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원봉사10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만 해도 평범한 살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온 나라를 휩쓸던 IMF의 태풍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공장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고,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파출부가 되어야 했습니다.
급기야, 빚쟁이들을 피해 노숙자가 되신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눈물을 삼키며 대학 합격증을 쓰레기통에 넣고,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가정을 꾸렸고, 이해심 많은 아내와
두 살 난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숙자 무료배식 자원봉사를 하십니다.
때로는 아이를 업고 나간 채 자원봉사 일을 하시는데
혹여, 비위생적인 환경이 아이에게 해가 될까 싶어
어느 날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어머니는 당신이 자원봉사하시는 시설에
저를 데려가더니 구석진 자리에 저를 앉히시고,
식판에 밥을 떠 주시면서 말했습니다.
“거기가 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던 자리다.
사업이 망하니까 친척도, 친구도 모두 네 아버지를
버렸는데 유일하게 네 아버지를 받아준 곳이 여기야.
난 여기서 밥을 먹는 이 사람들이 더럽고 불쾌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드는 구나.”
“…….”
그 이후 어머니의 자원봉사에 한마디도
불만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가끔 아내와 함께 저도
자원봉사를 하러 나가곤 합니다.
- 설형철 (새벽편지 가족) -
힘든 일, 어려운 일, 심지어 모든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에 가장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
- 오늘의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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