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진 친구들에게 들으니 일단 중학교에 들어가면 제 방문을 잠그고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한단다.
하지만 우리 모자는 대화가 통한다.
웃으면서 하루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바쁘다.
단 공부 문제만 빼고.
어젯밤 아들 침대 곁에서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
“영훈아, 엄마는 오늘 하루에 90점을 줄래. 회사 잘 다녀왔고, 집안일도 마무리했으니까. 그리고 책도 30분 읽었어. 다만, 조금 전에 너한테 책 안 본다고 잔소리해서 10점 감점했지. 너는 어떠니?”
나는 천사 같은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속으로 ‘엄마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느끼는 점 없니? 기말고사를 망쳤으면 책 보는 흉내라도 내야지. 이 녀석아.’ 하면서 이를 갈았다.
그런데 아들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대답했다.
“엄마, 나도 오늘 90점 주고 싶어. 학교생활 재미있었지, 컴퓨터 게임이랑 축구도 즐거웠어. 다만, 책 안 읽는다고 소리 지른 엄마한테 말대꾸해서 10점 감점했어. 어? 엄마랑 동점이네!”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점수는 똑같은데 어째 기준이 영 다른 것 같다.
정말로 하루를 잘 보냈다는 듯 만족스럽게 웃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행복을 판단하는 기준은 진정 누구에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