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새신랑저보다 4살 많은 제 형님이 8살이었을 때 일입니다.
넘어지는 tv에 손이 깔리면서
신경과 힘줄을 다쳤습니다.
병원 문턱이 높았던 시절인지라,
형님의 상처를 그냥 타박상 정도로 생각했던
탓에, 형님은 지금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아시겠지만 주로 사용하는 손의
엄지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정말 불편하고 힘든 일입니다.
젓가락질은커녕 숟가락도 잡기 힘들뿐더러
글씨도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때문에,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의 문은 좁았고, 결혼 직전에
파혼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님에게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일은
어린 시절 밥상에 마주앉은 동생이
서툰 젓가락질을 보며 '형은 병 신이야...' 이라며
빈정거린 일이었을 겁니다.
이것은 제 일생에 있어 가장 부끄럽고
후회되는 기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형님의 손 위로 tv를 자빠트린
사람이 어린 저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형님의 손을 붙잡고 통곡하기도 했습니다.
형님은 참으로 고통스런 연습의 시간을
무던히도 잘 버텨냈고, 그 결과 왼손을
오른손처럼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장애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편견 없는 깨끗한 마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형님이 다음 달 결혼을 합니다.
예전 파혼을 했던 처가 댁 식구들을
무려 3년이나 설득해 마음을 돌린 것입니다.
이미 마흔을 바라보는 우리 형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새신랑이 되기를...
- 배승환 (새벽편지 가족) -
형님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 저희도 함께 형님의 행복을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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