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탓에 일거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쳐 집에 돌아오던 늦은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그렇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청소나 상품 진열, 정산을 주로 하고 틈틈이 수능 공부도 했다.
라면국물을 쏟고도 모른 척하고 가는 사람, 계산할 때 동전을 휙 던지는 사람,
버스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해 잠시 들어 오는 사람, 컵라면 사주면 점(占)을 봐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은 인정 많은 손님도 만났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찾아온 젊은 남자분이 그랬다.
여느 때처럼 깍듯이 인사하고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사이 잠시 문제집을 보는데, 그분이 비타민 음료 두 병을 내밀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두 병에 1,200원입니다.”
그분은 계산을 끝내고 음료 한 병만 들고 나가려 했다.
깜짝 놀란 나는 “손님, 한 병 안 가져가셨어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하기 힘들잖아요, 마시고 힘내요.”
그분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직 세상이 메마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