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정연복
어느새 만 쉰 다섯 해
제아무리 장수한다 한들
우리 목숨의 허리 반으로 꺾인 지 오래
하루가 다르게 침침한 눈과
밤새 점령군처럼 들이닥치는
씁쓰레한 흰 머리카락
이렇게 우리도 성큼 늙어가며
여태껏 눈길 가지 않았던 것들에
문득 걸음 멈추어지네
무심히 흐르는 구름 한 점
쓸쓸히 지는 한 잎 꽃잎
해질녘 서산마루 뉘엿뉘엿 넘는 석양이
와락, 이 가슴 사무쳐 오네.
청춘의 날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불타는 장밋빛 사랑도 가고
이제 우리의 남은 목숨
얼마쯤인 줄 몰라도
우리의 오랜 우정에 모닥불 지펴
사랑의 추억 하나 농사 짓는
더러 외롭고 쓸쓸한 인생 여행에
다정한 동행이 되자
벗이여.