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모 혼내지 마! 이모는 손도 없고 말도 못하잖아.”
아이가 이모라 부르는 새하얀 몽실이는 애교 많고 영리한 암컷 푸들이다.
14년 전, 시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었다.
어느 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방문 고리에 매달려 총총대는 모습이 안쓰러운 데다, 이민 간 가족과 떨어져 외로워하던 나를 생각해 예쁘게 목욕시켜 데려오셨다고.
하지만 내게 안긴 몽실이는 이미 너무 자라 정이 가지 않았다.
이를 어쩐다, 빨리 돌려보내야지 하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몽실이의 자리는 변함없었다.
더러 아이와 개를 같이 키운다고 염려하는 눈빛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몽실이는 가족이자 친구며 형제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몽실이의 말썽이 시작됐다.
집 안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고, 빨랫감 물어뜯기를 수차례. 뒤치다꺼리에 화가 나 혼이라도 낼라치면 여섯 살 아이가 달려와 나를 말렸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몽실이는 지난가을,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날 밤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며칠 전,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 왔다.
엄마가 이모를 산책시키는 모습이란다.
아직도 아이는 가슴속에 있는 걸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내가 ‘워킹 독(Working dogs)’ 우표를 꺼내 본 건 그날 밤이었다.
2008년 영국에서 발행된 이 우표는 평범한 애완견 우표와 다르게, 일상 곳곳에서 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견공들의 우직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영국 경찰견 100주년과 보조견의 해를 맞아 도우미견, 산악 구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맹인 안내견을 우표에 실은 것이다.
주인공들은 영국에서 멋지게 활동하고 있다.
비록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견공은 아니지만, 우리 곁에서 가족처럼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반려 동물도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존재다.
오늘처럼 새벽녘에 글을 쓸 때면 말없이 곁에 앉아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몽실이가 못내 그리워 눈물이 난다.
<월간 좋은생각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