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

온리원럽 작성일 13.05.06 18: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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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어요. 처음으로 내 생각을 엄마한테 이야기했거든요.

생기 띤 목소리가 진료실 안을 가득 채웠다.
혼자서 중얼거리듯 이야기하던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유인즉 엄마의 질책과 잔소리에 생전 처음으로 맞선 자신이 대견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넌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말을 너무 자주 들은 터라, 그녀는 자기가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불안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부담스러워 갈수록 위축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감정은 그녀를 진료실로 이끌었다.

“엄마가 나를 문제아로 여긴다고 내가 진짜 문제아는 아니잖아요.
선생님 덕분에 새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어요.
요즘엔 생각하는 방식이 선생님을 닮아 간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러면 마음이 든든해요.”

그녀를 변화시킨 건 치료자를 닮으려는 노력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의 행동은 점점 당당하게 변해 가는 자신을 반영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힘을 준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녀의 치료 과정은 환자와 치료자가 서로를 통해 자존감을 찾는 여정이었다.

나 자신이 형편없고 보잘것없어 보인다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보자.
열린 마음으로 닮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자.
부모님이나 선생님, 성직자나 책 속의 인물일 수도 있다.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려는 길목에서 한 걸음을 뗀 것과 같다.

아울러 삶의 작은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해 보자.
아름다운 꽃을 보고 고운 선율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가치 있다.
이러한 자각은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안겨 준다.
봉사 활동이나 나눔의 실천도 남을 위하기 전에 자신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몸짓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당히 세상과 맞설 용기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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