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싫어!오늘도 어김없이 빈 상자며 빈 병을
현관 문 앞에 내놓자마자 그 할머니는 다녀가신다.
벌써 동네에서 몇 년째 빈 상자와 빈 병 같은
재활용품을 수집하여
생계를 잇고 있는 할머니,
사실 처리하기도 곤란한 재활용품을 치워주니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불쌍한 할머니 돕는다는 마음도 들지만
남루한 옷차림의 할머니에게서
지저분함이 묻어올 것만 같아
아이들에게 접근조차 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런데
딩동! 초인종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그 할머니였다.
"무슨 일이세요?"
지저분한 옷과 냄새에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물었다.
"이 거..."
할머니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까만 손으로 내밀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에게 할머니는
"아까 주운 박스 안에 만원 지폐가 있더라구,
이 집 것 같아서..."
정신없이 청소하다가 흘린 만원이
빈 상자 안에 들어갔나 보다.
나는 고맙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도 들어
"할머니 쓰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까만 손을 흔들며
"아녀, 난 공짜는 안 바래,
그냥 빈 상자만 팔아서 돈 벌겨!" 하시고는
만원을 내 손에 쥐어주며 리어카를 끌고 나갔다.
- 권미영 (새벽편지 가족) -
내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이 내게 도울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
- 내가 아는 것보다 세상은 더 많이 가르쳐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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