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 엄마

온리원럽 작성일 13.04.22 2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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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8년 넘도록 임신이 안 돼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1995년, 쌍둥이를 임신했다.

한데 기쁨도 잠시, 한 손으로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생후 6개월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한 손과 다리가 불편하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다.

인형으로 수없이 연습했는데도, 한 손으로 머리 묶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예쁘게도 안 됐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늦는다고 가끔 짜증을 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면 종일 마음이 아팠다.

졸업 사진을 찍는 날도 걱정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아이들 머리 좀 묶어 달라는 쪽지를 써서 아이 편에 보냈다.

그런데 집에 온 아이 머리가 아침과 똑같은 게 아닌가.

왜 그대로냐고 물었더니 내가 묶어 준 게 더 예뻐서 쪽지를 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곱 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했지만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저희들끼리 머리를 묶고 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떡볶이, 피자, 닭튀김을 해 주었다.

그러자 친구들이 “너희 엄마는 손도 불편한데 음식 잘하신다. 우리 엄마는 두 손인데도 안 해 줘.” 하고 불평했단다.

내가 “엄마가 안 창피해?” 하니 아이가 말했다. “자랑스러워. 한 손으로 못하는 게 없는데 뭐가 문제야.

다른 엄마하고 똑같아. 그러니 자꾸 그런 말 하지 마. 알았지?” 나는 정말 행복한 엄마다.

요즘은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운 뒤 자격증을 따서 봉사하러 다닌다.

당당하게 살라던 수녀님 말씀에 힘입어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운다.

한 손과 발로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노력하며 밝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자고 다짐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뭐든 열심히 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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