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땡글이76 작성일 11.11.30 0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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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30년 전 추운 겨울날이었죠.
버스기사였던 저는 운행을 마치고
차를 점검하다가 좌석 끝부분에 앉아있던
한 남학생을 발견했습니다.

"학생! 벌써 종점이네!"

부스스한 얼굴로 깬 남학생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학생이 내려야 할 정류장은
벌써 지난 뒤였죠.

"아저씨, 저 어떡해요?"

통행금지가 있는 데다
차도 끊긴 늦은 시간.
울상이 된 학생을 그냥 보내기가 안타까워서
제가 머무는 쪽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남학생은 처음 보는 사람 집에서 잔다는 것이
내내 꺼림칙했나 봅니다.
현관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학생을
제가 호통을 치면서 들여보냈습니다.

"학생, 어린나이에 벌써 아무도 못 믿으면 어떡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람을 의심할 일은 많을 테니
오늘만 좀 믿어봐."

난롯가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고
저는 재채기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느지막이 깨어보니
학생은 벌써 쪽지 하나 남기고 집에 갔더군요.

"아저씨, 양말 빨아 놨어요! 감사합니다."

서툰 솜씨로 빤 양말이 난로 근처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 김경덕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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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사고가 많아
베풀려는 사람도 의심하는 시대입니다.

- 의심해서 얻는 것보다 믿어서 얻는 것이 더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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