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준 힘

온리원럽 작성일 13.04.27 22: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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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양초 공장에 일하러 다니셨어.
공장이라야 사람 예닐곱이 일하는 가정 집 비슷한 곳이었지. 엄마는 양초 상자를 만드셨어.

학교에 갔다 오면 엄마는 빈집 부엌에서 시렁에 얹어 놓은 식은 밥에 물 말아 먹고 공장으로 달려가셨지.
공장에는 작은 창이 하나 있고 창 아래 댓돌 같은 큰 돌이 놓여 있었어.
거기 올라서면 엄마가 일하시는 모습이 보였지.

엄마는 쉼 없이 풀칠하여 반듯한 상자를 만드셨어. 그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마음이 아리기도 하데.
엄마 손바닥은 풀독으로 거칠어져 금이 쩍쩍 가 있었지.
나는 엄마 손이 우리 선생님 손처럼 보들보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선생님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고 엄마는 소학교도 못 나오셨잖아.

동무들과 놀다 다들 집에 가면 나도 빈집으로 돌아와야 했어.
마루 끝에 앉아 다리를 달랑거리며 엄마를 기다렸지. 슬프고 심심했어.

엄마는 양초 상자 만드는 마분지를 몇 장씩 집에 들고 오셨어.
인쇄가 잘못됐거나 귀퉁이가 잘려 나가 못 쓰는 것을 가져오신 거야.
나는 거기다 그림 그리고 딱지를 만들기도 했지.
아버지는 그중 나은 종이를 모아서 내 일기장 꺼풀을 만들어 주셨어.
나는 신통하게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날마다 일기를 썼던 모양이야.

공책 위쪽은 그림 그릴 수 있게 빈칸이고 아래쪽엔 칸이 질러져 있었지.
위에는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아래엔 이야기를 썼지.
아버지는 그 공책을 몇 권씩 묶어 노끈으로 매 주셨어.
칭찬은 안 했지만 내 일기장을 귀하게 여기시더라고.

3학년 때였어. 일기 쓰기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이 물으셨지.

“일기 쓰는 사람?”

손을 번쩍 들었지. 엉덩이가 달려 올라가도록.

다음 날 엄마가 여태껏 쓴 일기장을 보자기에 싸 주셨어.
가방에 다 안 들어가더라고.

일기 보따리를 받아 든 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기특했던지 하루 종일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셨지.

그때부터 선생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거 같아. 선생님은 글짓기 대회에도 나를 보내셨어.

한번은 잡지에 내 글이 실렸어. 글 제목은 어머니였지.

나는 양초 공장 창 너머로 엄마를 보며 느낀 것을 썼어. 좀 과장도 했을 거야.
선생님 책꽂이에 꽂힌 그 잡지를 몇 번이고 꺼내 보았지. 거기 박힌 내 이름 석 자가 좋았어.
물론 일기는 더 열심히 썼고.

내가 지금까지 글을 쓰며 사는 것도 그때의 가난이 준 힘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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