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고향에 가면...내 유년의 고향 마을은
온종일 아이들 소리로 들썩거렸다.
말 타기, 깡통 차기, 숨바꼭질.
겨울이 지나면 매미 소리 요란한 당 나무 아래서
공기놀이하던 또래의 아이들은
지금은 어디를 갔나? (모두 중년이 되었으리라)
하늘을 떠받든 일곱 아름 당나무는 말라죽고
찰방찰방 물장구치며 놀던 개울물은 말라 버렸다.
우물가에 물을 긷던 사람들도 개울에서
빨래하던 아낙들도 이제는 백발이거나
더러는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일가친척들도 모두 도회지로 떠나가고
가 봐야 만날 사람도 별로 없건만 왠지
나는 고향에 가고 싶다.
가끔 외출을 하시고 돌담을 돌아오시던
아버지의 훤칠하신 키 너머엔 싱글벙글 웃으시며
마당에 누렁이 암소 고삐를 다섯 살 된
내게 쥐어 주시며 싸리비로 쓱쓱 소잔등을
쓸어 주시던 아버지.
틈틈이 어린 나를 가슴에 품고 엎드려
내 손을 덮어 쥐시고 한글을 가르쳐 주시던
내 따사로운 아버지는 내 나이 열 살 때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또 2년 전에는 칠순을 앞두고 어머니마저
아버님 옆자리로 가 계신다.
이번에 고향에 가면
부모님 산소를 쓸어안고 엎드려 펑펑 울 것이다.
어린 마음에 새겨진 아버지 어머니의 그 절절함으로
내 가슴에 핏빛보다 더 짙게 물들어 번져있는
그리움으로 펑펑 울 생각이다.
홀로 6남매를 길러주신 나의 어머니
'이제야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되겠구나.' 했는데
우리 남매들의 효행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시고
가신 내 어머니...
씻지 못할 죄스러움이 왜 이리도 울컥
북받쳐만 오는가?
- 김병원 (새벽편지 가족) -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다고 해서,
잊히는 건 아닙니다.
-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살아갑니다. -
땡글이76의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