그리고도 한참을 가다가 다가가서 물어봤다.

"야..너 아까 왜 혼났냐? 공짜로 태워 달라고 했지?"

"아..그건..."

이 싸이코같은 녀석이 바지 뒷 주머니에 있는 버스 카드가 꺼
내기가 귀찮다고

엉덩이를 그 센서에 가져가서는 마구 비벼덴 것이다.

그러니 그걸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겼겠는가?

그걸 보고도 안 혼내는 버스 운전사가 있다면 그 운전사도

이 놈처럼

싸이코일것이다.



"참...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
"응???"

드디어 내 생일을 기억 한거냐? 그래...그래...

지금까지의 일은 다 용서해 주마. 그런데 꽃 한송이 없이

이런곳에서...

"나..군대...안 가... 병원에서....아마 못갈꺼래..."

맙소사. 헤어지기 전에 한다는 소리가 군대 '안'가 냐?

누구는 입대 전날 공사판에서 일해서 생일인 애인에게 선물


사주고는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는데... 너랑은...그런 로맨
스도 이미 물건너

간거냐?

"너 정신병이지?"

"그건 아닌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으이구. 열받아서 인사도 안하고 와버렸다.

부모님도 안계신데 이 기집애도 어디로 나간건지 문이 잠겨
서들어갈

수가없었다

흑흑...오늘은 확실히 최악이야... 우울해진 나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이 다이어리는 우리가 고등학교 입학 할 때 똑같은 것으로
산 것이다.

물론 각각 돈내고...

' 어라? 이거 내꺼 아니다.... '

으악! 다이어리가 바뀐 것이었다.

내 다이어리에 그녀석 좋아한다고 쓴 일기가 있는데... 큰일
났다.

이런 쪽팔림... 아까 롯데에서 달릴 때보다 더 쪽팔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봐야지.. 혹시 놈도 사랑을 고백해 놓
지 않았을까??

전화번호부에는 남자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전화번호부에서 여자 이름만 찾아서 적어놓은 것이리
라...

스케쥴을 보니 12월 여행... 이렇게 써 있었다.

어? 아깐 아무 말도 안했는데... 노래방에서 그 오빠가 말한것
이 그거였나?

그런데 무슨 여행을 이렇게 오래가 있어? 내년 7월까지...

생일까지 거기 있다가 올 모양이네? 나쁜놈 얘기도 안하다
니..

난 바로 공중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동원아. 나 주흰데.. 너 다이어리 펴 봤냐?"

"아니." -_-;;;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웠다.

쪽팔림의 감정과 봐줬으면 하는 감정이 교차했었는데 안 봤
다면 뭐....

"야.. 우리 다이어리 바뀌었다. 지금 너네 집에 찾으러 간다...

부모님 여행 가시고 동생도 집에 없어서 시간도 때울겸...."

앗! 곧 후회했다. 찾으러가지 말고 모른 척 할껄...

나쁜 녀석 내 다이어리 보다보면 내 생일인 것도 알텐데...

하지만 엎지러진 물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

난 그 녀석 밖에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막 눌렀다.

녀석이 인상을 쓰면서 나왔다.

"으...넌 예의도 모르냐?"

지가 언제부터 예의를... 망할녀석...--;

"여기 있다. 다이어리. 참 너 여행가냐?"

"아...미국에 잠시..."

"그런데 왜 내년 7월까지 여행이라고 써 있냐?"

"그렇게 해 놓으면 부티나보이잖아...."

" .....-_-; 그런데 언제 떠나냐?"

"아직 안 정했다. 마음을 확실하게 잡으면..."

"응?? 마음을 잡다니? 무슨소리냐?"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쓸 필요 없어...."

그 때 녀석 집 안을 보니 어두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야..그런데 너 왜이렇게 컴컴하게 하고 있냐?"

"아..멋있잖아...

들어와라..."

이거 늑대 녀석과 어두운곳에 들어가면 위험한거 아닌지 몰
라?

하지만 난 따라 들어갔다. 이 멍청한 녀석이야 뭐....

"쇼파에 앉아 있어라... "

어쭈 명령하듯이...건방지네...

벌써 11시였다. 시간 정말 빨리가는군.

약 1분 정도가 지났는데 이 녀석이 안나왔다.

어두 컴컴한 곳에서 혼자 앉아 있으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때 갑자기 오래된 팝음악이 흘러나왔다.

'이거 뉴키즈 온더 블락의 해피버스데이 투유 아니야? '

동원이는 조그마한 상을 들고 나왔다.

상위의 케익에 꽃혀있는 조그마한 촛대들에서 불빛이 반짝이


있었고 케익 옆에 놓여 있는 스무송이의 장미는 황홀한 향기
를 내뿜었다.

"야. 내가 몰라준다고 섭섭했었지?

원래 내일 해주려고 그랬었는데 니가 밤에 찾아 오는 바람
에..."

눈물이 났다. 동원이가 장미 꽃을 내게 건냈다.

자식~ 이런 짓도 할 줄 아는군...기뻤다. 그 어느해의 생일 보
다도.

그 녀석은 생일 축하곡 대신 흘러 나오는 뉴키즈의 '해피 버
스데이 투유'를

따라 불렀다. -_-;;;

나는 '후~ ' 불어서 촛불을 한번에 껐다.

녀석은 다른 커다란 초를 몇개 꺼내더니 불을 땡겼다.

어떤 조명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름다운 바알간 그림자가 아
른거렸다.

"너...내 생일 어떻게 기억했어?"

"야..15년을 함께 지냈는데...그래서 일부러 다이어리 바꿔놨
지...

그런데 오늘 찾으러 올 줄은 몰랐다. 음..어서 소원 빌어야지
~~"

"내 소원은 너랑 나랑 건강하고 행복한거... 너두 말해라.."

"나두? 나...나는...딱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음.. 나 여행 갔다와서 말할께... 그 때까지 기다려주라....

그리고 12월 31일에도 오늘같은 밤을 지내자~ 좋지?"

케니 g 의 크리스마스 앨범 '미라클'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
러 나왔다.

장미의 향기와 아름다운 음악은 춤추고 있는 촛대위의 불처
럼 내마음을

흔들었다.

녀석도 내가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고 나도 집에 돌아
가고 싶지 않았다.

새벽 1시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석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고
녀석은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눈꺼풀이 가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그 소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나는 쇼파에 누워서 녀석의 다리를
배고 있었고

녀석은 쇼파에 앉아서 입을 헤~에 벌리고 자고 있었다.

원래의 그 녀석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난 행복했다.

가만이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눈을 떴다. 그리

고는 띠껍게 말했다.

"뭘 보냐? " -_-;;

"넌 왜 앉아서 잤냐?"

"임마! 니가 돌로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데 당연하지...."

녀석 눈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꼭 엄청나게 운 것 처럼....

녀석 꽤 피곤 했었나보다...내 머리가 그렇게 무겁나? 훗훗...

"참..너 집에 안가봐도 되냐? 부모님은 안계셔도 동생이 걱정
하겠다."

"아..맞아. 연락도 안했구나..."

"잘가라... 그리고....생일 축하해~"

녀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 대신 나도 미소를 지어 대답했다.

녀석에게 고마운 것은 생일 축하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보다도 완전

무방비 상태의 나를 아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웠다.

사실 나도 녀석을 믿었기에 그 시간에 그렇게 있을 수 있었지
만.

하지만 또 아쉬움이 남았다. 녀석 그렇다고 키스도 못하냐?

바보...

"동생아... 언니 왔다."

"언니 어디갔었어?"

"응...비밀... 너 이거 말하면 안돼~"

"음..그러지 뭐.... 참. 돈 다 썼어?"

"아...다음주에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

"그 돈 안갚아도 돼. 그거 동원 오빠가 준거야.

언니랑 생일 파티 할꺼라면서.... 언니가 달라고 하면 주라더
라...

그런데 자기 생일에 돈 빌려서 나가는 여자... 너무 우끼더
라...."

난 다시 엄청나게 황당했다. 이녀석 그것도 계획적이었구
나...

자식 이왕 해줄꺼면 정상적으로 좀 해주지...내가 구걸하게
만들다니...

어째튼 난 집에와서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녀석 진짜로 안봤
나?

스케줄을 넘기고 있는데 '12월 13일 계동원 여행'이라고 써
있었다. 봤네??

'어라? 그런데 13일이면 내일 모래 아니야? '

녀석 마음이 접히면 떠난다더니 내일 모래 떠나네...

그날 밤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다음날 찾아갔는데 녀석은 없었다. 으...나쁜놈 결국 인사도
안하고 갔구나.

하여튼 몇주안에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서 기다려야지.

녀석이 좋은 파티를 해 주었으니 나도 그녀석에게 정말 기쁜
파티를 해주겠어!

난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이전에 봤던 노래방의 오빠가 찾아왔다.

"주희씨 맞죠? 동생이 여기 있을 거라고해서..."

"아..예.. 안녕하세요?"

"녀석 미국 떠났습니까?"

"그런것 같아요. 13일에떠난다고 제 다이어리에 적어 놨드라
구요"

"잘 되어야 할텐데...."

"잘 되다니요? 저번에도 그 말씀 하신 것 같은데..."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 이야기가 아닌것은 단번에 알수 있었다.

"모르셨나요? 걔 수술하러 미국 갔습니다."

"수...수술..이라뇨?"

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사람 정신나간 소리 하는것 같았다. 그럴리가 없었

다.
"주희씨에게는 마음 아플까봐 얘기를 못했나보네요...

녀석 원래 12월 말쯤에 마음 잡히면 떠난다고 했는데...벌
써...

주희씨가 기도해 주세요... 잘 될껍니다...."

그는 그말을 하고 떠났다. 난 들고 있던 잔을 놓쳐서 깨트리
고 말았다.

그날 여행 언제가냐고 물어볼 때 마음이 잡히면 간다고 했었
는데... 그게 그

말이었다. 난 그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 말 믿을 수 없었다.

약 2주정도 지나 12월의 마지막날 이 대신 도착한 편지를 받
기 전까지는..

'안녕? 주희야...

여기는 펜실베니아의 큰 병원이란다.

검사해 봤는데..뇌종양이라나 뭐라나...

꽤 어려운 병인가봐...

말 안하고와서 정말 미안하다...

너한테는 도저히 말 할 용기가 안생겼어....

나 그날 밤에 나 소원 말하라고 했을 때 하지 못한 말...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으면... ' 이었는데

눈물이 날까봐 말을 못했다.

그날 밤새워 울었다. 너의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너에게 하지 못한말을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

'사랑해 주희야 너를 알고 단 1초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나 내일 수술해... 사실은 조금 떨린다.
하지만 주희야. 난 걱정안해 하나님이 지켜주실테니까...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고 왔기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너도 걱정하지마...네가 나때문에 걱정하는거 나 싫어...

그날 밤에 못 받은 키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난 꼭

돌아올거야...

약속할테니 너도 나를 기다려줘.

진심으로 사랑한다.'

난 밤새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우린 키스도 못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지조차 못했는
데...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난 몇일후 아르바이트 다시 시작했다. 녀석은 꼭 온다.

녀석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고 약속한 것은 꼭 지켰었
다.

이번에도 반드시 지키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1 주일 후 미국에서 편지가 날라왔다....

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 녀석이 자주 사용하던 립크림 향기가
풍겼다.

편지에는 아무 내용 없이 보라빛 입술 자국만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아...!!"

나는 눈물로 적셔진 편지지 위의 입술 자국에 내 입술을 맞췄
다.

녀석과 나의

첫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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