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도 괜찮아
1년 전, 초등학생인 두 딸과 저는
각각 아버지와 남편을 잃고
지독한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려야했습니다.
그러던 지난겨울, 병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저는
한파와 함께 찾아온 극심한 감기에 그만 실신을 했죠.
어린 딸들의 신속한 119구조요청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할 수는 있었지만
정밀검사 결과는 폐암이었습니다.
"수술하면 낫는 거지?"
"엄마 없이 우리끼리 어떻게 살아?"
거친 호흡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저를 보고는
딸아이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엄마는 안 죽어."
"사랑하는 너희를 두고 엄마가 어디를 가겠어."
이윽고 수술하는 당일의 아침
천방지축 아이로만 알았던 우리 막내딸이
이른 새벽부터 가제에 물을 묻혀 제 몸을 닦아주고
본인도 추운데 샤워를 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비밀이라며 빙그레 웃기만 했죠.
그렇게 저는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왼쪽 폐를 완전히 절제하는 대수술을 했습니다.
늦은 오후, 비옷 같은 가운을 입은 막내딸이
순찰아저씨를 졸라 면회실로 들어와서는
"엄마... 사실 나...
엄마가 폐 못쓰게 되면, 내꺼 주려고 아침에 씻은 거야
하루 종일 수술실 앞에서 꼼짝도 않고 기다렸어."
"엄마한테 주면 넌 어떻게 살아?"
"언니하고 엄마가 행복하게 산다면 나는 죽어도 괜찮아.
나 엄마 많이 속상하게 했잖아, 엄마 미안해."
어느새 훌쩍 커버린 막내 앞에서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 박명아 (새벽편지 가족) -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 속담을 멋지게 반전시킨 사연입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막내딸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줍니다.
-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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