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즈를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보사노바같이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위주로 듣긴하죠.
재즈가 아직 어렵긴 하지만 뭐 어려워 할 거 있나요
들을 때 편하면 되는거지..
제가 종종 가는 블로그에서 가져온건데..
저도 이 글 읽고 나니까 브라보 재즈 라이프란 영화가 얼렁 보고싶네요..
저도 대학로에 있는 재즈바는 가봤는데
가로수길에 재즈바는 안가봤네요..
길더라도 한번 읽어보세요..
흥미롭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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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빔 벤더스 감독과 영화 음악가 라이 쿠더가 의기투합돼
쿠바 재즈 음악인들의 일화를 다룬 음악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대중들에게 영합하지 않고 오직 재즈 열정을 갖고 음악 인생을 살아온 장인
재즈 뮤지션들의 일화를 담아내 전세계적인 공감을 얻어낸 바 있는 영화였는데요,
한국에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같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재즈 1세대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12월16일 개봉)
바로 대한민국에 재즈를 뿌리내리게 한 1세대 뮤지션들의 삶과 열정을 다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인데요,
이 영화는 재즈를 알아주는 이들도 없었던 시절부터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음악을 잘하면 사람이 된다'는 겸손한 믿음으로 평생 열정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현재 최고의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는 후배들이 그들을 기리기 위해 헌정음반과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하네요.
그럼 잠깐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실까요?
상당히 의미 있는 영화면서 동시에 찡한 감동까지 밀려올 것 같은데요,
이 영화의 감독인 남무성씨는 만화로 읽는 재즈 입문서
'Jazz it up'과 ‘PAINT IT ROCK’의 저자이자 재즈 평론가로 유명하신 분이죠.
저 역시 이 분이 쓰신 ‘PAINT IT ROCK’을 사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조망한 적 없었던
재즈 1세대 뮤지션들과 앞으로 재즈를 이끌어 나갈 당대 최고의 재즈 뮤지션을 한 자리에 모아놨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신세대와 구세대가 만나는 그 미묘한 화학 반응이 ‘재즈’라는 매개를 통해 어떻게 전달될 지 사뭇 궁금했던 것이죠.
그리고 오늘, 영화의 감동을 느껴보기 전 그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가로수길 대로변에 위치한 ‘크레이지 호스’인데요,
이 공간을 책임지고 있는 사장님은 블루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정신 없이 흘러가는 가로수 길에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곳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기타리스트 출신의 ‘크레이지 호스’ 사장님
과연 그 바람대로 이 곳에 들어서면 정신 없이 몰아쳤던
일상의 폭풍 속에서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이 곳은 날마다 펼쳐지는 라이브 재즈 공연이 있어 더 특별한 공간이 됐는데요,
공연은 주로 실력 있는 젊은 하우스 밴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오랫동안 잡았던 무대 위의 기타를 내려놓고 그 공간을 후배에게 물려준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매일 다른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크레이지 호스’. 이 날 무대는 ‘호세규 Trio’가 빛냈다
맥주와 칵테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이 곳은 특별한 안주 메뉴가 준비돼 있진 않았습니다.
대신 매일 다른 밴드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재즈 메뉴’가 준비돼 있죠.
이날 공연은 ‘호세규 Trio’라는 밴드였습니다. 역시 젊은 밴드였는데요,
다소 올드한 공기가 흐를 수 있는 크레이지 호스에 이들의 젊은 열정과 신선함으로 환기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수준급의 폭발적인 드럼 실력을 보여준 호세규씨가 눈에 띄었는데요,
특유의 찡그린 듯한 얼굴 표정은 ‘도취’ 그 자체였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잡아 끄는 매력이 대단하더군요.
이들이 들려준 음악은 순간 록 음악과 재즈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일반인들이 록 음악과 재즈의 차이점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럴 때는 리듬에서 ‘강조’되는 부분이 어딘지 찾아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록의 리듬은 재즈처럼 4박자를 기조로 하고 있지만 재즈가 두 번째와 네 번째 비트에 강조를 주는 반면,
록은 주로 세 번째, 가끔은 첫 번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재즈의 리듬감은 일반적인 록 음악의 정상적인 리듬에서 벗어난
‘엇박자’의 리듬이라는 것이죠. 이런 리듬감을 가리켜 ‘오프비트(Offbeat)’라는 불리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런 부분을 ‘스윙’이라 하여 재즈적인 맛의 ‘기본’으로 치고 있습니다.
↑영화 ‘스윙걸즈’ 중 재즈의 기본인 ‘엇박자’를 일상 속에서 깨우치는 장면
일본영화 ‘스윙걸즈’에서도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공부에는 낙제생들이 우연한 기회에 재즈에 빠진다는 내용의 기본 골격을 갖춘 이 영화에서
그들은 재즈의 기본인 ‘엇박자’를 생활 속에서 터득하죠.
위 사진과 같은 신호등의 벨소리, 이불 터는 소리 등 일상적인 자연음에서
찾아낸 리듬을 ‘엇박자’에 맞춰가며 재즈를 알아가는 식입니다.
재즈의 ‘ㅈ’도 모르던 낙제생들이 재즈를 하나씩 알아가며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열게 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꽤 큰 감동을 안겨줬던 기억이 나는데요,
시간이 되시면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잔잔한 스윙 재즈 선율부터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강한 비트의 록 재즈연주까지 공존하는 크레이지 호스.
이 곳을 찾는 이는 주로 재즈를 즐기는 중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칵테일을 시키고 오붓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도 꽤 눈에 띄었는데요,
이들을 보고 있으니 지난 20대의 추억들이 생각나더군요.
그 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술 약속만 서너 개에 밤을 새워가며 술을 마시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30대에 접어들고 보니 주변에서 “시간이 너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혹은
“서른이 넘으면 이미 내리막길이야”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20대에 만났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 싶을 정도로
정신 없이 결혼과 직장생활에 연락조차 하기 힘든 현실과 직면해 있었던 것이죠.
평생 우정이란 게 존재나 하나 싶은 절망적인 마음에 한탄을 늘어놓자 이 곳을 함께 찾은 지인이 말을 꺼냈습니다.
“어차피 30대부터 50대까지는 외로운 거야.
결혼에 자식 키우고 한 밑천 장만 하느라 우정을 챙길 틈 조차 주어지지 않는 거지.
오히려 진정한 친구는 환갑이 지나서 할 일 없을 때 생기는 건 아닐까?
같이 골프나 치러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거지”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순간 그 말을 들으니 폭풍 같던 20대를 보내고
갑자기 찾아온 적막 같은 지금의 세월을 보내는 입장이 서글퍼지기도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담배란 존재는 원하면 언제든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새삼 제 주머니 속에 항상 들어있던 다비도프의 존재감을 실감하겠더군요.
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팔십을 음악과 함께 해온 재즈 1세대 뮤지션에게 ‘재즈’란 존재는 평생의 동반자였을 텐데요,
영화 제목처럼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살고 있는 이 분들이 부럽기도 하네요.
여러분들도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이 고통스러운 날이라면
이 곳에 들러 허전함을 채우고 가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저의 평생 동반자인 다비도프 담배처럼 크레이지 호스의 재즈 연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우리 곁을 든든히 지켜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