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건

킥오프넘 작성일 11.05.02 23: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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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자식아 군대 갈 날이 다 되도록


여자친구 하나 안 만들어 놓고 뭐했냐?'


 


'여자친구가 만드는 겁니까? 만나는 거지'


 


'마. 연애라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거야 자식아.


인연이란 게 별거 있는 줄 아냐?


다 정이 쌓여서 서로가 마음을 여는 거지.


첫눈에 반하니 어쩌니 해도 결국에는 다 자기 하는 만큼이야 임마'


 


'시시하잖아요. 그건 마누라를 찾는 거지 여자친구를 찾는 게 아니지 않아요?


저는 적어도 특별한 사람과 특별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웃기고 있네. 연애라는 게 별거 있는 줄 아냐?


뭐가 그리 특별하고 뭐가 그리 유별나?


그래 네가 한다는 연애가 도대체 어떤 건데?'


 


'자전거를 타고가다 우연히 만났으면 좋겠어요.


서로 부딪쳐서 허겁지겁 떨어진 물건 챙겨주다 눈 맞으면 더 좋겠고...'


 


'...--;;; 드라마를 찍어라'


 


'..농담입니다'


 


'농담치곤 설정이 너무 장황하구나. 계속해봐.'


 


'음... 불안해 지는 것.'


 


'불안?'


 


'초조한 거죠.'


 


'초조?'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항상 나를 긴장하게 만들어요.


괜히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러워지고,


한마디 한마디에는 여운과 떨림이 묻어나겠죠.'


 


'.'


 


'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 내가 겪은 것, 내가 느낀 것.


그것들이 모두 쓸모없어지는 사람이면 해요.


전혀 다른 환경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거죠.


차라리 외국인이었음 하는 마음도 있어요.'


 


'..'


 


 '서로가 서로를 신기해 하는 거죠. 그리고 느끼는 거죠.


아~ 저 사람은 오른손잡이면서 왼손으로 담배를 피는구나.


아~ 저 사람은 손을 흔들 때 손가락을 오므리는구나. 하면서요.


놀려보기도 하고, 따라해 보기도 하고 조금씩 섞여가는 거죠'


 


'...'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새롭게 느낄 수 있겠죠.


어쩌면 서로를 통해서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것만 찾아서 해볼 수 도 있겠네요.


세상에는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까. 알아가는 즐거움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어요.'


 


'....'


 


'음... 어쩌면 서로가 반대로 행동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에는 이런데 이 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변한다는 식으로...


그게 가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자기 모습인지도 모르죠.


그걸 발견하고 느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거울 거 같아요.


이전의 나와는 다르다는 해방감. 좋잖아요?


평소에는 낯간지러 절대 하지 않는 말들도 한 번 꺼내 보기도 하고,


절대로 하지 못할 거 같은 행동들을 해보기도 하고...'


 


'.....'


 


'그래서 불안한 거죠. 시작의 즐거움만큼 끝날 때의 두려움이란 게 있으니까.


지금이 너무 좋으면 미래가 항상 불안하니까요.


그래서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닐 거예요. 놓치지 않도록. 나는 그런 연애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라는 게 결국 그런 거 아닌가요?'


 


'......'


 


'......'


 


'.......다했냐?'


 


'더 할까요?'


 


'..... 거기까지. 그냥 군대가라. 어린노무새퀴...'


 


'뭐가 잘못된 겁니까?'


 


 '.....너 말이여 뭔가 취향이 너무 화려한 거 아니냐?'


 


'저는 다보탑이 좋거든요'


.


 


.


 


.


 


.


 


.


 


.


 


.


 


.


 


.


 


.


 


"아 진짜. 우울하게. 형은 도대체 대학졸업이 다 되도록


여자친구도 하나없이 이 무슨 시츄에이션이오?'


 


"형 나이가 어때서 임마.


형이 좀 게을러 그렇지 노력하면 금방이야 새꺄."


 


"그게 어디 노력으로 된답디까?"


 


"당연하지 임마. 연애라는 게 결국 그런거여~


서로에게 쏟은 마음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거지.


괜히 '작업'이라고 하는 줄 아냐?


세상에 어디 연애가 인연만으로 이루어지간디?


뭐? 첫눈에 반해? 지랄하네. 그게 운명이냐? '이야~ 이쁘다' 하는 감탄이지."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어찌 그리 초라하게 지내시우?"


 


"마. 그건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냐.


아직 그 대상이 될만한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거지"


 


"연애는 노력이라며?"


 


"새꺄. 헛심쓰는 일은 없어야 할 거 아니냐.


신중해서 나쁠게 뭐있냐?"


 


"도대체 그리 신중하게 어떤 여자를 찾는거요?"


 


"봄날 아침 솜이불 같은 여자."


 


"뭐래는건지..."


 


"왜 그런거 있자녀. 봄날 오전까지 늦잠을 자고 있으면


커튼 걷힌 창가에서 햇살이 비쳐서 자꾸 사람 귀찮게 하는거.


더 자고는 싶은데 깊게 잠들질 못하니까


괜히 덮고 있던 이불을 꼭 끌어안는 느낌.


덥지도 춥지도 않은데 괜히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좋아서


꼭 안고 있는 그런 느낌.


내가 그 꼭 안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날 거 같은 여자를 말하는거지"


 


 "."


 


"그 사람은 아마 나를 항상 나른하게 만들어주겠지.


괜히 말 한 마디 하는데 긴장할 필요도 없고,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하고 가면 쓴 듯 행동할 필요도 없을테고 말이지.


늦게까지 자면 곤란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포근한 기운이 좋아 언제까지 누워있고 싶은 기분을 들게 해 줄거여"


 


 ".."


 


"우린 서로가 많은 부분을 닮아있고, 또 서로를 잘 알고 있을테지.


딱히 데이트다 뭐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괜찮어.


그냥 소파에 무릎을 베고 누워서 서로 웃기만 해도 즐거울 거 같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렇게 대꾸해주고,


저런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이어가 주면 좋겠어.


내가 '찰리 파커는 OO다' 라고 말하면 '어머 그런 것도 알아요?'가 아니라


'찰리파커가 아니라 소니 롤린즈 같은데요?'라고 반응하는 그런 사람 말이지"


 


"..."


 


"인간관계란 건 말여. 굉장히 복잡하고 추하지.


상대마다 자기를 맞추지 않으면 곤란하거든.


평온한 듯 보여도 항상 불안하지.


하지만 그 사람과는 그런게 필요없을거야.


꼭 항상 같이 있을 필요도 없어.


내가 외로울 때, 수많은 전화번호들 중에서 유일하게 때와 분위기 가릴 필요 없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줄꺼야


그 사람은 내가 불안하면 다시 솜이불이 되어 줄 테니까.


내가 바라는 연애는 그런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라는게 결국 다 그런거 아냐?"


 


"...."


 


"...."


 


".....다했어요?"


 


"더 할까?"


 


"거기까지... 여자친구를 찾는게 아니라 마누라를 찾는거구만."


 


"뭐 불만이냐?"


 


"뭔가 남들과는 다른 그런 로맨스를 꿈꿔야 할 거 아뇨.


나이도 젊은 양반이. 거 뭐요 지금 이 플레이는"


 


"나는 석가탑이 좋은거다. 조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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