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

온리원럽 작성일 13.07.08 22: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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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 차 베이징에서 아내, 두 아이와 3년 정도 머물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였다.
아이들이 유치원 간 사이에 아내가 혼자 동사무소에 갔다.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한 차였다.
그런데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어떡하지? 내일 아침에 꼭 필요한데.”

“아, 거기 자동 발급기가 있을 텐데. 지문으로 하면 바로 나오는 것 말이야.”

아내는 마침 기계 앞에 사람이 없으니 거기서 하겠노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전화벨이 울렸다.
기계로는 발급이 안 된다는 거였다.
지문을 인식 못한다면서.

“잘해봐. 나도 좀 안되던데, 그래도 딱 맞추면 될 거야.”

집필에 집중하느라 아내가 외출한 일을 잊었는데, 시계를 보니 그로부터 1시간쯤 흘렀다.
올 때가 지났는데, 결국 기계가 안 돼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나 보다 하며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뒤 들어오는 아내 얼굴빛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발급받지 못한 거야?”

“응, 지문이 바뀌었대.”

“뭐?”

창구에 물어보니 직원이 확인하고

“지문이 바뀌셨네요.”

했다는 거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어 아내 손을 들여다보았다.
눈으로 보기엔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분명 10년 전 고운 손은 온데간데 없고, 제법 두둑한 손이 잡혔다.
연애하던 시절, 아내 손은 유난히 예뻤다.
눈처럼 하얗고 물처럼 투명한 것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아가 손 같았다.
게다가 손가락 끝은 봉숭아 물을 들인 듯 맑은 핑크 빛이 감돌았다.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콩닥콩닥 하는 걸 주체할 길 없었다.
한번 스치기라도 한 날에는 잠 못 이룰 지경이었으니까.

머나먼 타향에서 연년생 아이 둘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없더니만,
결국 동사무소 자동 발급기도 못 알아볼 만큼 변해버린 아내 손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하거나 안타까운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뭐랄까, 나의 두툼한 손과 좀 더 잘 어울리게 되어 서로에게 한 걸음 가까워진 듯해 새삼 반가웠다고나 할까. 괜히 고맙기도 하고.
그날 저녁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아주 맛있는 걸 사 먹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손을 양손에 꼭 잡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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