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바지와 어머니의 바느질대학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날 아침,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던 중 어디에 걸렸는지
아끼던 바지의 주머니가 반쯤 뜯겨져 버렸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직접 꿰맬 요량으로
반짇고리를 꺼냈는데 어머니께서
제가 바느질 하는 것을 막으셨습니다.
그냥 두면 본인이 해준다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는 닷새 전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 침침해 지는 눈을
노안이라고 생각하시고 상당히 침울해 하셨습니다.
이제 겨우 쉰을 넘기셨는데
벌써 노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우울증도 겪으셨나 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으시고
수술 후 2~3주만 있으면 회복이 될 것이라는 말에
지금은 날짜 가는 것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금 전, 바늘귀에 실을 꿰려 고군분투 하시다가
결국 포기하시고 어머니는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좀만 기다려 봐. 다음 주만 되면
내가 깨끗하게 꿰매 놓을 테니까."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김종익 (새벽편지 가족) -
부모가 보기에 자식은 언제나 어린아이 이듯이
자식이 보기에 부모는 언제나 정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괴로운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바로 그 순간 절대로 후회를 남기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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