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꿈을 안고 고향 제주에 내려왔지만, 사람들을 만날수록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풀이 죽어가던 시절이었다. '오 년 뒤, 십 년 뒤에나 빛을 볼 일'이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그나마 나은 축이었다.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까지 걸으러 오겠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진짜 미 친 짓을 벌이는 건 아닐까, 회의와 함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 서명숙의《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중에서 -
* 오죽 했겠습니까. '제주 올레'길을 처음 낸 글쓴이의 심정을 저도 잘 압니다.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는 말이 가슴을 후빕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올레처럼 첫 길을 내야만 합니다. '미 친짓'이라는 비난도 회의도 썩 물리치고 5년,10년은 물론 오십 년,백 년,천 년 뒤에 빛을 볼 새 길을 내야 합니다. 아무리 외롭고 추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