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카산드라의 거울 이야기

동트기전에 작성일 10.12.02 12: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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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cozylim/130098205822

 

 

카산드라의 섬뜩한 예언이 맞아 떨어지자 그녀는 '대속'이라 불리던 쓰레기 하치장에서도 쫓겨나

거리의 노숙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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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들이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 카산드라는 지하철역 문이 열리자,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군중이 내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들은 오직 직장에 지각하지 않겠다는 일념에 찬 얼굴을 하고서 그녀 옆을 지나간다. 그녀는 일어나 지하철의 복도들을 정처 없이 걷는다. 배가 고프다.

 

'이렇게 땡전 한 푼 없이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야.

적어도 5유로는 있어야지. 완전히 *이 돼 있는 기분이야.'

 

이롱델 학교를 도망쳐 나오기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이상한 상황에 처해 본 일이 없다. 돈도 없고, 신분증도 없고,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고, 배도 텅 비어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체처럼 그녀 주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고 있다.

 

'저 사람들은 매일 원하는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의식조차 못하고 있다.  그들은 돈과, 비를 피할 지붕과,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따뜻한 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그것을 잃어 봐야 해.'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1> p. 12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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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해외 여행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반드시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언젠가 인도에 꼭 가겠다는 다짐은, 미래의 막연한 로망으로 남아있을 뿐.

아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요가나 명상을 하는, 또는 자아를 찾아서 구도의 길을 걷는 친구들이 한번쯤은

꼭 가보라고 권하는 곳이지만, 나에겐 문명의 달콤한 혜택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냄새 나고 불편한 그 도시에서 찾아내는 '그 뭔가'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곳을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공통적인 것이 있긴 하다.

돌아오면 지금 사는 이 현실이 너무 감사하고 풍요롭게 느껴진다고...

주변의 맛있는 냄새들, 쾌적한 실내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

우리가 평소 감지하지 못했던 순간순간의 행복을 이제 피부의 세포 하나하나가 경험하게 된다고...

한 동안의 결핍을 경험하고 나서야 더욱 생생히...

 

 

언젠가 '알아차림 요가'라는 명상수업을 받을 때였다.

선생님이 포도알 몇 개와 딸기 몇 개를 주시면서

그 과일을 최대한 느끼면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색을 살피고, 향기를 맡아보고, 아주 천천히 맛을 음미해 가면서...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던 것들이 그날은 전혀 다른 경험으로 전해졌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세상의 가장 귀한 과일인 것처럼.

 

배고픈 노숙자가 된 카산드라가 어느 제빵사의 권유로 먹어본 케익의 맛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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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케이크를 받아 입으로 가져간다.  눈을 감고 한 입 한 입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그 맛을 음미한다. 이렇게 감미로운 것은 태어나서 먹어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씹는다.  레몬 크림의 분자 하나하나까지 다 느껴지는 듯하다. 

심지어는 치아까지도 상아질을 통해 그 단맛을 느끼고 있다. 혀로 크림을 입안 구석구석에 돌려 모든 세포들이 맛 볼 수 있도록 해준다.

......

 

카산드라는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제빵사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쉰다.

 

"사랑, 그것은 항상 미래예요.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미래의 남편이고, 그와 함께 미래의 아이를 가질 거라고 생각하죠.  심지어는 *도 미래예요.  우리는 오르가즘에 이를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언제나 실망만을 맛볼 뿐이죠. 아니면 더 큰 비극을 맛 보든가요.  하지만 설탕을 먹는 건 달라요. 완전히 현재죠.  나는 미래보다는 현재가 좋아요. 미래..... 그것은 언제나 제멋대로니까."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 1> p.113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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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머물면서 풍요롭기란...

현재 이순간에 마주하고 있는 무엇인가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관계 속에서 풍요롭고자 한다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만이 시작일 테지...

 

올 겨울이 풍요롭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가난하고 추웠던 모든 이들에게도.

 

 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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