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겁쟁이에 바보인가요?

땡글이76 작성일 10.02.03 09: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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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겁쟁이에 바보인가요?

 

 

 

저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33살 직장인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남들보다 크게 잘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보통 삶을 살았고
좋은 직장도 구하고,
또 예쁜 와이프와 결혼도 하게 되었고요.

물론 아버지의 술주정과 낭비벽 등으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괴로웠지만
나쁘기 만한 아버지는 아니었고
그 정도 힘들지 않은 집안이 어디 있으랴...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직전
아버지께서 제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셨고,
조금 큰돈이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학원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돈이었고,
아파트 전세금을 받으면
바로 돌려주신다는 말씀에
5천 만 원을 대출 받아 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집사람에게도
이 상황을 얘기했고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해 해줬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아버지는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전세금을 받은 뒤에도
사업을 하는데 좀 필요하니
나중에 아버지 소유의 2층 집을 팔아서
꼭 주겠다고 말씀하셔서
아버지를 굳게 믿었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만 꿈꾸던 저에게
그 때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족 몰래 진 빚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고,

급기야는 사채업자가 집을 들이닥쳤고,
도망간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혼자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나중에 사기죄로 소송이 걸려 알게 됐지만
그 어마어마한 빚은 아버지의 도박 때문에
생긴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두려움과 상실감에
급기야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셨고
그 와중에 저는,
저 하나 믿고 결혼한 아내 몰래,
또 다시 집에 돈을 빌려드렸습니다.

당시 돈을 드릴 때만 해도
아버지가 그 엄청난 도박 빚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고, 집이 경매에 잡혀 넘어가기
직전인 것도 몰랐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진실로 얘기하고 용서를 구하면
받아주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정말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를 위로해주고 감싸주길 바랬는데
청천벽력처럼 쏟아지는 집안일들을 들으면서
무슨 일이 또 터질까 두렵고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얘기합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해는 하지만
나는 실망이 큰 나머지 술을 먹고 아내를 외면하는 등
못된 짓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아내는 제가 진 빚에 대해
100% 알지 못합니다.
더욱이 신혼생활이 이렇게 일그러지는 바람에
서로 간에 불신이 깊어졌고 결국 별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냉정하게 제 입장에서만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과 어떻게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막상 정말 헤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니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우리였는데... 하는 생각에,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또 아직 밝히지 못한 사실들을 다 터놓으면
아내가 분명 절 떠날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 괴롭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내가 그걸 받아줄 것 같지 않고,
이별을 결심할 것 같아 용기가 나질 않아요
전 겁쟁이에 바보인 건가요...?

- minjulu (새벽편지가족) -



살다보면 항상 예고치 못한
일들이 닥쳐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금씩 산을 넘다보면
힘이 생깁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이겨내십시오.

- 당신을 댓글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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