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신발의 무게를 몰랐습니다.
마루 밑에 널려있는 신발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관심 있는 것은 내 신발 뿐,
늘어져 있는 신발의 숫자가
아버지에게 무었을 의미하는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신발 한 켤레로 살 땐 몰랐는데
어느 날 신발 두 켤레 나란히 놓인 것을 보고
신발의 무게를 느끼고,
신발의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신발 세 켤레, 네 켤레, 다섯 켤레,
신발의 수만큼 마음은 현관만큼 비좁아지고
생각의 날개엔 신발의 숫자만큼
무거운 추가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매일 집으로 들어갈 때
현관의 신발의 숫자를 보려하지 않아도
신발 다섯 켤레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어릴 땐 신발의 무게를 몰랐습니다.
마루 밑에 널려 있는 신발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마루 밑 널려있는 신발을 보고
남몰래 한숨짓는 아버지의 마음을
현관의 신발 수만큼 삶의 무게는 무겁습니다.
- 김필곤/새벽을 깨우는 소리 중에서 -
늘어가는 흰머리는
늘어가는 삶의 무게를 말합니다.
딱딱해진 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며 사랑한다 전하세요.
이보다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 이 시대의 아버지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