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아내
내 아내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자꾸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동창 모임이나 부부동반 모임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이랑 말은 하는 둥 마는 둥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다.
며느리도 표정이 이상해지고
친구들도 뭔가 잘못 먹은 얼굴로 바라본다.
그럴 때마다 난 미안해하며
물건을 그들 곁으로 도로 놔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인다.
가끔은 남들이 보지 못하게 조용히 눈물을 떨군다.
아내는 항상 남을 배려해주던 사람이었다.
길을 가거나, 문을 열 때도
뒷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웃음이 많고, 정도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로,
아내는 산만하고,
때로 내 것 네 것을 못 가리고 만진다.
이제는 오히려 이기적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병 때문에 그런건데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저 할머니 이상해' 라고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난다.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어제 아내를 꼭 껴안고 말했다.
"어떤 욕을 들어도 상관없어요.
난 끝까지 당신 편이니까!"
- 최석조 (새벽편지 가족) -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겠지만...
곁에 있는 사람의
마지막 남은 원군이 될 수 있다면!
-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편들어 줍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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